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토교통부 중심의 플랫폼 택시 로드맵이 가동되는 한편, 박홍근 의원실의 소위 '타다 금지법'이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네이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인공지능 등 ICT 기술 개발을 위한 규제 완화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날 검찰은 이재웅 쏘카 대표 및 박재욱 VCNC 대표를 전격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VCNC는 최근 1만대 차량 증차 카드를 꺼냈다가 국토부의 역린을 건드리는 한편, 택시업계로부터 강력한 압박을 지속적으로 받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군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타다 아웃'을 외치는 택시업계는 물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정부, 심지어 ICT에 기반을 둔 동종업계에서도 외면당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약간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외로운 VCNC
외로운 VCNC. 징후는 3월 사회적 대타협 기구의 합의안에서 시작됩니다. 

당시 카카오 모빌리티는 카풀의 제한적 허용에 동의하는 한편 플랫폼 택시 청사진을 공개하며 VCNC를 비롯한 다른 모빌리티 스타트업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결정타는 5월 23일 성명서 발표입니다. 카카오 모빌리티와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4단체는 당시 성명서를 통해 플랫폼 택시 로드맵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는 한편 VCNC 타다를 규탄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성명서에는 "정부 여당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사회적 대타협 기구의 합의 정신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으며, 불법적인 유사 택시업종의 여객운송 질서를 문란 시키는 행위는 아무런 대책 없이 방치되어 왔다"는 문구가 있습니다. 사실상 VCNC 타다를 규탄하는 택시업계의 시각이며, 여기에 카카오 모빌리티가 이름을 올려 큰 파장이 벌어진 바 있습니다.

국토부가 7월 플랫폼 택시 로드맵을 전격 발표하며 쏘카 VCNC는 더욱 외로워졌습니다. 가맹, 중개, 혁신의 플랫폼 택시 유형이 발표된 가운데 VCNC는 자기가 속한 혁신형 플랫폼 택시가 지나친 규제를 받는다고 반발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귀를 기울이는 우군은 거의 없었습니다. 모빌리티 기업들도 대부분 'VCNC 입장에서는 억울하겠지만, 당장 모빌리티 혁명의 시작이라도 해야할 것 아니냐'는 반응이었습니다. 심지어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국토부의 발표 초기에는 VCNC의 입장에 힘을 실었지만 얼마가지 않아 "일단 판은 깔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토부의 7월 발표 후 후속논의를 위한 실무기구가 가동된 가운데 여론마저 VCNC에 등을 돌리는 분위기가 연출됐습니다. 박재욱 대표는 2차 실무 논의기구가 끝난 후 페이스북을 통해 “국토부가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 시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구체적 방안을 모두 시행령으로 미루고 법률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으나, 여론의 분위기는 냉랭했습니다. 기술 특이점이 명확하지 않은 VCNC가 자사 이익을 위해 전체 모빌리티 시장의 발목만 잡고 '징징거린다'는 다소 파격적인 반응도 나왔습니다.

VCNC가 7일 기자회견을 열어 1만대 증차 카드를 꺼내자 상황은 더욱 악화됩니다. 당장 자금적으로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한편, 법적으로도 문제가 많다는 비판이 쇄도합니다. 결국 VCNC는 1만대 증차 카드에 오해가 있었다고 진화에 나섰으며, 아예 이를 취소하기도 했습니다.

외로운 VCNC를 둘러싼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23일 서울 여의도에서 개인택시조합의 대규모 집회가 열립니다. '타다 아웃'을 외치는 택시기사들의 함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버와 카카오 모빌리티, 티맵택시, 벅시, KST 모빌리티 등 모빌리티 업체들이 대거 현장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심지어 KST 모빌리티 관계자는 연단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택시와의 협력을 전제해야만 모빌리티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는 현재의 기조에 모빌리티 업체 입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문제제기를 하려는 것이었을까요.

아닙니다. 이들은 모두 택시업계의 요청을 받고 현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갔다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택시업계의 집회 명칭이 '타다 아웃! 상생과 혁신을 위한 택시대동제'기 때문에 순수한 문화제인줄 알고 갔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들은 VCNC 관계자는 "그냥 웃음만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실화입니다.

▲ 박재욱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친구가 생겼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24일 플랫폼 택시 법제화 내용을 담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에서 그 누구도 VCNC의 손을 잡지 않았습니다. 최근 VCNC가 국회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특정된 인사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택시업계와 정부의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동종업계와 대중도 등을 돌린 절체절명의 상황. 이런 가운데 28일 검찰이 전격 불구속 기소 카드를 꺼낸 셈입니다.

그런데 검찰의 불구속 기소 결정이 난 직후 분위기가 묘하게 돌아갑니다. 정부와 택시업계의 강경기조는 여전한 가운데, 동종업계와 여론의 흐름이 살짝 변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경우 다시 VCNC의 손을 잡는 분위기입니다. "일단 판부터 깔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입장에서 "이대로는 끝"이라는 절박함을 드러냅니다.

실제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정부, 국회, 검찰 모두 한 방향으로 스타트업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 검찰의 타다 기소는 마지막 하나 남은 11인승 이상 렌터카를 활용한 승차공유 서비스를 불법으로 규정했다"면서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예외조항에 근거한 것이며 예외조항이 아니면 현행법에서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를 시작할 수 없었다. 이 일련의 상황은 현행법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승차공유 서비스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자명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VCNC의 손을 미안한듯이 꼭 잡았네요. 언제까지 잡을지는 모르지만.

여론의 반등은 더욱 극적입니다. VCNC 타다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수록 피로감을 호소하던 이들이 이제는 적극적으로 "이건 아니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청와대 청원에도 타다 서비스 존속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온 상태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다양한 요인이 거론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검찰이라는 존재감에 주목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 ICT 업계 관계자는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이지만, 최근 검찰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검찰 권력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면서 "이러한 감정이 스타트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 나아가 택시업계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을 자극하며 화학반응을 내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VCNC 타다에 대한 규제가 전체 스타트업에 대한 규제를 대표하게 되며 업계의 우려가 커졌다는 말도 나옵니다.

다만 더 뚜렷한 원인은 따로 있다는 말이 중론입니다. 바로 '이대로 가다가는 타다를 진짜 이용할 수 없을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지금까지 이어진 VCNC 타다에 대한 대중의 비토정서는 '타다가 없었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타다가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로 좁혀집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여론은 VCNC 타다를 저격했습니다. 그런데 국토부가 아닌 실제 수사권을 가진 검찰이 등판해 타다를 겨냥하자 덜컥 겁이 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대로는 타다를 잃을 수 있겠다'는 공포가 번지는 순간입니다. 지금까지 VCNC 타다를 비판하던 사람들이 검찰의 불구속 기소로 '이건 아니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정서에 기인해 보입니다.

이러한 감정은 고객의 플랫폼 선택권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택시와 협력한 모빌리티도 원하고, 그렇지 않은 모빌리티도 원합니다. 동네에 마트가 하나만 있는 것보다 전통시장도 있고 편의점도 있는 것이 당연히 좋기 때문입니다. 그 연장선에서 타다가 사라지면 고객 입장에서는 선택권이 하나 사라지는 것이고, 이는 전체 시장의 허약함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하늘이 갈라져도 타다가 살아야 한다'는 전제는 성립될 수 없습니다. 경쟁을 통해 살아남아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퇴출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최소한의 기회를 주지 않은 상태에서, 예외조항의 모호함을 파고든 장면을 무작정 규탄하는 것은 업계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식상한 말이지만 시장의 다양성은 시장의 건전함을 보장하니까요. 그 중심에서 VCNC 타다는 여론이라는 친구의 마음을 다시 잡았습니다.

물론 위기는 계속됩니다. 박홍근 의원실의 개정안이 속전속결로 본회의를 통과하거나, 법원의 판단에 따라 VCNC의 운명은 풍전등화일 전망입니다. 검찰의 불구속 기소를 바탕으로 여론의 흐름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역시 언제 상황이 달라질지 모릅니다. 무엇보다 지금의 달라진 흐름은 VCNC가 잘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외부의 상황변화에 따른 것입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않은 상태에서, 쏘카 VCNC는 이 기회와 위기를 어떻게 활용하고 넘길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