[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TV를 중심으로 하는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OLED가 조금씩 선명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중이다. 삼성전자도 퀀텀닷을 기반으로 TV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최근 QD OLED로 전환, 사실상 대형 OLED 시장에 합류한 상태다. 그 연장선에서 대형 OLED 진영이 커지는 한편 내부의 주도권 다툼도 치열할 전망이다.

▲ OLED 시장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LGD

속속 몰려든다
일본의 샤프가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롤러블 OLED TV를 깜짝공개했다. 비록 RGB에 30인치에 불과한 TV지만 샤프가 처음으로 OLED TV를, 그것도 롤러블 OLED TV를 공개하자 업계는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형 OLED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나온 샤프의 도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형 OLED 진영은 최근 눈부실 정도의 외연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발’ 박리다매 공습으로 LCD 패널 단가가 크게 떨어진 가운데 TV의 미래로 OLED를 선택하는 제조업체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의 소니는 OLED TV 초창기부터 꾸준하게 라인업을 키워온 바 있다.

중국도 OLED 열풍이다. LCD 시장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속속 OLED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디스플레이 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2020년 중국 디스플레이 장비 투자액은 약 152억달러로 추정된다. 이는 기존 전망치인 203억달러와 비교해 무려 25% 줄어든 수치다. 수익이 나오지 않는 LCD 라인을 정리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중국 우한에 있는 BOE B17 10.5세대 LCD 라인은 약 180일 정도 투자가 늦어질 전망이다. 이 외에도 많은 중국 제조사들이 디스플레이 감산에 돌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OLED 확장이 벌어지고 있다. 당장 TV 제조사들이 속속 OLED로 몰려오고 있다. 샤오미는 2020년 OLED TV를 제작할 방침이며 이 외에도 많은 현지 제조사들이 OLED에 속속 집결하고 있다.

OLED의 맹주인 LG디스플레이가 지난 9월 중국에서 열었던 OLED 빅뱅 미디어데이의 면면만 봐도 이러한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베이징의 798예술구에 위치한 미파크에서 LG전자, 스카이워스, 하이센스, 콩카, 창홍, 소니, 필립스, 등 TV 제조사와 수닝, 국미, 징동 등 대형 유통업체, 그리고 50여개의 베이징 및 천진 지역 매체를 초청해 'OLED 빅뱅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OLED 빅뱅 프로모션은 LG디스플레이가 펼치는 '중국 OLED 대세화' 전략의 일환이다. 이는 베이징 및 광저우와 같은 대도시뿐만 아니라, 중소 도시의 미디어, 유통, 고객사 및 소비자를 직접 찾아가 전시, 포럼, 토론 등을 통해 OLED 기술의 우수성을 알리는 활동이다. 이러한 활동이 적극적으로 나올 수 있는 배경에는 중국의 OLED 시장 팽창으로 꼽힌다.

중국 TV시장은 단일국가로는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크며, 첨단 기술의 수용도도 높은 지역으로서 OLED TV시장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IHS마킷에 따르면 2018년 글로벌 OLED TV 시장에서 중국 점유율은 6.5%였으나, 2022년에는 14%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봐도 OLED 시장은 팽창하고 있다. 현재 OLED 진영은 샤오미와 미국의 바지오가 합류하며 총 17개사가 됐다.

▲ OLED 시장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LGD

시장 커지면 좋은 것? 고민할 지점 있다
TV와 디스플레이를 한 번에 제작할 수 있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는 OLED로 맹주로 활동하며 초기 시장을 개척한 바 있다. 높은 가격 등의 이유로 대중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LG'군단'은 지속적인 투자와 믿음으로 기어이 OLED의 맹주로 군림했으며, 이제 시장이 커지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이러한 현상은 단기적으로는 고무적이다. 시장이 커지면 제조사들의 시너지가 벌어져 모두가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마냥 웃을 수 없다는 평가다. 시장이 커지며 염원하던 OLED 시대가 열리고 있으나, 내부의 패권 다툼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이 우려스럽다. 삼성전자는 QLED TV를 바탕으로 프리미엄 TV 전략을 전개하고 있으나, 최근 이를 중저가 라인업으로 돌리는 한편 새로운 프리미엄 디스플레이, 프리미엄 TV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LG전자와 TV전쟁을 벌이는 한편 미래 디스플레이의 핵심으로 사실상 OLED를 낙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0일 충남 아산캠퍼스에서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을 열어 차세대 디스플레이 생산시설 구축 및 연구개발(R&D)에 총 13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2025년까지 13조1000억원을 투자해 아산1캠퍼스에 세계 최초 QD 디스플레이 양산라인인 ‘Q1 라인’을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신규 라인은 초기 8.5세대 3만장 규모로 2021년부터 가동을 시작해 65인치 이상 초대형 QD 디스플레이를 생산할 예정이며 기존 8세대 LCD 라인을 단계별로 QD 라인으로 전환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2025년까지 QD 디스플레이 생산능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QD 디스플레이를 사실상 OLED로 본다. 명칭도 QD OLED가 맞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결국 삼성이 OLED 진영을 주도하고 있는 LG의 발 밑을 바짝 따라올 수 있다는 말도 된다.

현재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QLED TV가 LG가 중심인 OLED TV를 점유율 측면에서 압도하고 있다. 삼성은 특유의 브랜드 효과로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 LG가 주도하는 OLED 시장에 진입해 맹주인 LG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OLED TV 시장을 초기에 개척한 LG 입장에서는 가장 비극적인 시나리오다.

LG는 일단 시장의 팽창 특면에서 삼성의 OLED 진입을 환영하고 있으나, 실제로 내심 경계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3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나온 LG디스플레이 CFO(최고재무책임자) 서동희 전무의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컨퍼런스콜에서 "경쟁사의 대형 OLED 진입을 환영한다"면서 "경쟁사의 QD 디스플레이가 QD OLED를 지칭한다면 청색 OLED를 사용하더라도 우리와 동일한 증착 방식의 OLED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서 전무는 나아가 "OLED 진영을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환영한다"면서 "프리미엄 디스플레이의 메인축이 OLED"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서 전무의 발언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서 전무의 발언이 표면적으로 삼성디스플레이의 전략을 칭찬하는 모양새지만, 그 이면에는 사실상 '조롱하는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화면 디스플레이에서 QLED에 이어 QD OLED로 이어지는 로드맵을 확정했으나, QD OLED보다 QD 디스플레이라는 용어를 더욱 원하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시장을 LG디스플레이가 주도하는 상황에서 디스플레이의 미래를 그리며 경쟁사의 OLED 진영에 합류하고 있다는 뉘앙스가 풍기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그런데 LG디스플레이는 굳이 삼성디스플레이의 미래 디스플레이 전략을 QD 디스플레이로 이해하지 않고, OLED 진영의 하나인 QD OLED로 봤다. 여기에서 심지어 "OLED로의 진입을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낸 셈이다. 이는 삼성의 OLED 진입을 환영한다는 대외적인 메시지와 함께, 삼성에 대한 경계 및 조롱의 감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LG의 OLED 패권에 대한 '견제감성'은 적극적인 고소고발에서도 읽을 수 있다.

LG전자는 지난 5일 미국에서 판매 중인 대부분의 하이센스 TV 제품이 LG전자가 보유한 특허를 침해했다며 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하이센스는 전 세계 TV 시장에서 올해 상반기 판매량 기준 4위를 차지한 TV 업체로,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시장에서도 TV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소송은 OLED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개선을 위한 기술, 무선랜(Wi-Fi) 기반으로 데이터 전송속도를 높여주는 기술 등 사용자에게 더 편리한 TV 환경을 구현해주는 기술이 소송의 핵심이다. 다만 LG전자는 물론 LG그룹 전체가 실적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전투모드를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OLED 패권이 흔들리면 언제든 전투에 나설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의 비전은?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 첨단기술산업 개발구에 위치한 LG디스플레이 하이테크 차이나(LG Display High-Tech China)의 8.5세대(2,200mm x 2,500mm) OLED 패널 공장 준공식을 열었다.

OLED가 핵심이다. 8.5세대 OLED 패널 공장은 축구장 10개 크기인 7만4000평방미터(약 2만 2000평) 대지 위에 지상 9층, 연면적 42만7000평방미터(약 12만9000평) 규모로 조성되었으며, 지난 2017년 7월 첫 삽을 뜬 이후 2년여의 공사기간을 거쳐 8월 본격 양산에 돌입했다는 설명이다. 기존 LCD 패널공장과 모듈공장, 협력사 단지 및 부대시설 등을 합하면 LG디스플레이 광저우 클러스터는 총 132만 평방미터에 이른다.

광저우 8.5세대 OLED 패널 공장에서는 고해상도의 55, 65, 77인치 등 대형 OLED를 주력으로 생산한다. 월 6만장(유리원판 투입 기준) 생산을 시작으로, 2021년에는 최대 생산량인 월 9만장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파주 OLED 물량과 더하면 연간 1000만대 이상 제품을 생산도 꿈이 아니다.

문제는 체력이다.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매출 5조8217억원, 영업손실 436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3분기 연속 적자다.

대형 OLED로의 전환을 위해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해 조직 슬림화에 나서는 한편, 전체 OLED 진영을 키우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유사 조직을 통합하고 단순화하는 등의 조직 슬림화를 단행해 전체 임원 및 담당 조직의 약 25%를 감축하는 등 필사적인 다이어트에 나서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정호영 사장이 등판한 상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특히 LCD에서 OLED로의 체질전환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기간 LG디스플레이의 재무적 체력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LG디스플레이 3분기 주요 재무지표는 부채비율 161%, 유동비율 101%, 순차입금비율 74%로 썩 좋은 상황이 아니다.

결국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를 중심으로 지금까지 시장에서 활동하며 쌓은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며, 심지어 속도전에도 나서야 할 판국이다. 그 연장선에서 많은 도전자들의 도전도 받고있는 중이다. 대형 OLED 시장이 열리며 초반부터 치열하게 싸워온 LG디스플레이의 앞에, 이제 팽창된 시장의 주도권을 두고 벌어지는 두 번째 싸움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