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커피 전문 전시회인가, 인테리어 박람회인가.
전시회 주최 대행사 엑스포럼이 올해 18회째 주관한 커피 전문 전시회 ‘서울 카페쇼’ 현장을 둘러보며 든 생각이다. 좋은 맛을 추구할 뿐 아니라 방문한 카페에서 특별한 감성을 찾는 등 커피 소비 트렌드가 이번 전시회에 잘 녹아들어 있었다.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서울카페쇼의 현장은 커피를 주제로 열린 전시회답게 홀 내부로 들어서기도 전 건물 실내에 이미 원두향이 진하게 퍼져있었다.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던 방문객들도 “음~ 벌써 커피 향이 나네. 빨리 들어가보고 싶다”고 말하는 등 카페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1층 A~B홀, 3층 C~D홀 등 코엑스 전시 공간 4개에 걸쳐 전시장이 마련된 이번 카페쇼는 40개국 635개사가 참가해 2027개 부스를 오는 10일까지 나흘 간 운영한다. 원두, 디저트, 음료, 인테리어, 주방가전 등 커피 관련 분야의 국내외 업체들이 대거 참가해 카페를 구성요소별로 분해해 나열한 듯한 부스들을 줄지어 운영하고 있었다.
평일인 목요일이었지만 전시장이 막 문을 연 오전 10시부터 말 그대로 ‘문전성시’가 이뤄졌다. 방문객들 사이에서 발견한 특징으로 남녀노소가 고루 모여있다는 점이 있었다. 연령, 성(性) 뿐 아니라 국적도 다양했다. ‘커피에는 어떤 경계도 없다’라는 명제가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올랐다.
다양한 원두 상품이나 로스팅 기계, 에스프레소 머신 등은 전문적인 콘텐츠들을 주로 다루고 있어 일반 소비자에 가까운 입장에선 눈에 잘 안 들어왔다.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식기와 의자, 액세서리, 인테리어 소재 등 커피 외적 소재들이 단번에 눈길을 끈 요소들이었다.
인테리어 물품을 취급하는 업체의 부스에는 기존 커피 전문 매장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이색 제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울퉁불퉁한 굴곡이 규칙적인 패턴을 이루는 엠보싱 형태의 플라스틱 컵홀더나 코르크 소재로 만든 컵 등을 보고 만질 수 있었다. 이 제품들은 단열, 화상 위험성 축소 등 기능을 가늠하게 할 뿐 아니라 소유욕을 자극할 만큼 매력적인 모양새를 갖췄다. 간결한 디자인이 적용된 의자나 철 소재 인테리어 상품, 형형색색 직원 유니폼, 뱃지 등은 볼거리가 돼 전시장을 꾸미고 있었다.
카페가 식음료를 먹기만 하는 곳이 아닌 ‘감성을 소비’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최근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장면이었다. 물론 메뉴 맛이 좋은 점은 카페의 기본·필수 역량이다. 하지만 갈수록 많은 카페가 생겨나고 있고, 점포마다 전문성 갖춘 바리스타들이 경쟁력 있는 원두와 장비로 차별화한 맛을 제공하고 있다. 커피가 단순히 맛있는 것으로는 소비자 선택을 받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전시장에도 인테리어 상품과 이색 디자인을 적용한 제품 등을 진열한 부스에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무료 시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원두 공급사나 디저트·장비 등 분야 업체의 부스에는 사업 논의를 하는 사람들 외엔 인적이 드물 정도였다.
감성을 도모하는 아이템 외에도 눈에 띄었던 요소는 필(必)환경 콘텐츠다. 필환경은 기존 환경 친화적인 행보를 자율적으로 지키는 기조에서 더 나아가 환경보호에 의무감을 갖는 사고방식과 행위를 일컫는 개념이다.
이번 전시회장에는 종이 뿐 아니라 생분해 플라스틱, 소나무 등 필환경 소재를 도입한 빨대들이 진열돼 있었다. 탄소배출을 저감하는 등 환경 친화적인 공정으로 만들어진 텀블러, 소용량 포장재 등도 소개되고 있었다. 필환경 콘텐츠들은 공급자 뿐 아니라 해당 제품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도 환경을 보호하고 있다는 보람을 느끼게 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다만 이미 상용화한 제품 외엔 아직 국내 시장에 적용하기 힘든 제품들이 있어 아쉬움을 남겼다. 예를 들어 특수 공정을 통해 퇴비로 만들 수 있는 제품의 경우 이미 상용화했지만 국내 도입 사례는 전무하다. 해당 처리 공정을 갖추고 있는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이날 전시장에서 만난 한 빨대 제작사 A사는 미국, 영국 등 일부 국가에 수출해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아직 대량 생산이 현실화할 수 있을 만큼 시장 수요가 낮아 공급단가가 높은 점도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A사에 따르면 제품 공급단가의 경우 퇴비화 가능한 빨대와 생분해성 빨대가 각각 기존 플라스틱 빨대보다 4배, 6~7배 가량 높다. 실제로, 현재 종이 빨대 같은 필환경 제품을 도입한 업체도 자금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일부 유력 업체나 개인 매장에 한정된 실정이다. 전시장에서 만났던 필환경 제품은 방문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긴 했지만 ‘보여주기용’에 불과한 셈이다.
제18회 서울카페쇼는 카페 업계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소비자 니즈를 적극 반영한 성과물을 보고 만질 수 있는 점에서 우리나라 카페 산업이 발전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시장이 이상과 괴리되는 요소들을 품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도 해줬다. 산업이 앞으로 더욱 성장함으로써, 그간 참가자들의 오감을 만족시켜온 서울카페쇼에서 내년에는 더 많은 가치들이 제공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