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초 아크로비스타.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코노믹리뷰=신진영 우주성 기자] 무주택자들에게 청약 제도는 너무 까다롭다. 기자가 견본주택 현장에서 만난 수요자들 중 대다수는 '극악의' 경쟁률을 뚫고 청약 당첨이 되더라도 많은 자금을 어디서 마련할 지 걱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주택 청약 제도가 무주택 실수요자들을 배려하는 제도는 아니다"며 "'집을 소유할 수 있는 기회'도 양극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수요자들을 배려하지 못한 부동산 정책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정부의 대출 규제에 대해 "무주택자들에게 너무 강화됐다는 의견이 많은 걸로 안다"며 "40% 대출을 받아도 나머지 60%의 가격을 부담할 무주택자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하더라도 무주택 실수요자를 배려해 주택 가격의 절반 정도는 대출이 나오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분양가 9억원이 넘으면 중도금 대출이 안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현금으로 7억원이나 8억원을 쉽게 완납할 수 있는 현금 보유자는 흔치 않다"고 청약 시장에서 '현금 부자'들이 나타나는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일괄적인 규제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실수요자인 집을 살 사람이 사라지니 돈 많은 사람끼리 청약 경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청약 가점제'에 대해서도 무주택자를 위한 실질적인 점수 배분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권 교수는 "현재 가점 배분 조건 중 청약통장가입기간의 비중은 줄이고 무주택 기간이나 부양가족수 비중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가 인용한 부동산 114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건수 분석에 따르면 2018년 9·13 대책 이전과 비교해 대책 이후 올해 9월까지 1년간 9억원 이하 주택의 거래량은 60.2% 줄었지만 9억원을 초과한 주택은 37.6% 밖에 줄지 않았다. 권 교수는 "서울 지역 주택 가격에서 9억원을 넘는 비중은 2018년 9월은 17.3%에서 올해 9월은 24.7%까지 증가해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이다"며 "9억원이 넘는 집이 갈수록 증가하면서 현금부자들은 원하는 만큼 청약할 기회가 늘어나고 있지만 현금여유가 없는 일반 샐러리맨들은 서울권 청약 기회가 한번도 힘든 상황을 겪는 등 주택 소유 기회의 양극화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대출제도에서 실수요자들이 소외되는 게 문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무주택자와 실수요자는 주택 구매 시장 진입이 '가격 상승'과 '대출 규제'라는 악재에 놓여 있다. 대출제도에서 보완해야할 점은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들이 소외되는 문제가 핵심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주택자나 실수요자에 대해서 대출 규제를 조금 완화하거나 거래 정상화 혹은 '내 집 마련 지원'이 보완돼야 한다"며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도 동일하다"고 말했다. 

김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주택 거래는 '거래 부진'에도 가격이 계속 올라 무주택자나 저소득층은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고 있다. 김 애널리스트는 "실수요자에 한해서는 일부대출규제를 조건부로 완화나 지원을 해 줄 필요가 있다"면서 정책적으로 쉬울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규제완화는 전반적인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쳐 투자·투기 목적 악용의 여지 가능성은 있기 때문에 규제 완화가 쉬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주택 거래 시장 해결책에 관해서 '장기 모기지'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보는 상황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장기 모기지 도입의 필요성은 예전부터 연구가 되고 있었다"며 "현재 한국은 '단기 대출 모기지' 개념만 있는 것으로, 중단기 상환을 해야 하는 금융지원 밖에 없기 때문에 자금활용계획을 짜거나 주택구입을 할 때 무리한 금융구조를 만들거나 투자 목적의 무리한 대출로 몰아세우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미국처럼 장기 모기지를 도입한다면 '내집 마련' 필요 수요층에 있어서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현재 우리 시장에서 활성화될 수 있을 지는 의견이 분분하다"며 "연구와 검토를 통해 점점 중장기 모기지론으로 비율을 늘려서 무리한 단기 대출이나 금융대출을 통한 주택 투자 내집 마련 등의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직방 리서치센터장 "로또 청약을 줄이기 위해 실수요자들을 위한 청약제도가 돼야"

'로또 청약' 바람이 불고 있는 현 청약 시장에 대해 물었다. 함영진 직방 리서치센터장은 "로또 청약은 모든 지역이라기 보다 정부가 인위적인 가격 통제를 하는 지역, 인기 있는 대기 수요 지역에서 논란이 나오고 있다"며 "청약제도가 비교적 실수요자 위주로 당첨받을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함 리서치센터장은 "무주택자로 인정 받는 것뿐 아니라 다른 부동산 자산 현황을 꼼꼼하게 살필 수 있는 청약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청약 가점이 부양가족 수, 무주택기간, 청약통장 가입기간으로 산정되는데 거기다 '기타 부동산 자산 기준'을 더하면 주택이 필요한 무주택자에게 청약 혜택 돌아갈 것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정성 측면에서라도 기존 청약 통장을 보유한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유예기간과 의견 수렴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함 리서치센터장은 "무주택자들이 청약 제도의 진입 문턱이 높다"고 우려하며 대출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재 9억원 이상인 집은 중도금 집단대출도 안된다. 분양가가 9억원 이상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지원되는 중도금 집단 대출이 불가하다. 분양가가 9억원 이하라도 절차가 복잡하다. 최대 중도금 40%만 대출이 가능하고, 가구당 보증건수 1건 이상 있으면 대출을 할 수 없다. 1주택자는 보유 주택을 입주 가능일 6개월 내 처분하는 ‘처분 조건부’로 대출이 가능하다. 개인 신용도에 따라 최대 대출 가능 금액이 상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