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금융 플랫폼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네이버가 인터넷전문은행에는 선을 긋는 한편 네이버페이 기반의 금융 서비스 전략을 전개하는 가운데 카카오는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를 바탕으로 카카오페이, 나아가 가칭 카카오 손해보험까지 가동하며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 네이버페이의 존재감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네이버

네이버파이낸셜의 그림은?
네이버는 지난 9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네이버페이 CIC 분사 결정을 내렸고, 1일부터 네이버파이낸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전략적 파트너인 미래에셋으로부터 5000억원 이상을 투자받은 상황에서 네이버에서 기술, 서비스, 비즈니스 영역 등을 총괄해온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신설법인의 대표를 맡는다.

네이버는 “결제는 돈을 이체하는 송금과 달리 사용자가 상품을 소비하면서 돈을 지불하는 고관여 행위로, 신규 법인은 해당 경험을 금융 영역으로 보다 쉽고 재미있게 연결해 사용자들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시도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네이버파이낸셜의 그림은 지난달 31일 네이버 실적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일부 공개됐다. 실제로 최인혁 대표는 “네이버파이낸셜의 금융상품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2년에서 3년 후 주식 및 보험 서비스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장 서비스에 이목이 쏠린다. 네이버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소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직접 계좌를 개설할 수 없다. 다만 금융사와 제휴해 다양한 금융상품을 출시할 것으로 보이며 이를 바탕으로 예적금 서비스를 운용해 체력을 키울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계에서는 네이버와의 물밑협상을 이어가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최 대표가 다양한 금융상품의 출시를 예고한 가운데 업계의 시선은 네이버파이낸셜의 강점에 집중되고 있다. 이는 ‘커머스 기반의 플랫폼, 네이버페이의 경쟁력, 강력한 데이터’로 수렴된다.

현재 네이버는 이커머스 시장의 최강자로 봐도 무방하다.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은 9월 한달 간 한국 이용자가 주요 인터넷 서비스에서 결제한 금액을 조사한 결과 이용자와 결재액이 가장 많은 온라인 서비스는 네이버로 확인됐으며, 이용자수만 1369만명이다. 결제액은 약 2조원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50대는 이베이코리아를 제일 많이 사용했으나 10대부터 40대의 선택은 모두 네이버였다.

네이버는 네이버 쇼핑에 쇼핑몰이 입점할 경우 2% 수준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의 커머스 영토는 해외직접구매와도 연결되어 있다. 중국 알리바바의 쇼핑몰인 알리익스프레스와 쇼핑 검색 제휴를 맺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네이버가 이커머스 플랫폼에 관심을 두고 해당 경쟁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직구 생태계도 아우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네이버는 모바일에서도 커머스 본능을 숨기지 않고 있다. 스와이프 기술을 바탕으로 일찌감치 커머스 기반의 플랫폼 운용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심지어 인플루언서 중심의 커머스 로드맵도 마련하고 있다.

네이버의 이커머스 경쟁력은 국내 1위 포털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하지만, 네이버페이의 강점도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네이버페이는 네이버의 전체 금융 플랫폼 강화에서 핵심적인 로드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네이버파이낸셜의 큰 그림은 커머스 중심의 기반 플랫폼이 큰 역할을 하지만, 이를 가능하도록 만든 것은 네이버페이다. 네이버페이는 네이버의 커머스 경쟁력이 커질수록 이와 비례해 상승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커머스 전략과 엄청난 시너지를 낸 바 있다. 네이버의 핵심 비즈니스인 스몰 비즈니스 정국에서도 네이버페이는 위력적인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당연히 네이버파이낸셜의 ‘척추’도 네이버페이로 볼 수 있다.

자연스럽게 양질의 데이터가 모일 수 밖에 없다. 결국 네이버파이낸셜은 커머스 기반의 플랫폼으로 발전하는 네이버의 기본 전략을 바탕으로 네이버의 모든 서비스에 침투하는 한편 셀러들까지 묶어내는 네이버페이의 존재감을 무기로 삼아 양질의 데이터를 운용해 특화형 금융상품을 내는 방향성이 유력하다.

이 지점에서 네이버파이낸셜의 ‘출발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아니기 때문에 계좌를 직접 개설할 수 없고 금융권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일반적인 은행의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지만, 사업의 중심은 결제에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결제는 돈을 이체하는 송금과 달리 사용자가 상품을 소비하면서 돈을 지불하는 고관여 행위로, 신규 법인은 해당 경험을 금융 영역으로 보다 쉽고 재미있게 연결해 사용자들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시도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가 송금을 통해 지금의 자리에 올라 시간이 지나고 결제 인프라를 가져가는 것과 달리, 네이버파이낸셜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일각에서 네이버파이낸셜을 두고 ‘네이버 본연의 플랫폼 강화에 방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네이버는 브이 라이브 등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진행하며 대부분 네이버페이 인프라를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네이버파이낸셜도 ‘송금’이라는 ‘은행’ 본연의 모습을 거부하고 네이버 플랫폼 전반의 결제 인프라에 집중해 다양한 파생 서비스를 연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물적 분할 형태로 분사되지만, 서비스와 기능은 네이버 본연의 플랫폼과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이렇듯 네이버파이낸셜은 커머스 본능, 네이버페이의 무기화, 양질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협력을 통해 기존 은행의 역할도 조심스럽게 넘보는 한편 결제에 방점을 찍어 ‘돈’이 나오는 금융 상품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오픈뱅킹 시대를 맞아 금융 데이터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고, 라인을 통한 글로벌 전략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 카카오의 개발자 컨퍼런스인 if kakao에서 정규돈 카카오뱅크 CTO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카카오

카카오의 전략
카카오의 금융 플랫폼 전략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간편결제인 카카오페이로 분류된다.

카카오뱅크는 이미 안정권에 들어왔다는 평가다. 성과 자체가 고무적이다.

지난 8월 열린 카카오의 개발자 컨퍼런스인 if kakao에서 정규돈 카카오뱅크 CTO는 “출시 2년 만에 계좌를 만든 고객은 1000만명을 넘겼고 모임 통장 회원이나 신원등급 조회 회원을 합치면 1200만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다”면서 “고객 45%가 2030세대일 정도로 젊다”고 말했다. 1, 2분기 흑자행진을 거듭하는 한편 몸집도 크게 불리고 있다. 은행에서 자산을 평가하는 기준은 수신과 여신이며 카카오뱅크는 9월 기준 예금과 적금액 17조5000억원, 여신에 해당하는 대출의 기준은 11조3000억원이다. 정 CTO는 “국민은행과 같은 메이저 은행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지방의 중견급 은행 수준에는 도달했다”고 말했다.

조만간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대주주가 되어 더욱 본격적인 핀테크 전략을 구사할 전망이다. 기존 은행의 흐름을 모바일로 끌어내며 성과를 내는 상황에서, 역시 오픈뱅킹 시대에 맞춰 고무적인 화학반응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는 2014년 9월 설립되어 2017년 4월 분사한 가운데, 이미 다양한 서비스를 다수 발표하고 있다. 통합자산조회 및 생활금융 전반에 깊숙이 침투했다는 평가다. 특히 배송 서비스에 시선이 집중된다. 지인 선물, 중고 거래, 쇼핑몰 반품 등 다양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개인간 물품 거래에 자사 결제, 송금 서비스의 장점을 접목해 카카오톡 친구에게 메시지 보내듯이 편리하게 구현되는 서비스가 핵심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아파트앱 모빌을 전격 인수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은 가칭 카카오 손해보험 출시로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 카카오페이의 존재감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카카오

일본과 마카오에도 진출했으며 증권사도 인수했다. 주인공은 바로투자증권이다. 바로투자증권은 2008년 설립됐으며 지난해 매출 573억 원, 영업이익 73억 원을 기록한 기업금융 특화 중소형 증권사다. 나아가 간편결제 서비스 중 최초로 iOS 콘텐츠 플랫폼에 카카오페이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카카오페이는 네이버의 서비스에 녹아든 네이버페이와 비슷한 로드맵을 보여주고 있으나, 네이버페이가 자사 서비스의 윤활유로 작동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카카오페이는 생활밀착형 서비스에 더 밀접하게 접근했다. 카카오톡이라는 국민 모바일 메신저를 타고 외연을 확장했으며, 최근에는 카카오톡에 다양한 매출 서비스가 붙으며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결국 카카오의 금융 플랫폼 전략은 전통적인 은행의 혁신에서 시작한 카카오뱅크, 여기에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페이로 좁혀진다. 포털을 중심으로 하는 네이버파이낸셜과, 모바일 메신저에 기반을 둔 카카오의 금융 플랫폼의 차별적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