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엇이 리더를 만드는 것일까? 정답은 ‘도가니’였다. 도가니(crucible)는 중세의 연금술사들이 금을 만들겠다며 각종 금속을 녹이던 쇠그릇을 말한다.

‘하버드 비즈니스리뷰 멘탈수업’(매경 펴냄)에 따르면, 리더십 연구가들이 오래 연구한 결과 진정한 리더십의 기준은 비전이나 지성이 아니라 역경을 대하는 방식이었다. 뛰어난 리더들은 혹독한 시련이나 역경 등 ‘도가니’를 경험했을 때 그곳에서 배움을 얻고, 자신의 가치관을 점검하고, 변화를 맞이했다.

◇시드니 하먼=1970년대 일이다. 하먼은 음향기기회사 하먼-카돈(현재 하먼인터내셔널)의 창업주이자 인근 지역의 칼리지 학장이었다. 어느 날 공장에 문제가 생겼다는 연락을 받았다. 공장은 열악했다. 10여명 흑인 노동자들은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거울에 광을 내는 힘든 일을 하고 있었다. 야간 작업은 오후 10시부터 휴식인데, 알람이 고장나자 경영진은 10분 뒤 다른 알람이 울릴 때까지 계속 일하라고 지시했다. 노동자들은 경영진의 지시를 거부했다. 공장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하먼은 현장에서 ‘협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이듬 해 하먼은 공장을 대학 캠퍼스처럼 개조했다. 노동자들이 공장운영을 맡도록 권한 대부분을 위임하고, 피아노 레슨 등 무료 강좌를 제공했다. 반대 의견을 언제든 적극 밝힐 수 있도록 조직 문화를 바꿨다. 하먼은 이를 계기로 ‘참여 경영’의 선구자가 되었다.

◇시드니 리턴버그=1949년 마오쩌둥의 중국공산당 정부는 리턴버그를 감옥에 가뒀다. 그는 영문도 모른 채 완전한 암흑 속에서 보냈다. 나중에서야 자신이 CIA로 오인 체포됐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격분하거나 공황상태에 빠지지 않았다. 수감직후 그는 어린 시절에 암송했던 4줄의 시구(에드윈 마캄 ‘원’)를 기억해냈고, 그것은 리턴버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열쇠였다.

“그들은 원을 그리고, 나를 밖으로 밀어냈다/ 이단자, 반역자, 경멸해야 할 존재/ 하지만 나에게는 이길 수 있는 사랑과 지혜가 있었다/ 나는 그들을 아우르는 원을 그렸다”

리턴버그는 이 시구를 되새기며 간수들을 자신의 원 안으로 끌어들였다. 그들과 발전시킨 관계가 그의 수감생활에 도움을 주었다. 유창한 중국어를 구사하는 그에게 설득된 간수들은 책을 가져다주고 양초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동료 수용자들은 대부분 분노를 폭발시키거나 침울해져갔다. 그들은 정말 미쳐가고 있었다. 그들은 그 상황을 극복해내지 못했다. 행복은 상황의 작용이 아니라 삶에 대한 관점에 달려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1955년 6년간의 투옥 생활 후 감방 문이 열렸다. 중국정부의 사과와 보상, 미국으로의 귀환을 약속받았지만 그는 거절했다. 중국에 남아 공산당을 위한 일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또 다른 시련이 닥쳤다. 문화혁명이 일어났다. 그는 주주의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10년 독방에서 복역하게 됐다. 이 시기에도 그는 연구하고 읽고 쓰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자신의 신념이었던 마르크스주의와 마오쩌둥에 대한 깊이 있는 의문을 제기할 기회로 삼았다. 그런 면에서는 두번 째 감옥은 자신을 잘못된 사상에서 해방시켜준 셈이었다.

출감 후 리턴버그는 아내와 함께 회사를 설립했다. 리턴버그 어소시에이트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사업적 유대를 도와주는 컨설팅 회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