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이코노믹리뷰 DB

[이코노믹리뷰=우주성 신진영 기자] 영등포에 사는 직장인 김씨(28세·여)는 꽤 오랜 기간 청약 통장에 돈을 모아왔다. 현재 주택 청약제도에 불만이 있다면 '가산점 기준'이다. 김씨는 "현재 1인 가구가 많은데 4인 이상 다가구랑 비교를 하는게 불공평하다"며 "청약제도의 가산점 기준에 불만이 있다"고 말했다. 

실소유자를 위한 청약 가점제도가 시장에 발 맞추지 못한 채 ‘내집 마련’의 꿈을 꾸는 무주택자를 울리고 있다. 집값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자주 바뀌는 청약 조건과 만만찮은 가점 기준은 집을 구하려는 청년 무주택자가 주택청약제도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이유다. 김씨는 "가산점 차이에 불만이 있다"며 "청약 통장을 오래 관리해도 1~2년차가 되면 1순위가 돼 가산점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가점 기준을 충족해도 현금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왕십리에서 출퇴근 하는 직장인 안씨(31세·남)도 9년짜리 청약 통장을 가지고 있다. 안씨는 “청약가점이 30대 초반 사회초년생에게 불리하기도 하지만, 가점을 모아도 바로 현금이라는 관문이 남아 있다"며 "자가 마련은 말 그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지 않을까”라고 하소연했다. 청약 통장을 막 준비하던 대학생일 때만 해도 대출을 통해 내 집 마련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안씨가 그런 생각을 갖는 순간 이미 인근지역 재개발 땅값은 생각하는 이상으로 뛰기 시작했고 땅값 상승으로 최근에는 재개발 아파트 분양 가격도 이중 삼중으로 상승세를 탔다. 10년 가까이 청약 통장을 준비해왔지만 그 사이 집값 상승은 몇배가 뛰어오르며 우월한 가점기준으로 분양을 기대했지만 분양가 9억원이상의 허들에 걸려서 현금을 쌓아놓지 않는다면 분양신청을 하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10년 공든 탑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 왕십리는 '왕십리 뉴타운' 인근 단지 주변으로 들썩이는 상황이다. 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왕십리 뉴타운에 조성된 ‘센트라스 아파트’의 59.99㎡ 실거래가는 계속 뛰는 상황이다. 입주 시기였던 2017년 1분기 이 단지의 59.99㎡ 실거래가는 5억8500만원 선에서 거래됐는데, 지난 8월 9억5000만~9억6900만원 선에서 거래됐다. 

이런 상황에 전셋집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안씨는 "월세 대신 1억2000만원 전세를 구해도 대출받아 빠듯한 상태다"며 "청약 통장이 의미가 없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안씨는 “청약통장은 있지만 점수가 높지도 않고 어차피 싱글남녀는 청약을 할 수가 없다"며 통장 가입기간이 길어봤자 의미도 없고 당첨된다 해도 살 수 없는 현실을 푸념했다. 

현재 청약 제도에 조건 기준이 까다롭다고 말한다. 안씨는 "다자녀나 무주택 기간 등 청약 기준이 있는데 사실 그 조건에 부합하는 것도 까다롭다"면서 "무주택자인데 부양가족도 있는 사람이 대출 없이 수억원 가량의 돈은 마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금이 많고 원천징수가 증빙이 되지 않는 사람만 집을 마련하기 유리한 게 아니냐"며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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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청약 제도는 신혼부부와 젊은층을 배려하지 못한다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아파트 분양현장에서 만난 서씨(30대 후반·여)는 청약 가점은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의 청약 통장 가점은 52점. 오늘 분양이 열린 단지의 예상 당첨 청약 가점에 조금 못 미치는 점수다. 

서씨는 “지금 청약제도나 주택 제도가 신혼부부나 젊은 층을 배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혼부부 특별공급 청약도 계속해서 넣어봤다"며 "우리처럼 아이가 두 명이라 네 식구인데도 순위 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현 청약 제도가 불만임을 드러냈다. 

서씨는 신혼부부 특별공급 청약을 넣었을 때, 예비 당첨자가 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특별공급 예비당첨에서 자녀순 등으로 뽑는 것이 아니라 무작위로 당첨을 했단다. 서씨는 “신혼부부의 경우 아이가 없는 신혼부부도 있고, 아이가 있는 신혼부부도 있는데 '예비당첨'이라고 무작위로 뽑는 것 같다"며 "다자녀가구와 아이가 없는 가구를 무작위로 추첨한다면 불합리한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서씨는 또 부동산 정책이나 대출 제도 개선이 오히려 날이 갈수록 자가 마련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점 등의 기준은 마련해도 대출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 그 점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서씨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 불만이 많다. 서씨는 “규제가 서울 뿐만 아니라 아파트값을 너무 올린다"고 말하며 "오른 대로 대출은 못받아서 이중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서씨는 비싼 분양가를 치를 수 없는 무주택자들의 대출을 막아 놓은 상황이 "'현금부자'들만 강남에 진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고 주장했다. 

곧 실시되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에 관한 이야기도 했다. 서씨는 "언론에서 집값이 앞으로 계속 오른다는데 상한제가 실시되면 서울 지역이 유독 오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분양가 상한제로 공급 주택도 줄어 제 주위만 봐도 2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양도소득세 때문에 처분을 못한다"며 "앞으로 공급이 제한되는데 집값이 오르면 어떤 대책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성토를 이어갔다.

서씨는 "마흔살 초반까지는 집을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된 이후에 대해 물었다. 서씨는 “결국 경쟁도 높아질테고 집값이 올라갈 것인데 대출도 더욱 힘들다"며 "악재가 겹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다"고 우려했다. 현재 그는 마포에 거주하고 있다. 지금 마포의 상황도 수년 새 두 배 이상 집값이 올라 일반 거래는 꿈도 못꾼단다. 서씨는 “일반 주택 거래도 여유자금을 몽땅 모아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며 "비싸기도 하고 대출 제한이 겹치면서 결국 현 제도는 지금은 우리에게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