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육아 비용은 소득 중위권 가족의 수입의 거의 30%를 차지한다.    출처= MSN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도 육아전쟁에 부모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고 CNN이 최근 보도했다.

이안과 니키 아길라르 부부는 지난 7월에 첫 아기 에밀리아를 낳았을 때의 기쁨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러나 이 새내기 맞벌이 부부는 아이를 돌봐 줄 동네 보육시설을 알아보고는 너무나 비싼 비용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플로리다 잭슨빌에 사는 이안은 보육시설에 아기를 맡기는 비용이 월 1000달러에서 1200달러까지 한다는 것을 알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공인 금융설계사인 아길라는 아이를 하나 더 갖기를 원하지만 그렇게 되면 모기지 상환비보다 아이 양육비가 더 많이 들어갈 것 같아 걱정이 태산이다.

“아이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모두 합하면 모기지 상환금을 훌쩍 뛰어넘더군요. 그건 결코 우리가 바라는 삶이 아니에요.”

경제정책연구소(Economic Policy Institute)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주의 육아 보육비용은 년 평균 9238 달러(1100만원), 한 달에 770 달러(92만원)로 전국 육아 보육비용 비교에서 하단에 위치한다. 가장 비싼 곳은 워싱턴 DC로 이 지역에 사는 부모들은 년 평균 2만 4243달러(2900만원), 한 달에 2020달러(230만원)를 육아 비용에 지출한다.

하지만 그 평균 비용이 다가 아니다.

경제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워싱턴 DC와 33개 주에서 1년 육아 비용은 해당 주의 대학 1년 수업료보다 더 비싸다. 또 워싱턴 DC의 경우, 평균 연간 육아 비용은 이 도시의 평균 주택 임대료보다 27% 더 많이 든다. 육아 비용이 소득 중위권 가족의 수입의 거의 30%를 차지하는 것이다.

그것은 정부가 ‘감당할 만하다’고 간주하는 수준을 훨씬 능가하는 비용이다. 경제정책연구소의 데이터 분석가 제인 마키버는 "정상적인 상황에서 육아 비용이 가계 수입의 7%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 7%는 정책 입안자들이 달성하기에 적당한 목표다. 그러나 육아 비용이 30%에 육박한다면 분명이 무슨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육아 비용이 가장 낮은 미시시피주에서도 육아 비용은 중위 가족 소득의 약 12%를 차지한다.

부모들의 비명

워싱턴 DC에 사는 변호사인 마리아나 고메즈는 지난 1년 동안 4살짜리 딸 줄리아나와 2살짜리 아들 벤을 위해 매달 거의 5천 달러를 양육비로 지불했는데, 이는 그녀의 모기지 상환금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다.

다행히 올해, 그녀의 딸 줄리아나가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공립 유아원의 공공 프로그램에 들어간 덕분에 한달 육아비는 월 3000달러로 줄었다.

고메즈는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녀와 언론사에서 일하는 그녀의 남편 댄보크는 20만 달러의 학자금 대출도 가지고 있다. 고메즈는 25년 상환계획으로 대출금을 갚고 있는데, 그 때문에 401(k) 퇴직연금도 겨우 내고 있으며 자동차도 16년 된 낡은 혼다자동차를 타고 다닌다.

▲ 절반 이상의 엄마들이 육아 비용을 아끼기 위해 근무 시간을 단축했고 4분의 1은 직장을 그만뒀다. 실제로 둘째 아이가 태어났을 때에는 일을 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훨씬 더 손해였다.   출처= Today’s Parent

2살짜리 막내 벤은 다른 가정과 비용을 분담해 고용한 돌보미가 돌본다. 고메즈의 기본 몫은 한 달에 약 2500달러다. 그러나 돌보미 인건비 외에 돌보미의 세금, 건강보험, 유류비까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들어가는 비용은 더 크다. 공립 유아원에 다니는 딸 줄리아나도 월 500달러 정도 하는 방과후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뉴올리언스에서 금융설계사로 일하는 라이언 프레일리치는 2살짜리 딸 엘리야를 유아원에 보내는데 한 달에 700달러의 비용이 든다. 그녀에게 육아비는 가장 큰 지출 항목이다. 그녀는 ‘특히 육아 비용이 임금보다 더 빨리 오를 때’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아동 및 노인 케어를 돕기 위한 공익법인인 케어닷컴(Care.com)이 맞벌이 부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31%는 양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빚을 더 냈고, 37%는 빚 상환을 중단했으며, 37%는 저축을 중단했다고 답했다. 이들 가정이 소득의 15%를 은퇴 준비에 남겨 두어야 한다는 전통적인 재정 규칙을 따르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한 일이다.

일을 계속 해야 하나 그만둬야 하나?

Care.com의 같은 조사에 따르면, 부모들의 거의 3분의 2가 아이 양육 때문에 그들이 일하는 직장, 일하는 시간을 완전히 바꾸었다. 전체 부모 중 26%는 정규직에서 파트타임으로 전환했고 36%는 육아 비용을 절약할 수 있도록 좀 더 유연한 근무 시간을 요구했다.

특히 엄마들은 아이 양육 때문에 경력을 희생하고 있다. 절반 이상의 엄마들이 육아 비용을 아끼기 위해 근무 시간을 단축했고 4분의 1은 직장을 그만뒀다.

워싱턴 DC에 사는 제니 슈마커도 직장을 그만 둔 사람들 중 하나다. 6살과 2살 된 두 딸의 엄마인 그녀는, 육아 비용이 세금, 노조비, 연금 등을 공제한 급여와 거의 동일한 수준에 육박하자 공립학교 미술 교사직을 그만두기로 선택했다.

"육아 비용을 지불하고 나면 일주일에 손에 남는 돈은 대략 100달러에 불과했지요.”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그녀가 일을 하지 않고 두 딸을 돌보는 것이 최선이라고 결정했다. 실제로 둘째 아이가 태어났을 때에는 일을 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훨씬 더 손해였다.

“나는 교육자로서 내가 가진 것을 성취하기 위해 일을 즐기고 매우 열심히 일했지만, 이제 아이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그립지만, 딸들을 아이들을 유아원에 맡기고 돌보미 비용을 내면서 돈을 날릴 수는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