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카오가 3분기 샴페인을 터트렸다. 대부분의 사업 영역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최고 수준의 실적을 기록해 눈길을 끈다. 꼬리표처럼 붙어다니던 ‘실질적인 매출과 이익을 내지 못한다’는 비판이 일정정도 사라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더 고무적인 사실은, 돈은 돈대로 벌면서 사업 전체에 튼튼한 성장가도가 펼쳐지는 대목이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컨퍼런스콜에서 "이제 카카오가 건강한 성장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여민수, 조수용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전현수 기자

고른 성장

카카오는 3분기 매출 7832억원, 영업이익 591억원을 기록했다고 7일 밝혔다. 3분기 기준 최대 매출이며 영업이익은 2015년 이래 가장 높은 성과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7%,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수치며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46%,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3% 증가했다. 영업이익율도 크게 올라 7.5%를 기록했으며 내년에는 두 자릿수 영업이익율도 점쳐진다.

플랫폼 부문 매출은 전분기 대비 7%,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한 3507억원을 기록했으며 톡비즈 매출은 톡보드 확대 및 카카오톡 기반 메시지 사업의 견조한 성장으로 1624억원을 달성했다.

포털비즈 매출은 광고 비수기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8% 하락했으나, 광고 플랫폼 카카오모먼트 및 검색 광고 고도화로 전년 동기 대비 9% 성장한 1261억원을 기록했다. 신사업 매출은 전분기 대비 22%, 전년 동기 대비 105% 증가한 623억원이다.

콘텐츠 부문 매출은 432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6%, 전년 동기 대비 25% 성장했다. 유료 콘텐츠는 카카오페이지와 픽코마의 국내외 이용자 및 거래액의 성장세에 힘입어 매출이 전분기 대비 13%, 전년 동기 대비 52% 성장한 919억원으로 확인됐다. 뮤직 콘텐츠 매출은 멜론 기존 이용자에 대한 리텐션 강화와 프로모션 효율화 노력으로 전분기 대비 5% 증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1515억원이다. 게임 콘텐츠는 전분기 및 전년 동기 대비 유사한 수준인 990억원을 기록했으며, IP비즈니스 기타 매출은 온라인 및 면세점 채널 확장에 힘입어 전분기 대비 10%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카카오M의 매니지먼트 IP 사업 확대와 카카오 IX의 국내외 채널 확장에 따른 매출 성장으로 79% 증가한 901억원을 기록했다.

▲ 톡보드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톡보드와 페이 역대급 성장...콘텐츠와 글로벌까지

카카오의 3분기 실적 중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톡보드 매출이다. 톡보드가 포함된 톡비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으며, 지금도 수직성장하고 있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12월에는 일 매출 최대 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20년 톡비즈 매출비중을 50%까지 올린다는 청사진도 나왔으며 내년 매출 목표는 1조원이다.

카카오톡 대화목록 탭에 뜨는 광고인 톡보드는 지난 5월 처음 공개됐으며 10월부터 OBT(오픈 베타 서비스)로 풀렸다.

이종원 카카오 사업전략팀장은 지난 6월 톡보드 설명회를 통해 “5월 서비스 출시 후 베타 테스트 동안 다양한 업종의 파트너가 참여해 구매, 상담 등 원하는 목적에 맞춰 캠페인을 진행했다”면서 “파트너들은 카카오톡 내에서 비즈니스 액션이 심리스하게 연결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며 이용자 편의성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내렸고, 성과 역시 기존 배너광고 대비 월등한 구매전환율을 기록했다”는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톡보드는 카카오 공동체의 핵심 자산 및 고도화 되고 있는 비즈니스 솔루션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카카오페이,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 핀테크와 커머스 플랫폼은 상품의 발견을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편리한 환경을 제공하며, 챗봇은 주문, 예약, 상담 등 다양한 비즈니스 소통을 지원한다. 최근 선보인 카카오싱크는 카카오톡 이용자가 손쉽게 파트너사의 회원 가입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 중심에서 카카오는 인공지능 기술과 카카오모먼트 등의 광고시스템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파트너와 이용자를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최초 톡보드가 출시됐을 당시 우려도 많이 나온 바 있다. 개인정보 논란이 대표적이다. 톡보드를 통해 상품을 결제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카카오톡에 가입된 고객의 개인정보가 브랜드에 넘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카오는 이러한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카카오톡에 너무 많은 서비스가 몰려 플랫폼이 무거워지고 있으며, ‘국민톡’의 반열에 오른 카카오톡에 기업광고가 들어가면 이용자들의 원성이 커질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많은 우려가 나왔지만 6개월이 지난 후 톡보드에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여 대표는 컨퍼런스 콜에서 “광고 상품력이 입증되고 있다”면서 “신규 광고주는 물론 기존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던 광고주도 톡보드에 합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도 주목을 받고 있다. 3분기 거래액만 12조9000억원을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배나 성장한 수치다. 올해 누적 거래액만 34조6000억원을 상회한다. 여 대표는 “온라인 결제부문에서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카카오 플랫폼 영향력 확장에 따른 현상으로 본다”고 말했다.

콘텐츠 분야의 성과도 나오고 있다. 카카오페이지와 픽코마, 다음 웹툰을 포함한 연 거래액은 올해 43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2900억원과 비교하면 48%나 성장한 수치다. 카카오페이지의 매출은 919억원, 카카오M은 901억원이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2%, 79% 늘어난 수치다. 2분기 다소 주춤했던 게임도 달빛조각사와 같은 히트게임의 등장으로 순조로운 행보를 보였다. 매출 기준으로는 전 분기 및 전년 분기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IP를 활용한 매출이 10% 올랐다.

신성장 동력으로 카카오 모빌리티의 컨디션도 살아나고 있으며, SK텔레콤과의 글로벌 전략도 눈길을 끈다.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및 모빌리티, 콘텐츠 분야에서 교집합을 가진 두 기업의 만남을 글로벌 전략으로 풀어간다는 것이 카카오의 설명이다.

카카오는 글로벌 전략을 구사하며 인도네시아 패스 인수까지 나아갔으나 결국 O2O 측면에서는 실패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카카오페이지와 픽코마를 필두로 글로벌 콘텐츠 전략은 성공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SK텔레콤과의 협력은 외연 확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카카오페이가 보인다. 출처=갈무리

뚜렷해진 카카오 스타일

카카오의 고무적인 3분기 실적, 나아가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장밋빛 전망을 두고 업계의 찬사가 쏟아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3분기가 ‘카카오 스타일의 재정립’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고 본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모바일 플랫폼을 중심으로 전략을 확장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파생 서비스의 스펙트럼까지 크게 넓히는 분위기다. 경쟁사 네이버의 경우 포털을 중심으로 각기 다른 서비스들이 연결된 구조라면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핵심으로 각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두 기업의 이색적인 행보는 핀테크 시장에 임하는 각기 다른 스타일로도 확인할 수 있다. 당장 네이버의 핀테크 선봉인 네이버 파이낸셜의 경우 이커머스 플랫폼의 존재감을 확보한 포털 인프라를 바탕으로 네이버페이라는 효과적인 ‘윤활유’를 가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확보해 포털을 중심에 둔 각각의 서비스가 수평으로 포진하는 형태다.

반면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에서 카카오페이 및 카카오뱅크와 같은 핀테크 서비스가 다른 서비스와 함께 수직으로 연결, 그 자체로 모바일 메신저의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카카오는 이 단계에서 확실한 스타일을 잡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