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한국 연구진이 손상된 뇌의 신경교세포를 회복시키는 저분자 화합물을 발견해 알츠하이머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 서울대학교병원 연구진이 청소년 우울증을 조기에 감지하고 적절한 조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우울증 관련 위험요인을 조사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연구진이 만성전립선염 치료용 ‘체외충격파’의 효과를 확인해 임상을 본격 진행한다.

한국연구진, 뇌 신경교세포 회복 화합물 발견

10일 연구업계에 따르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경북대학교 의과대학과 한국과학기술원이 공동연구를 통해 손상된 뇌의 신경교세포를 회복시키는 저분자화합물을 발견하고 기억력 회복에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신경교세포는 뇌에서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신경세포의 일종으로 탐식기능 및 식세포 작용을 통해 노폐물을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연구는 기억력 등 뇌 기능을 저하시키는 알츠하이머 질환 치료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알츠하이머 병은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 인구비율이 증가하면서 기억력을 비롯한 인지기능이 점진적으로 저하되는 일상생활의 장애를 초래하는 만성질환이다.

알츠하이머의 발병 원인으로는 뇌에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쌓이면서 뇌세포를 파괴해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가능성이 꼽힌다. 베타 아밀로이드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주성분이다. 알츠하이머는 근본적인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치료대안이 부족한 실정이다.

▲ 연구진이 뇌 신경교세포의 식세포 능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가장 작은 합성 분자’를 알츠하이머 동물 모델들에게 투여한 후 향상된 인지 능력 뿐만 아니라 감소한 아밀로이드-베타 펩타이드를 확인했다. 출처=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진은 알츠하이머 동물 모델들에게 저분자 화합물을 주입한 후, 동물들의 인지능력과 뇌 속에 존재하는 베타 아밀로이드의 양을 관찰해 알츠하이머 치료제로서 어떠한 유효한 효과가 있는지 실험했다.

연구결과 저분자 화합물이 주입된 동물들은 손상된 신경교세포가 회복돼 뇌 속에 존재하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감소하는 등 인지능력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대학교 배재성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저분자 합성분자가 퇴행성 뇌질환 치료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했다”면서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질환극복기술개발 치매분야 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성과는 미국 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PNAS’에 11월 4일자로 게재됐다.

학교가기 싫은 청소년 우울증 가능성 높아

서울대학교병원 연구진이 중·고교생 우울을 조기에 감지할 수 있는 요인을 규명했다. 서울대병원 윤영호 교수 연구진은 전국 청소년 1991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우울증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청소년기에도 충분히 우울과 불안을 겪을 수 있지만 학생 스스로 대처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보호자인 학부모와 교사 입장에서도 학생의 증상을 조기에 감지해 전문치료기관으로 인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번 연구는 학생들의 우울증을 사전에 발견하고 전문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단초가 될 전망이다.

중·고생 우울을 조기 감지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는 ‘등교에 잦은 거부감’이었다. 학교에 가기 싫다고 자주 느끼는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우울증이 있을 가능성이 3.25배 높았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위해 노력하거나, 어머니와 고민을 얘기할 수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우울 위험성이 각각 35%, 46% 낮았다.

▲ 우울증 관련 항목별 영향력. 출처=서울대병원

다양한 선행 연구가 청소년 우울과 관련된 몇 가지 요인을 밝혀냈지만 무엇이 더 중요한지에 대한 연구는 부족했다. 이번 연구는 우울증을 감지할 수 있는 요인별 가능성을 계산해 우선순위를 파악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연구 제1저자인 서울대병원 윤제연 교수는 “이번 연구를 계기로, 학교와 가정에서 청소년 우울증을 조기에 감지하고 적절한 환경조성, 치료기관연계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신저자인 윤영호 교수는 “다양한 접근을 권장하는 세계적 흐름과 달리 교육부가 발표한 2019년 청소년건강조사가 신체적 건강에만 국한된 것이 안타깝다”면서 “정부가 실태만 발표하고 보호자, 지역사회의 노력을 당부만 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청소년 건강증진프로그램을 직접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최신호에 게재됐다.

만성전립선염 ‘체외충격파’ 치료 효과 확인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비뇨의학과 김세웅‧배웅진 교수 연구진이 치료가 어렵고 재발이 잦은 만성전립선염과 만성골반통증증후군을 전기 에너지를 이용한 체외충격파(ESWT, extracorporeal shock wave therapy)로 치료하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밝혔다.

전립선은 방광의 아래 부분에 요도를 감싸고 있다. 이는 정액의 일정 성분을 생산해 요도를 통해 배출시키는 남성의 생식기관이다. 전립선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소변과 정액 배출에 장애가 생기고 다른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전립선은 노화로 기능이 저하되는 대표적인 기관이다.

만성전립선염은 배뇨증상과 성기능 장애를 보이는 질환으로 전립선의 염증이 주된 소견이다. 염증이 뚜렷하게 관찰되지 않는 상태에서 유사한 증상을 보이기도 해 만성골반통증증후군으로 명명되는 경우도 있다. 이 질환은 50세 이하 남성이 흔히 겪는데 조사에 따르면 남성에서 5~9%의 유병률이 나타난다.

만성전립선염 발병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에 전립선이 감염되거나 자가면역질환, 스트레스, 골반 부위 손상, 신경학적 이상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증상은 빈뇨, 배뇨 통증, 고환을 비롯한 회음부와 골반부 통증, 잔뇨감을 비롯한 각종 하부 요로증상, 지속적인 불편감 등을 보인다. 

치료법은 주로 항생제, 알파차단제, 진통소염제, 골격근 이완제 등을 이용한 약물치료와 전립선 마사지와 온열 치료, 바이오 피드백 등이다. 염증을 유발하는 원인균이 명확하지 않고 원인이 다양해 치료가 어렵다. 재발도 잦아 삶의 질을 저하시키기도 한다.

▲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김세웅‧배웅진 교수 연구진이 치료가 어렵고 재발이 잦은 만성전립선염과 만성골반통증증후군을 전기 에너지를 이용한 체외충격파(ESWT, extracorporeal shock wave therapy)로 치료하는 연구에서 효과를 확인했다. 출처=서울성모병원

체외충격파 치료는 몸 밖에서 아픈 부위에 전기 충격파를 전달해 치료하는 방법이다. 주로 관절염이나 골반통 환자를 대상으로 통증을 완화시키거나 요로결석 치료로 사용되고 있다. 만성전립선염과 만성골반통증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저강도 체외충격파 치료는 직접 전립선에 저강도 체외충격파를 가해 혈관 재형성, 항염증 효과 등을 통해 염증 반응을 감소시키고 조직을 치유하는 원리다.

해외에서는 임상시험을 통해 특별한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치료법의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 전립선의 염증을 완화시키는 기전이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었고 한국에서는 연구결과가 없어 한국 남성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서울성모병원 김세웅‧배웅진 교수 연구진은 한국 만성전립선염과 만성골반통증증후군 환자에게도 저강도 체외충격파 치료 효과가 있을 것으로 착안하고, 우선 동물실험 연구를 통해 저강도 체외충격파 치료가 염증을 약화시키고 조직 회복을 촉진해 전립선염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전립선염의 염증 완화 기전을 확인했다. 다른 질환에서 체외충격파 치료가 염증을 완화시키는 기전에 대한 연구는 이뤄졌지만 전립선염에서 염증 완화 기전을 밝힌 연구는 처음이다.

연구진은 세포실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전립선염에 대한 저강도 체외충격파 치료 효과를 조사했다. 세포실험에서는 전립선염 세포에 염증 유발물질(lipopolysaccharide)을 처리한 뒤 저강도 체외충격파를 시행했을 때 염증 관련 물질(NF-kB, COX-2, Bcl-2, Bax, INOS)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쥐를 이용한 동물 실험에서도 저강도 체외충격파 치료 후, 염증 관련 물질(TLR4, COX-2, iNOS, NFkB)이 감소하고 염증이 완화된 조직검사 결과를 통해 체외충격파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측정한 결과 세포 실험에서는 전립선염 유발군 대비 40%, 동물실험에서는 60% 가량 발현량이 감소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전립선염의 염증 완화 기전이 TLR4-NFkB 경로를 억제해 통증의 주요 요인인 COX-2(cyclooxygenase-2)가 줄어드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곧 만성전립선염과 만성골반통증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해 저강도 체외충격파 치료의 개선 효과를 검증할 예정이다.

김세웅 교수는 “만성전립선염은 이전부터 여러 가지 약물 치료를 시도해도 완치되지 않거나 재발하는 경우가 잦아 병원 치료 뿐 아니라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시도하는 환자들이 많았다”면서 “치료 결과에 불만이 있던 환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배웅진 교수는 “외국에서는 저강도 체외충격파를 이용한 임상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이번 연구처럼 명확한 기전을 밝힌 보고는 없었다”면서 “이번 결과는 한국 의료기기를 이용해 그 기전을 밝혀냈다는 의미가 크며 임상 연구 진행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임상의과학자 연구역량강화사업의 세부 과제인 ‘난치성 전립선 질환 치료를 위한 전기자극 치료기 개발’ 연구 지원으로 이뤄졌다.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The Prostate’ 8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