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엊그제 ‘새해’라며 작심삼일 생각나게 하는 여러 계획들로 들떠 있었던 것 같은데 벌써 한 달이나 지났다. 작년 연말에 이어 올해까지 지난해 고마웠던 사람, 올해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과의 모임 약속이 이제는 막바지에 다다랐다. 올해도 건강하게 잘 지내보자는 의미에서 건강과 맛을 동시에 고려한 그러나 지루하지 않은 ‘퓨전일식’ 어떨까. 노랫말 가사처럼 신사동하면 생각나는 ‘그 사람’이 요즘 세대들에게는 ‘가로수길’ 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곳, 가로수길 뒷골목으로 들어가 ‘유노추보’로 발길을 옮겨 보자.

몇 년 전만 해도 특정 소수의 사람들만 알고 있었다는 가로수길, 이제는 웬만한 브랜드 커피숍에 다양한 종류의 레스토랑과 편집샵이 즐비한 곳으로 변모한지 오래다. 마치 예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이제는 갤러리, 쇼핑, 먹거리 등을 모두 갖춘 복합 문화공간으로 구경거리뿐 만 아니라 구미 당기는 음식들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함을 구비한 먹거리 공간에서 색다른 맛을 찾고자 한다면 퓨전일식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유노추보’에서 특별함을 경험해보자. 유희영 셰프가 운영하는 이곳은 기본적으로 일본스러움이 묻어나는 요리에 유희영만의 느낌이 가미된 특유의 독특한 메뉴로 고객들의 입맛을 자극한다.

북적대는 가로수길을 뒤로하고 뒷골목으로 쭉 걸어들어오면 ‘유노추보’가 자리하고 있다. 약 30석의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통유리와 우드 테이블이 깔끔하고 답답하지 않다. 오픈된 주방 공간은 셰프의 자부심과 고객에 대한 신뢰를 엿볼 수 있는 인테리어 아닐까 싶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2008년 개점한 ‘유노추보’ 1호점은 20대~30대를 공략한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의 인테리어로 꾸몄다. 2010년 바로 맞은편에 오픈한 2호점 ‘우노추보스시’는 40대의 아지트 느낌으로 약간은 어두운 조명과 아늑하고 독립된 공간으로 1호점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천장이 낮고 어두워 자칫하면 답답한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깔끔하고 정갈한 인테리어로 어느 정도 커버했다.

추천할 만한 요리는 퓨전일식 ‘광어카르파쵸와 루꼴라’. 신선한 광어회와 레트페퍼(통후추), 와사비 드레싱, 발사믹 드레싱에 정통 이탈리아 채소 루꼴라를 얹은 요리다. 원래 일식에는 샐러드가 없는데 2004년 유희영 셰프가 날생선을 이용한 샐러드를 개발한 것.

날생선을 샐러드로 먹으면 비린 맛이 있지만 루꼴라와 함께 싸 먹으면 담백하다. 루꼴라 자체도 첫 맛은 매콤하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을 내 광어와 환상궁합을 이룬다. 또한 와사비, 발사믹 드레싱의 조화가 고소함을 더해 입맛을 돋운다.

두 번째로 추천할 만한 음식은 ‘아게도후와 조갯살’. 일본에는 두부를 이용한 음식이 많은데 이 요리는 두부의 밋밋함을 덜기 위해 매콤한 조갯살을 더한 게 특징이다. 스키다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유 셰프는 데리야키 소스에 청양고추, 고추기름을 넣어 매콤함을 더한 조갯살 볶음과 전분으로 튀겨내 쫄깃한 식감의 껍질과 속은 부드러운 두부의 만남을 주선했다.

껍질이 없어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일품인 ‘소프트 셸크랩난반즈케’는 모든 연령대가 좋아할 만한 요리다. 소프트 셀크랩을 전분으로 튀겨낸 메뉴로 유자소스, 양파, 청경재가 들어간 난반스 소스가 새콤·달콤한 맛을 더한다. 여기에 부드러운 게의 바삭함과 양파 슬라이스가 깔끔한 맛을 가미해 느끼함 없이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낸다.

유희영 셰프는 추천 요리와 어울리는 술로 ‘남부비진 혼죠조’(720ml/65,000원)를 꼽았다. 이 사케는 이와데현 최고의 명주로 강한 향이 없고 부드럽고 차분한 맛이 특징이다. 맥주를 좋아한다면 산토리 프리미엄 생맥주(380ml/15,000원)도 좋겠다. 마무리로 광어, 안게와, 도미, 마쯔가와, 도로, 아마에비, 갈치 등 신선한 재료를 유노추보 스타일로 만든 정통 에도마에 스시 ‘케이스시’(9P/36,000원)를 먹는다면 든든하고 건강한 한 끼 식사로 충분해보인다.

미니 인터뷰 | 유희영 셰프
“셰프의 자존심 차별화된 메뉴에 담았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유노추보’ 오픈 계기는
내 요리를 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오너에게 “어디 칼국수 집 맛있더라. 거기처럼 만들어봐라”라는 말을 들을 때 제일 자존심 상했다. 구속 받는 게 싫었고, ‘음식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나름의 철학이 있기 때문에 내 공간을 마련했다.

왜 가로수 길인가
2008년 당시 가로수길 뒤쪽은 거의 주택가였고, 자기만의 독특한 세계가 있는 사람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 일반 사람들이 프라이버시를 지키고 싶어 했다면 그들은 아니었다. 거리에 앉아서 먹어도 좋아하는 자유로운 느낌이 있었다. 특히 디자인 회사 등 자유로운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는데 여기에 어울리는 오픈되고 편안한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다.
내부 인테리어 콘셉트는?
갤러리를 연상해 주방 내부를 오픈해서 만들었고, 이에 고객들이 테이블에서 주문한 음식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레스토랑 자체가 개방된 느낌으로 날씨가 좋으면 테이블도 밖에 내놓아 길과 매장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메뉴의 차별화가 강점이라던데
4년 동안 메뉴를 17번 바꿨다. 메뉴의 차별화를 통해 이곳에서 밖에 먹을 수 없는 요리를 만들었다. 지금은 대중화 됐지만 2000년, 야끼우동을 처음으로 만들었다. 대부분 메뉴가 다른 곳에 없는 것이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의 원천은
창의력은 훈련에 의해 만들어진다. 갑자기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재료는 뭘 준비해야 하고 내 주방에서 요리할 수 있나를 하나하나 따져가면서 이 범위 내에서 부족한 걸 수정해 가면서 조리 방법을 결정한다.

추천메뉴 광어 회와 발사믹 드레싱 루꼴라의 조화 ‘광어카르파쵸와 루꼴라’ 2만2000원, 튀긴 두부 위에 매콤하게 볶은 조갯살을 곁들인 ‘아게도후와 조갯살’ 2만2000원, 소프트 쉘크랩 튀김에 난반즈 소스가 일품인 ‘소프트 셸크랩난반즈케’ 2만4000원
위치 서울특별시 강남구 신사동 524-14. 가로수길 뒷골목 이면도로
문의 02)545-2811

이효정 기자 h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