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국내 김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주요 식품업계들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국내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김은 국내에서 반찬으로 한정되지만 해외에서는 스낵 등 건강식품으로 여겨지면서 카테고리가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김이 ‘K-김치’와 ‘K-만두’에 이어 글로벌 K-푸드로 성장할 수 있는지 주목하고 있다.

5일 농식품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한국의 김 수출액은 사상 최초로 5억 달러를 돌파하고, 지난해에는 5억 2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2010년 김 수출액이 1억 달러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해 8년 만에 5배 가량 급증했다. 그야말로 국내 생산 농수산물 중 수출 1위로 ‘식품 산업의 반도체’로 불리고 있다.

김의 생산은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만 이뤄진다. 그 가운데 세계 김 시장에서 한국 김의 시장점유율은 55%에 이른다. 세계에서 소비되는 마른 김의 절반이 한국산인 셈이다. 일본 김 시장은 자체 내수 시장에서만 100% 소비가 이뤄진다. 중국은 자국 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글로벌 김 시장점유율이 절반을 차지하는 만큼, 성장 가능성도 높다고 볼 수 있다.

▲ CJ제일제당 글로벌 비비고 김 제품. 출처=CJ제일제당

국내 아닌 해외로 조준 시작
해외시장에서 김의 관심도가 높아지자 국내 식품기업들도 해외로 눈을 돌려 영토 확장에 힘쓰고 있다. CJ제일제당은 K-푸드의 인기 품목으로 자리 잡은 ‘비비고 만두’에 이어 차세대 먹거리로 김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대륙별 생산 거점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미국 시장을 겨냥해 캘리포니아에 김 전문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될 이 공장은 내수 시장은 물론 향후 북미와 남미까지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핵심국가인 베트남에서도 생산기지 확대에 한창이다. CJ제일제당은 2016년부터 김 생산설비를 투자해 생산 중이다. 최근에는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공장을 3배 규모로 늘리고 있다, 연간 50톤 규모의 생산량을 150톤으로 확대하는 증설 투자다. 중국에서도 2년 전부터 ‘비비고 칩’을 생산하며 시장 지배력 확대를 가속화하고 있다.

R&D 역량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물김 블렌딩을 통해 제품에 최적화된 마른 김을 가공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자체 개발로 특허 출원한 향미강화기술과 가스직화구이기술로 김 본연의 맛과 바삭한 식감을 구현할 수 있는 경쟁력도 갖췄다. 현지인들의 식문화와 입맛을 고려한 현지화 제품으로도 차별화하고, 지난해 3명에 그쳤던 김 연구원도 6명으로 확대했다.

▲ CJ제일제당 애니천 스낵김 제품. 출처=CJ제일제당

장승훈 CJ제일제당 Seaweed&Snack담당 부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K-푸드로 김을 지속적으로 육성해 2023년에는 매출 규모를 2배로 키우는데 주력할 방침”이라면서 “현지 식문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현지화 제품 개발에 힘쓰고 세계적인 식품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연구와 기술 투자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과 기업도 김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오리온은 최근 태국 김스낵 전문기업 ‘타오케노이(TKN)’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중국 내 독점 판매권을 획득했다. TKN은 태국 김스낵 시장에서 7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으로, 우수 품질의 한국산 김을 주원료로 사용하며 중국 시장에서 8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이로써 오리온은 TKN의 중국 판매를 모두 오리온이 담당하게 된 셈이다.

현재 중국 내 김 스낵 시장은 연간 약 50억 위안 규모로 추정되며 웰빙 트렌드 영향으로 연평균 15%씩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오리온은 중국 진출 이래 25년간 탄탄하게 구축한 영업망을 통해 TKN 제품을 중국 전역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번 유통 사업 확장은 오리온이 보유한 강한 브랜드력과 채널을 활용해 유통 분야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보통 규모가 있는 기존의 식품사들은 보유한 유통력을 발현하기 위해 타 브랜드의 상품 판매를 늘리곤 하기 때문이다.

▲ 오리온과 TNK 업무협약 체결식. (왼쪽부터) Ms. Orrapat(TKN 총괄이사), Mr. Itthipat(TKN CEO), 허인철(오리온 부회장), 박세열(오리온 중국법인 경영지원부문장). 출처=오리온

오리온은 “이번 업무 협약을 통해 오리온은 기존 파이, 스낵, 비스킷, 껌 등 전통적 제과 제품을 넘어 김스낵까지 시장을 확대하며 매출 증대와 함께 중국 사업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상도 중국, 인도네시아, 미국, 베트남, 캐나다 등 23개국에 김을 수출하며 해외 시장 진출을 활발히 하고 있다. 지난해 대상이 김으로 올린 수출 실적만 19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4년과 비교해 200% 가까이 성장한 수준이다. 최근에는 할랄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본격적으로 김 생산을 시작한 데 이어 동남아 국가와 중동 시장에도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 대상 청정원의 키즈 미니 김 제품. 출처=대상

국내 김 시장 1위인 동원F&B도 꾸준히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동원은 ‘양반김’은 중국, 미국, 일본 등 25개국 이상으로 수출되고 있다. 1989년부터 김 수출을 시작해 지난해에는 수출액 100억원을 달성했다. 최근에는 태국, 중국 등 동남아 시장을 겨냥한 스낵 콘셉트의 ‘키미(Kimmy)’ 등 현지 맞춤형의 신제품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성장 가능성이 큰 신흥국 시장으로도 진출하고 있다.

국내는 생소한 ‘김 스낵’, 해외는 왜 먹힐까?
국내 시장에서는 김이 스낵으로 소비되기 보다는 여전히 밥반찬으로 경우가 많다. 쌀밥과 찰떡궁합을 이루고, 짭짤해 단독으로 먹긴 보다는 볶음밥이나 다른 식품과 함께 소비된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김이 비타민과 단백질, 무기질이 풍부해 미국과 유럽에선 ‘슈퍼 푸드’로 불리며 건강 스낵으로 분류된다. 특히 한국 김 특유의 바삭한 식감과 고소한 풍미로 간식이나 맥주 안주 등으로 인기가 높다.

예를 들어 CJ제일제당 김이 김치와 만두와 함께 인기를 얻는 이유는 미국, 베트남 등 글로벌 시장에서 재평가 받고 있기 때문이다. 칼로리는 낮지만 영양이 풍부해 웰빙 간식을 소비하고자 하는 이들의 니즈를 충족시킨 것이다.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차별화된 맛으로 승부수를 띄운 점도 주효했다.

▲ 동원은 양반김 CM송을 뉴트로 감성으로 살리면서 배우 김유정을 모델로 앞세운 CF 선보였다. 출처=동원그룹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코스트코 등 대형마트와 아마존에서 판매 중인 ‘애니천 유기농 김·김스낵’ 제품을 꼽을 수 있다. 참기름, 와사비, 씨쏠트(Sea Salt) 등 다양한 맛으로 선보인 이 제품은 월 평균 10억원 이상 팔리고 있다.

김은 더 이상 동양에서만 주로 먹던 해조류가 아니다. 건강식품으로 인정받으면 수출 효자상품으로 등극하고 있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2007년 49개국이던 수출국가도 2007년 49개국에서 지난해 136개국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해양수산부도 2024년까지 김 수출 1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힌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 방침 아래 양식어가, 마른김 가공업체, 조미김 가공업체로 분업화된 영세한 산업구조 개선과 함께 지속적인 해외수요 창출, 품질위생 관리 강화, 고부가가치 신제품 개발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강지선 코트라 무역관은 “김은 가정 식탁에 반찬으로 꾸준히 올라오고 있지만 국내 김 시장은  포화상태로 제품의 차별성이 필요한 시점이다”면서 “반면 김의 글로벌 수출 시장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어 기업 매출 면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김이라고 하면 단순히 밥반찬으로 먹는 일반 조미 김만을 떠올리는 시대는 지나고 건강한 간식 이미지로 자리잡기 시작했다”면서 “김 가공 제품을 발굴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이 국내외 김 시장을 발전하고 확장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계속해서 기업들의 다양한 김 스낵 개발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