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선과 아집의 역사> 바바라 터크먼 지음, 조민·조석현 옮김, 자작나무 펴냄.

이 책은 통치자들이 어떻게 실패했는지 분석하고 있다. 원제목은 <트로이에서 베트남까지, 바보들의 행진>이다.

저자는 기원전 930년경 '지혜의 상징' 솔로몬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이스라엘 민족을 갈가리 찢어 놓은 레호보암 왕을 비롯하여 역사의 시계를 멈추려 했던 프랑스 샤를 10세 등 오만한 통치자들을 통해 3000년 아집의 역사를 훑는다.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를 유괴한 것이 발단이 된 트로이 전쟁에서 국익에 반하는 정책을 추구한 트로이 목마사건, 개혁보다 타락을 선택한 르네상스 시대 교황들, 대통령이 무려 다섯 번 바뀔 동안 베트남에서 악전고투를 계속했던 미국 정부의 독선까지 정치인들의 뿌리 깊은 독선의 역사도 살펴본다.

저자는 특히 미국 역사상 가장 길었고 시작부터 잘못된 전쟁으로 꼽히는 베트남전쟁에 관해 케네디, 존슨, 닉슨의 과오를 신랄하게 지적한다.

미국의 제2대 대통령 존 애덤스의 말처럼 다른 모든 과학은 진보하고 있는데도 정치만은 “옛날 그대로”이다. 실패 사유 역시 수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게 없다. 문제적 통치자들은 권력에 눈 멀거나, 독선적이거나, 어리석거나, 국익에 반하는 결정으로 모두를 고통으로 내몬다.

그런데, 저자의 분석처럼 지금 같은 21세기 민주주의 시대에서도 모든 국정의 잘못은 오로지 통치자(대통령 등) 탓이라고 말할 수 있는걸까? 저술의 빈 공간을 ‘옮긴이의 말’이 메운다.

“민주주의는 군부의 총구가 아니라 투표함 앞에서 무너진다. 선거민주주의는 포퓰리즘 앞에 맥없이 쓰러지고 있다. 포퓰리즘은 정치를 혼돈상태에 빠뜨리고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한층 위태롭게 만든다. 우리 시대의 정치적 위기는 통치자 수준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정치리더에 대한 대중의 영합과 공모도 무시할 수 없다. 대중적 차원의 집단적 어리석음과 상호 증오감 등이 정치 엘리트층의 독선과 아집을 부추기기도 한다.”

최근 한국과 미국, 유럽과 베네수엘라·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독선과 아집, 집단갈등 부추김, 포퓰리즘적 정책남발 등을 보면 공감이 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