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 도심에 들어선 플래그십 스토어가 애물단지가 되어간다. 브랜드 홍보를 위해 땅 값 비싼 번화가에 속속 들어섰는데 요즘 찾는 발길이 뜸하다. 화려한 인테리어와 넓은 공간만으로는 더 이상 고객 유인이 힘든 상황이다. 뾰족한 대책은 없는걸까?

일본 스트라이프 인터내셔널의 이시카와 야스하루 대표도 도쿄 시부야 한 복판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짓기에 앞서 고심했다. “패션을 어떤 맥락으로 팔아야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파고들 수 있을까?” 

궁리 끝에 나온 것이 ‘호텔 코에(Hotel Koe)’다. 플래그십 스토어를 아예 패션·베이커리·레스토랑·이벤트공간이 결합된 숙박시설로 만들었다. 이 곳은 순식간에 핫플레이스가 됐다.

‘도쿄 라이프스타일’ (정지원·정혜선·황지현 지음, 미래의창 펴냄)에 따르면, 이곳 체험은 이렇게 시작된다. ‘문을 열자마자 힙한 클럽 음악이 귀에 꽂힌다. 동시에 맛있는 빵 냄새가 코를 자극하며, 로비 오른편에서는 아티스트와 컬래버레이션해 제작한 독특한 의류들이 보여 시각·청각·후각까지 다채로운 감각에 휩싸인다. 호텔 룸은 패션 브랜드답게 의류사이즈처럼 S, M, L, XL로 구분돼있다.’

호텔 코에는 람보르기니 나이트, 밴드 ‘어썸 시티 클럽’ 공연 등 핫한 이벤트로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집객효과를 극대화한다. 다양한 이벤트 소식들과 호텔 내 맛집은 호텔 코에를 방문해야 할 마땅한 이유를 제공한다.

▲ awesomecityclub 인스타그램

과거 라이프스타일이 동질화된 시대에는 누구나 매출 1위 브랜드를 선택했다. 지금처럼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화된 시대에서는 브랜드 선택기준이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이다. 결국 소비자를 사로 잡으려면 그들의 모든 감각과 취향에 반응하며, 라이프스타일을 세심하게 설계하는 수밖에 없다.

‘도쿄 라이프스타일’은 비즈니스 전략에 참고할 만한 도시로 거대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 된 도쿄를 제시한다. 도쿄는 서울보다 한발 먼저 불황을 겪으며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가치를 깨달은 도시다. 이 곳에서는 그 어떤 마이너한 취향도 하나의 비즈니스가 된다.

시부야역 근처의 트렁크 호텔(Trunk Hotel)은 ‘사회공헌’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는 고객을 모은다. 이 곳에서는 모든 것이 사회공헌과 연결돼있다. 호텔의 ‘엔젤 엘리베이터’는 타려고 카드키를 댈 때마다 500원이 자동 기부된다. 환경을 위해 계단을 이용하라는 뜻이다. 호텔 로비의 벽과 테이블은 폐자재로 만들었다. 객실 슬리퍼는 샌들공장에서 나온 고무를 재활용한 것인데, 투숙객들이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찻잔은 못쓰는 그릇을 분쇄해 나온 세라믹을 이용해 재생했다. 호텔 바에서는 파스타로 만든 빨대를 제공한다.

이 밖에도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에 위치한 츠타야부터 한갓진 골목길에서 만나는 편집숍 야에카까지, 도쿄의 크고 작은 브랜드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설계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책에는 모든 고객을 최고의 바리스타로 만들어주는 원두 편집숍 ‘커피 마메야’, 삼각 김밥 포장을 벗기면 티셔츠가 나오는 스트리트 패션 편의점 ‘더 콘비니’,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 노트 브랜드 ‘트래블러스 팩토리’ 등이 소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