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자동차의 크기와 성능은 소비자의 생활 패턴, 추구하는 삶의 방향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여가수요가 높아지면서 SUV 시장이 확장된 이유다. 세단 시장 역시 변화를 맞고 있다. 넓은 실내공간과 풍부한 편의사양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고, 시장의 중심은 중형차에서 준대형 세단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이에 기아차는 지난 6월 K7의 부분변경모델 ‘K7 프리미어’를 출시했다. 세단의 대형화, 고급화 추세에 맞추는 것은 물론, X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디자인도 갖췄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동급 경쟁 차종이 따를 수 없는 경제성과 정숙함도 갖췄다.

▲ K7 프리미어 하이브리드. 사진=기아자동차

기자가 시승한 모델은 하이브리드 라인업의 최상위 트림인 '시그니처' 풀옵션 모델이다. 2.4 HEV 가솔린 엔진과 6단 자동 변속기를 통해 최고출력 159마력, 최대토크 21.0 ㎏·m의 힘을 낸다. 차체에 비해 작은 엔진이지만 모터출력(38kw)이 더해져 이를 상쇄한다. 급가속과 고속주행 모두에서 부족함 없는 성능을 보인다.

페이스 리프트 전 K7이 단정한 정장을 입은 '모범생' 느낌을 줬다면, K7프리미어 하이브리드는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에 슈트를 입은 듯한 모습이다. 보다 젊어졌다는 인상을 받는다. 40대는 물론 30대 직장인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이전 모델보다 길어진 전장(4995㎜)과 웅장한 인상을 주는 전면 음각 그릴, 제트라인(Z-Line) LED 주간 주행등은 외형에 역동감을 더한다. 기본 K7과의 차이점은 하이브리드 전용 휠 정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 K7 프리미어 하이브리드. 사진=이코노믹리뷰

내부 디자인도 보다 젊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든다. 운전석 도어와 클러스터, 센터패시아를 거쳐 조수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내부 라인을 그려냈다. 주요 부위에 적용한 원목 질감 우드 그레인 소재와 크롬 메탈은 차량에 품격을 더한다.

인포테인먼트 기능과 공조기 조작부는 단을 나눠 일렬로 깔끔하게 배열했다. 직관적인 아이콘과 텍스트, 버튼 구성을 통해 누구나 손쉽게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 K7 프리미어 하이브리드. 사진=기아자동차

K7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전기차와 같은 조작감을 보인다. 시동 버튼을 누른다고 해서 바로 엔진을 작동시키지 않는다. 모터로 운행하는 동안에는 매끄럽게 동작하고, 고속주행, 에어컨 작동, 배터리 충전 등 전기 계통에 부하가 가해져야 엔진이 제 역할을 찾는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정숙함이다. 전기모터가 작동하는 시속 40~50km 수준에서의 정숙성은 물론 시속 110km가 넘는 속도에서도 안정적이고, 조용한 주행이 이뤄진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특성도 있겠지만 차량 자체의 방음에 신경을 쓴 영향이다.

지난 6월 시승한 K7 프리미어 3.0 모델 역시 인상 깊은 정숙감을 보인 바 있었다. 외부의 소음 차단을 위해 차음 유리를 확대 적용했고, 하체 보강 및 차음재 보강을 통해 진동과 소음을 효과적으로 잡아냈다.

차체는 안정적으로 치고 나간다. 저속 도심 구간은 물론 고속도로의 제한속도를 훌쩍 넘기는 속도를 내도 출력 부족이나 굼뜬 반응은 없다. 덩치에 비해 작은 엔진을 달았지만 전기모터의 출력이 이를 충분히 커버해 준다.

아쉬움이 있다면 대지를 박차는 듯한 스포티함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하더라도 서스펜션의 세팅에는 큰 변화가 없다. 부드럽고 여유로운 승차감, 안정감 있게 밀어주는 느낌은 동급 차종 중 최고라 할 수 있지만 단단한 외관과 어울리는 탄탄한 주행 질감을 기대하지는 않는 것이 좋다.

▲ K7 프리미어 하이브리드. 사진=기아자동차

운전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설계도 대거 담았다. 12.3인치 풀스크린 전자식 클러스터는 하이브리드 차량이 노출해야 할 정보들을 충실히 보여준다. 주행 중 에너지 흐름도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배터리 사용 및 연비 주행 모드, 잔여 배터리 용량이 표시된다.

고속주행 시에는 계기판 그래픽이 주행 모드에 맞게 변경되고, 좌·우 차선 변경 시에는 계기판에 양쪽 상황이 표시되기도 한다. 대부분 DN8 쏘나타에 담긴 기능들이지만 주사율이나 해상도가 더 높은 듯 보이는 것도 좋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장착된 만큼 경제성 있는 연비를 보이는 것도 만족스럽다. 기아차는 복합연비 16.2km/l라고 설명했지만 고속도로에서는 20km/l에 가까운 평균 연비를 보여주기도 한다. 도심에서도 14km/l 이하로 연비가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K7 하이브리드는 트림별로 ▲프레스티지 3765만원 ▲노블레스 3942만원 ▲시그니처 4158만원에 판매된다.

▲ K7 프리미어 하이브리드. 사진=이코노믹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