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라면세점 홍콩 첵랍콕국제공항점. 출처= 신라면세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업계의 ‘예상대로’ 25일 발표된 호텔신라의 3분기 실적은 다소 아쉬웠다. 3분기 매출은 1조4800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5.6% 감소한 574억원을 기록하며 호텔신라를 둘러싼 여러 불안한 상황들이 반영됐다. 그럼에도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지금의 불안은 경쟁사들에게도 공통된 업황의 변동에서 온 것이며, 적어도 잘못된 경영 판단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호텔신라는 현재의 위기를 잘 인지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대응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따이공 ‘너무 많아도’ 문제?  
 
호텔신라의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 할 수 있는 불안 요소들을 감안해 실적 발표 전 투자업계가 내놓은 컨센서스(예측)은 매출액 1조4000억원, 영업이익 742억원 수준이었다. 실제 발표된 실적으로는 매출은 예상을 웃돌(1조4800억원)았으나, 영업이익은 예상에 미치지 못했(574억원)다. 영업이익 감소로 드러난 수익성 악화를 만든 요인은 크게 2가지다. 

첫 번째는 개별 단위 구매단가가 큰 따이공(代工·중국인 대리구매상)의 연합 격인 대형(혹은 기업형) 따이공 고객 비중의 증가다. 지난 2분기 국내 면세점들에 적용된 송객 수수료율(고객을 보내주는 주체들(여행사) 혹은 구매단위가 큰 고객들에게 적용되는 면세 혹은 가격 할인율)은 구매액의 8.4%에서 3분기에 8.1%로 오히려 낮아졌다. 이 송객수수료는 면세사업자들의 실적에 매출로 반영되지 않는 ‘매출 차감형 수수료’로 일종의 비용이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해외 면세점 고객들 중에서 이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이들은 대형 따이공들이다. 면세사업자 입장에서 할인 혹은 수수료 할인으로 지출되는 이 비용이 지나치게 큰 것은 수익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난 3분기 호텔신라의 국내 면세점 방문객들 중 대형 따이공들의 비중이 정확하게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매출이 차감되는 송객 수수료율이 낮아졌음에도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한 것과 영업이익 감소가 동시에 일어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3분기 호텔신라의 대형 따이공들에게 지급되는 수수료 비용이 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메리츠 종금증권 양지혜 연구원은 “개별 혹은 소규모 단체 관광객의 구매보다 구매단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지만 그만큼 수수료 할인율도 높아 수익성이 낮은 대형 따이공의 비중 확대는 호텔신라의 수익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두 번째는 국내·해외 공항 면세점의 실적 부진이다. 호텔신라의 공항면세점은 국내와 해외 모두에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공항점은 2분기부터 이어진 내국인 출국자 수의 미미한 증가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성장률이 5%에 그쳤다. 매출은 약간 오른 반면 시설 공사, 임차료 상승 그리고 휴가철 특수 프로모션의 확대로 인해 3분기 영업손실 139억원을 기록했다. 싱가폴 창이공항 면세점도 국내 공항과 마찬가지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약 9% 성장했으나 영업손실 25억원을 기록했다. 

▲ 출처= KB증권

실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곳은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면세점이다. 홍콩 시위의 격화와 중국 정부의 강도 높은 진압으로 조성된 공포감은 공항 이용객을 줄였고 신라면세점 홍콩점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동반 하락했다. 지난해 대비 매출은 약 9% 하락했고, 영업적자는 3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더 큰 문제는 현재의 긴장 국면이 언제 수습될 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KB증권 박신애 연구원은 “3분기 호텔신라의 부진한 영업실적에는 내국인 출국자 수 성장 둔화에 따른 공항점의 실적 부진과 더불어 홍콩 시위로 인한 첵랍콕 국제공항 면세점의 실적 악화 등 악재가 반영됐다”라고 정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적인 것은  

3분기 실적으로 드러난 호텔신라의 수익성 악화는 경영진들의 잘못된 판단이라기보다는 기업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업황 자체의 변수 혹은 국제 외교 정세의 문제가 반영됐다. 따이공들의 면세소비는 국내 면세사업 매출 비중에서 최대 90%를 차지할 만큼 절대적인 영향력이 있어 결론적으로 따이공들의 방문은 면세업체들에게 다다익선이다. 그러나 이들이 ‘너무 많이’와서 수수료 할인혜택을 ‘너무 많이’ 받는 것이 오히려 수익개선에 악영향으로 작용하는 것을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다. 여기에, 한-일 외교관계 긴장이 영향을 미친 국내 여행객들의 증가세 둔화나 홍콩 시위 문제도 호텔신라가 예측이나 단기적 관점의 대응을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는 매출과 달리, 예상치 못한 불안요소들이 계속 수익성에 반영되고 있는 ‘딜레마’를 호텔신라 역시 잘 알고 있다. 

▲ 호텔신라가 기내면세점 사업권을 인수한 3Sixty의 오프라인 매장. 출처= 3Sixty

이에 호텔신라도 사업 확장 등을 통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5일 호텔신라는 1억2100만달러(약 1420억원)를 투자해 미국의 기내면세점 업체인 ‘3식스티(3Sixty)’의 지분 44%를 취득하면서 3식스티의 운영사인 트레블 리테일 그룹 홀딩스에 이은 2대주주가 됐다. 3식스티는 2018년 기준 연간 매출 6억600만유로(역 7867억원)를 기록한 글로벌 면세사업자 매출 순위 20위에 오른 기업이다. 같은 기준으로 호텔신라는 세계 3위(54억7700만유로, 약 7조1108억원) 면세사업자였다.  

여기에 호텔신라는 5년 뒤 추가 지분 23%에 행사 할 수 있는 추가 콜옵션(Call Option·지분 혹은 자산의 매입자가 매도자로부터 만기일 또는 그 이전에 미리 정해둔 권리행사 가격으로 대상자산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 계약을 트레블 리테일 그룹 홀딩스와 맺었다. 이 권리를 행사하면 호텔신라는 3식스티의 1대주주가 될 수 있다. 

지분 인수에 대해 호텔신라 측은 “기내면세점 유통 채널을 추가로 확보해 미주를 포함한 해외 면세사업의 진출 역량을 키움으로, 나아가서는 장기 관점으로 현재의 약점인 수익성을 개선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경영진의 판단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면세가 아닌 호텔/레저 사업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8%, 43% 성장하는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여행업계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호캉스(호텔+바캉스) 인기에 힘입어 상승한 신라스테이 투숙률이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물론 호텔/레저사업이 호텔신라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면세사업은 국내·해외 포함 약 90%)에 불과하지만 상대적으로 비주류 사업일지라도 실적이 좋고 ‘잘 되는 것’이 나쁠 것은 없다. 특히 주류 사업이 다소 부진한 시기 비주류 사업의 호실적은 호텔신라에게 있어 매우 반가운 일이다.   

▲ 호텔신라와 중국계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의 전략적 제휴 확대 MOU 체결식에 참석한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왼쪽에서 네번째). 출처= 호텔신라

남은 한 가지의 변수는 12월로 예정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점 입찰이다. 단기적 관점으로는 현재 많은 불안요소들이 반영되고 있는 호텔신라의 수익성을 감안하면 입찰에 들어가는 비용은 분명히 큰 부담이다. 그러나 특별한 악재가 없는 한 인천공항 면세점은 안정된 수익성이 보장됨과 동시에 외국인들에게 확실히 브랜드를 인지시킬 수 있는 ‘국가의 관문’이라는 상징성이 있어 호텔신라는 올해로 사업권 기한이 종료되는 3개 권역을 사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지난해 개정된 관세법에 따라 사업권 유지 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이번 입찰은 호텔신라에게 있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이번 입찰은 사드 여파로 T1 면세점 운영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사업권을 반납한 롯데, 그 롯데가 반납한 사업권을 호텔신라와의 경쟁에서 이기고 따낸 신세계DF, 지난해 11월 시내면세점으로 면세사업에 처음으로 진출한 현대백화점면세점 등이 사업권을 탐내고 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정확한 입찰 일정이 나오는 시점에 맞춰 현재 운영 중인 3개 사업권을 지켜낼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무엇보다도 대표이사인 이부진 사장이 면세와 호텔/레저사업의 확장에 대한 열의가 큰 것은, 대외 요인으로 많은 고초를 겪고 있는 호텔신라에게 ‘보이지 않는 큰 힘’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