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올해 9월부터 시장금리 상승으로 대출이자가 반등하면서 주요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통해 차입금 상환에 나서고 있다. 국고채 금리가 지난달부터 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우량채권에 대한 투자선호가 증가한 점을 고려해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차입금 상환 추세는 연말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기업대출 비중을 당분간 크게 확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주요 기업들은 낮은 금리의 회사채에 몰두해 은행대출을 외면하는 투자심리가 이어질 전망이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공모시장을 통해 회사채를 발행한 15개 기업(금융사 제외) 중 8개 기업이 회사채 발행 재원을 통해 차입금을 상환했다. 차입금을 상환한 곳은 △LS산전 △현대엘리베이터 △SK케미칼 △AJ렌터카 △SK텔레콤 △S-Oil △두산인프라코어 △현대종합상사 등이다.

◇ 단기차입금 상환 확대에 장기부채 늘어나

회사채 발행을 통해 기업어음 등을 상환한 기업은 장기 부채가 늘어나 향후 차환해야 할 회사채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현대엘리베이터는 1000억원의 회사채를 2%에 발행했고 이 가운데 350억원은 농협은행과 국민은행에서 빌린 차입금을 상환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빌린 대출금리는 각각 3.060%(200억원), 3.640%(150억원)으로 회사채 금리보다 더 높다.

SK케미칼도 지난달 1450억원의 회사채를 각각 2.166%(700억원), 2.771%(750억원)에 발행했고 이중 290억원은 은행에서 빌린 차입금(시설·일반대금)을 상환했다. SK케미칼의 차입금 만기일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지만 조기에 상환한 점이 주목된다. 시설자금을 위해 산업은행에서 빌린 차입금은 2023년 3월이 최종만기일이고 시중은행에 빌린 일반차입금은 2020년 6~7월이 만기일이다.

SK케미칼은 조달비용이 낮은 회사채 발행을 통해 단기차입금을 상환하고 이를 위해 수요예측 이후 회사채 발행액을 증액하기도 했다. SK케미칼은 800억원 모집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2050억원의 사전청약이 발생해 기존보다 650억원 증액 발행했다. 

▲ SK케미칼 단기차입금 상환 내역.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특히 5년만기 회사채를 450억원 증액 발행해 장기부채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렌터카 전문업체인 AJ렌터카도 지난달 1200억원의 회사채를 1.956%에 발행해 550억원은 회사채를 차환하고 나머지 650억원은 기업어음을 상환하기로 결정했다. 기업어음 중 이달 초 빌린 차입금은 각각 2.48%(200억원), 2.43%(400억원)으로 회사채 발행 금리보다 높았다.

이달 초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두산인프라코어는 300억원 모집 전액을 단기차입금을 상환하는데 지출할 예정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2014년 3년만기 리보(LIBOR)+2.76%의 금리로 약 851억원을 빌렸다.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이번 회사채 발행액 전액을 해당 차입금을 상환하고 부족분은 보유자금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9월 대출금리 가중평균금리 3%대 반등…채권시장 강세 언제까지 지속될지 미지수

한편 경기부진과 연말 실적부진에 따른 우려, 금리방향성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채권시장의 활기가 계속될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이에 추가 자금조달에 대한 셈법이 복잡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7월과 10월 각각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채권 시장에서는 더 이상 금리가 인하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시장금리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회사채시장의 금리산정 기준이 되는 국고채(3년물) 금리가 지난달 25일 최고점(1.52%)을 찍었고 1일 종가기준 1.47%를 유지중이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오히려 국고채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안심전환 대출에 따른 MBS발행 물량 확대 등으로 시장금리도 상승하면서 대출금리도 오름세다. 대기업의 경우 지난 9월 대출 평균금리는 3.30%로 전월 대비 0.19%포인트 올랐고 중소기업은 3.50%로 전월 3.45% 대비 0.05%포인트 상승했다.

이경록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글로벌 금리반등과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면서 금리가 상승흐름을 지속중”이며 “추가인하에 대한 속도조절과 수급우려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