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한때 제네릭 개발에 열을 올렸던 중소형 제약사들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약 연구개발(R&D)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7월 행정 예고한 약가 개편으로 인해 제네릭 의존도가 높은 중소 제약사들이 예전과 같은 성장성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나이티제약, 대원제약 등 일부 중소형 제약사들이 2017년 이후 매년 R&D 비용을 10% 이상 늘리며 개량신약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개량신약은 오리지널 신약의 복용 편의성을 높이거나 약효를 강화한 제품으로 단순 복제약과는 구분된다. 특히 개량신약은 신약 개발 대비 성공률이 높고 임상 기간과 투자 비용까지 적게 든다는 점에서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 역량을 키우는 토대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제네릭 약갸 개편에 따른 약가 변화. 출처=보건복지부,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

R&D 비용 높였지만 수익성 악화 불가피

현재 대부분의 중소 제약사들은 혁신 신약보다 개량신약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술력이나 규모 면에서 이들 기업이 아직까지 혁신 신약 개발에 필요한 비용과 인력을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정부가 제네릭의 난립을 막기 위해 약가를 차등화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중소 제약사들은 해법 마련에 고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제네릭 의약품 약가제도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기존의 동일제제-동일가격 원칙을 바꿔 제네릭의 관리 수준을 강화하고 개발 과정에 들어간 노력에 따라 약가를 차등 적용하겠다는 내용이다.

▲ 새로운 제네릭 약가 개편에 따른 약가 변화.

정부는 그동안 제네릭의 약가를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 수준으로 일괄 보장해왔다. 하지만 앞으로 53.55%를 받으려면 자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실시와 등록된 원료의약품 사용(DMF) 충족이라는 2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복지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제도와 연계해 제네릭 가격 산정 체계 개편방안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만성질환, 노인성 질환 등 약제군별로 해외 약가 수준을 비교해 정기적으로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약가제도 개편으로 인해 제네릭 매출 비중이 높은 중소 제약사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개발 비용은 더 들어가지만 반대로 약가는 떨어져 차익을 남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중소 제약사들은 개량 신약 개발을 위해 R&D 비용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상상인증권이 1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나이티드제약은 R&D 비용을 2013년 170억원에서 지난해 268억원으로 올리며 개량신약 전문 제약회사로 정체성을 확립했다. 제네릭 의약품으로 사업 기반을 다져온 대원제약도 개량신약 비중을 매년 확대하고 있다. 대원제약은 지난해 개량신약 매출 비중을 35%까지 끌어올리며 2800억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환인제약은 지난해 처음으로 100억원이 넘는 비용을 R&D에 투입했다. 대형 제약사를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졌던 R&D 투자가 중소형 제약사까지 확대되고 있는 분위기다.

▲중소형 제약사의 R&D 비용 증가율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네릭 의약품의 관리 수준을 강화한 정부 정책으로 중소형 제약사들의 R&D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R&D 투자 강화로 회사의 성장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지만 당분간 중소형 제약사의 영업이익은 둔화 기조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개발비 증가 및 연구인력 증원 등 R&D 투자에 따른 영향으로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중소형 제약사의 R&D 비용 증가율은 높게 유지될 것"이라며 "이는 R&D의 중요성이 증가한 환경적 측면도 있고, 정부의 정책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