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정책으로 유동성이 대폭 확대된 가운데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기업부채가 급증하는 추세다.

▲ 선진국과 신흥국의 기업부채 규모와 비중. 출처=BIS, 한국금융연구원

11일 한국금융연구원은 2020년 세계경제 둔화론이 대두되면서 기업 부채의 부실화, 금융사의 자산건전성 악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BIS(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 국제결제은행)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45조 4000억 달러였던 전 세계 기업부채는 지난해 70조 7000억 달러 25조 3000억 달러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 GDP대비 기업부채 비중도 2008년 전 세계 평균 78.2%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91.5%로 크게 늘었다.

특히 기업부채 증가분의 대부분이 수출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에 집중돼 있어 글로벌 교역여건 악화에 따른 부실화 위험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선진국 기업부채는 2008년 대비 6.2조 달러 증가했으나 신흥국은 19조 1000억달러 증가해 선진국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GDP 대비 기업부채 비중의 경우도 선진국은 2008년 대비 2.2%p 증가했으나 신흥국은 39.1% 급증한 수치를 보였다.

▲ 미국과 유로지역의 대출 기준 완화 추이. 출처=IMF, 한국금융연구원

IMF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유로지역 은행의 기업대출기준이 2008년대비 지난해 큰 폭으로 완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재무적으로 취약한 기업의 부채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IMF의 설문결과 올해 3분기 기업대출 기준은 2008년 4분기와 비교해 미국이 79.1%에서 -4.3%로 유로지역은 61.9%에서 2.8%로 급락한 바 있다. 그래프 상의 음의 값은 전분기 대비 은행의 대출기준이 완화됐음을 의미한다.

이에 한국금융연구원은 부채 증가폭이 작은 선진국도 안심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특히 선진국에서는 재무적으로 취약한 기업들인 은행 뿐 아니라 비은행 금융사로부터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향후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가 지속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 리스크가 증폭될 수 있어 유의해야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