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의 트럼프 스토리

스토리 구성의 5형식이라는 것이 있다.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 물론 최근 현대 스토리는 5형식보다 복잡한 경우도 많다. 그러나 크게 보면, 결국 5형식 형태이다.

2017년 1월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 유세에서부터, 당선에 이르기까지가 어메이징 스토리였던 트럼프 대통령. 하지만 취임 이후는 더 기가 막힌 어메이징 스토리이다.

지난 3년, 전 세계는 트럼프 대통령 원맨쇼에 홀딱 빠졌다. 과거 말을 타고, 장작을 패던 카우보이 레전드 레이건 대통령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레이건 대통령을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한 마디로, 가슴에 S자 로고를 붙이고 하늘을 나는 슈퍼맨 수준이었다. 세계 영화의 심장 헐리우드를 가진 나라 미국의 대통령다웠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호령에 혼나지 않은 세계 지도자가 없었다. 그런 지도자들을 쥐락펴락한 트럼프 대통령은 확실히 보통 사람은 아니다. 국제 정치의 예능화, 혹은 리얼리티 국제 정치. 어쨌던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 경영은 “You are fired.”를 외치던 NBC의 리얼리티쇼 『The apprentice』를 생각나게 하는 참으로 독특한 방식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치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위력이었다. 이전의 미국 대통령들은 미국의 국력을 과시하지 않았었기에, 세계는 막연하게 미국이 강하다는 사실만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건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Isolationism)’로 인해서, 세계는 미국의 국력을 새삼 실감했다.

그렇다면 2019년 11월, 지금의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의 통치 스토리 중에서 어디쯤 해당할까? 취임과 함께 발단은 이미 시작되었고, 3년의 과정은 전개로 보면 될 터인데, 그렇다면 천하무적의 트럼프 대통령은 남은 재임기간 1년을 무리 없이 보내고, 무난하게 재선에 성공해서 그야 말로 위기, 절정도 없이 바로 결말로 마무리 지을까?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다우지수

2019년 뉴욕증시 수익률은 벌써 2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10월 마지막 주까지 22% 수익률. 이대로 가면 연말까지 25% 이상 수익률을 올릴 전망. 하여튼 이런 엄청난 수익률은 지난 2013년 이후 6년 만에 최고. 특별히 S&P500지수 중 정보기술(IT) 종목들은 수익률이 37%까지 폭등하면서 오름세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11월 4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수익률 폭등의 뉴욕 증시에 대해서 이런 분석을 내놓았다. 개인소비와 고용시장의 훈풍 속에 미국의 탄탄한 내수 경기가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장자(莊子)에 등장하는 함포고복(含哺鼓腹)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복잡한 외적 변수는 많았지만, 그래도 세계 경제는 안정적 성장세였다. 브렉시트의 잡음 속에서도 유럽 지수는 15% 성장했고,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도 중국 역시 10% 상승했다. 심지어 신흥시장까지도 9% 수익률을 올렸다. 그러나 그 어느 나라도 미국의 수익률을 능가하지 못한다. 2019년 올해 세계 증시는 기승전뉴욕증시였다.

 

또다시 등장한 여론 조사

지난 11월 4일, 미국 뉴욕증시에 대해 우호적인 평가를 내놓은 월스트리트저널. 그런데 월스트리트저널은 그 전날 11월 3일, NBC 방송과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과 해임에 대해 찬성과 반대를 묻는 내용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및 해임에 찬성하는 사람은 49%, 반대하는 사람은 43%로 집계됐다. 10월에 실시된 같은 여론 조사와 반대 상황이었다. 그 당시에는 반대 49%가, 찬성이 43%이었다. 한 달 사이에 상황 역전이 벌어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 대한 질문도 몇 가지 있었다. 직무 수행 지지도는 45%였다. 10월 직무 수행도는 43%, 11월에는 전 달보다 2%포인트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53%였다. 그리고 경제 분야 직무 수행 지지도는 52%였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유권자들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었다. 응답자 중 46%가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34%만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답했다.

절반 전후로 맞붙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찬성과 반대는 처음부터 공화당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의사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공화당 지지자가 갑자기 민주당 지지자로 변신하거나, 민주당 지지자가 별안간 공화당 지지자로 탈바꿈하는 경우는 없다. 그러므로 이런 여론조사는 기실 아무짝에 쓸모없는 언론의 여론몰이에 불과할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오르는 질문

미국 하원의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 통과. 그러나 상원에서는 결코 탄핵안이 통과할 수 없다는 사실을 트럼프 대통령은 알고 있다. 53석으로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에서 47석 민주당 쪽으로 20석 이상의 대거 이탈표가 나와야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67석을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탄핵안은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해프닝인 셈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큰 무리 없이 2020년 11월 3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이다. 그리고 앞서 NBC 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이 여론조사에서 밝힌 대로, 경제 분야 직무 수행 지지도 52%를 바탕으로 재선에 낙승할 가능성이 높다. 그것이 바로 2019년 11월 현재까지 구축된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에 대한 예측 시나리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떠오르는 의문이 있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미국 뉴욕증시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대통령 선거가 열리는 2020년 11월 3일까지 향후 1년 내내 상승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각되는 것이 이란, 북한, 베네수엘라 같은 갈등 지역에서의 국지전 발생 가능성이다. 최근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 “수개월 내 좋은 결과”를 거듭 희망한다고 한 발언은 작금의 상황과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념해야 할 사안이다. 미국이 지향하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은 영구불변이다. 따라서 “수개월 내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 미국은 대화가 아닌 방식도 취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어메이징 스토리. 발단, 전개를 지나, 조만간 위기 국면을 통과할 것 같다. “수개월 내 좋은 결과”는 북한에게가 아니라, 자국 미국이 바라는 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