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목요일과 검은 화요일

특별할 것 없던 날, 1929년 10월 24일 목요일. 90년 지난 지금도 기억되는 이유가 있다.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지수가 11%나 폭락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검은 목요일.

이 날 하루, 주식시장에서는 1,290만 주가 팔려나갔다. 이전까지 최고 기록은 400만 주. 충격의 여파로 오후 12시 30분 시카고와 버팔로 거래소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 11명의 투자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믿어지지 않는 일들이 일어난 하루였다.

하루가 지난 10월 25일 금요일, 사태는 진정된 듯 보였다. 그러나 주말을 보낸 10월 29일 월요일에는 다우존스지수가 다시 13%, 이튿날 10월 30일 화요일에도 12% 급락했다. 주식시장이 망할 서 같았다. 사람들은 이날을 검은 화요일이라고 부른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것이 바로 대공황. 대공황은 이후 12년간 계속되었다. 날수로는 겨우 닷새였지만, 그 닷새 동안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300억 달러가 증발해버렸다.

최근 경제 상황을 보면서, 사람들은 90년 전 대공황을 떠올린다. 1929년 10월과 공교롭게도 요일이 같기 때문인가?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이 미국 대공황을 떠올리는 이유는 당시 상황과 비슷한 까닭. 그렇다면 과연 2019년 10월은 어떠한가?

 

1919년 대공황의 전개

뉴욕 증권거래소에서의 주가 폭락으로 시작됐지만, 공산품 과잉생산이 소비자 수요 부족으로 이어진 것. 1929년 미국 대공황은 공업공황, 농업공황, 금융공황, 통화 공황 등 자본주의 영역으로 확대되었다. 한마디로, 미국 경제의 현실 그대로 노출되었다.

주식 가격의 폭락으로 기업들은 엄청난 자산 손실을 입었고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파산하는 기업들이 속출했다. 기업들의 연쇄 파산으로 경제 전체가 붕괴하는 대공황이 이어진 것이다. 1919년에 시작된 대공항은 1929년에 이르러서야 진정됐다.

1929년 초, 미국의 제31대 대통령 허버트 후버가 취임했다. 당시 미국 경제는 역사상 유례없는 번영 구가. 1922년부터 시작된 호황이 이어졌고, 대공황 발생 2년 전인 1927년에는 미국 역사상 최대의 호황을 맞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대공황이 발생했다.

그렇다면 대공황은 왜 일어났을까? 첫째, 기업의 탄력 상실. 제품 생산은 느는데, 소비자 구매력은 늘지 않았다. 자본주의가 심화되면서, 5%가 소득 3분의 1을 차지한 까닭이다. 계층 간의 소득 불평등 발생하면서, 기업들마다 재고품이 잔뜩 쌓여나갔다.

둘째, 성장 정체로 인한 투자처 상실. 기업은 탄력을 잃었는데도, 잉여자금은 증권 등 투기 시장으로 몰렸다. 기업의 실제가치보다 높게 주식이 거래되는 거품 현상이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증권 시장의 과열은 더 많은 자금을 부르는 악순환 초래했다.

셋째, 농산물 가격 급락과 시장 조절력 상실. 농산물이 과잉 생산되어 가격이 급락했는데도, 농민들은 소득 증대를 위해 농산물을 추가 생산했다. 이것이 가격 하락의 역풍을 불렀다. 공장과 똑같은 상황 발생. 공급 과잉으로 재고 농산품이 증가했다.

1929년 미국 대공황은 과잉 생산, 소비 위축으로 이어졌고, 11년 불황이 이어졌다.

 

미중무역협상 타결에 대한 우려

지난 90년간 미국에서는 3차례 세계 경제에 영향을 끼친 경제적 사건이 발생했다. 앞서 언급한 1929년 대공황, 1987년 블랙먼데이, 그리고 2008년의 금융위기. 그런데 이 3차례의 사건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재미있게도 모두 10월에 시작됐다는 사실.

며칠 남지 않은 2019년 10월. 이번에도 미국 경제 후퇴하는 경제적 사건이 발생할까? 프로젝트 신디케이트는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해 ‘닥터 둠’이라는 별명을 얻은 루비니 뉴욕대학 교수의 2020년에 세계 경제가 침체할 4가지 시나리오를 소개했다.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이란 갈등, 브렉시트, 아르헨티나의 포퓰리즘 정권 장악 등 4대 ‘치킨게임’이 전 세계 경제 불황을 재촉하고, 모두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경제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그 상황은 2008년 금융위기 사태를 뛰어넘는다는 것.

미국을 기점으로 세계 경제에 영향을 끼친 경제적 사건들이 펼쳐진 10월이라서 그런지, 루비니 교수의 주장은 주목받고 있다. 루비니 교수는 “연말까지 미국과 중국 간 관세 인상 경쟁이 높아지고, 미국과 이란이 전면전으로 치달으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12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며, “이럴 경우 공급 위축에다 소비 악화로 이어져 글로벌 경기는 냉각기를 맞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루비니 교수는 지금의 상황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마치 칼 위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 속에서, 재미있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린치(BAML)는 흔들리는 10월을 더 흔들어 한쪽으로 기울게 하는 요인으로 미국인들은 무역전쟁을 첫째로 꼽았다는 사실을 발표한 것이다. 긍정적 결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는 1차 미중무역협상이 완전한 타협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감이다.

 

세계 경제 침체의 근원이 될 수 있는 중동

세계 경기침체의 근원은 미국이나, 중국이 아닐 수 있다.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주목할 만한 뉴스가 최근 보도되었다. 바로 중동의 유가 하락 가능성에 대한 보도이다. 배럴 당 50달러 선에 머물고 있는 국제 유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OPEC이 지난 10월 10일 올해 원유 수요 전망을 하루 98만 배럴로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것은 앞서 제시했던 전망보다 4만 배럴 줄어든 수치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이런 보도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원유 수요 증가율이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유 수요가 작년 동월 대비 3개월 연속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2009년 이후 처음”이라며 원유 수요가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원유 공급을 따라갈 수요가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여기에서 한 술 더 뜨는 보도를 내보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지난 10월 21일 국제에너지기구가 지속적으로 세계 원유 수요를 하향 조정하고,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올해 말 유가가 배럴당 35달러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35달러라면, 말 그대로 채산성이 없는 수준이다.

원유 수요가 주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미중갈등으로 인해서, 세계 최대의 원유 수입국 중국의 산업생산이 급속하게 위축된 것을 들 수 있다. 또 전기차 도입 등 세계적으로 원유 소비량이 줄어드는 추세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경기 둔화 상태가 이어지면서, 원유 소비가 줄어드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각국 언론이 세계 경기침체를 전망하는 지금, 중동을 주목해야 한다. 중동이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근원이 될 수 있다. 1919년 미국 대공황과 마찬가지로, 2020년 대공황도 공급과잉 소비위축이 문제가 될 수 있다. 1, 2차 오일쇼크가 고유가 문제였다면, 3차는 저유가 문제가 될 것이다. 산유국 러시아의 최근 경기침체가 그 증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