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네이버는 현재 소상공인의 상생을 바탕으로 스몰 비즈니스를 전개, 상생의 의미를 다지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자사 생태계의 비약적인 확장을 꾀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이커머스의 확장 및 콘텐츠 제작자들에 대한 우대조치를 공격적으로 시도하며 관련 로드맵을 고도화시키는 중이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네이버랩스가 전면에서 로봇 등 다양한 하드웨어 기기에 소프트웨어 전략을 탑재하는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6월 발표한 스마트 시티 청사진인 기술 비전 A-CITY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이해진 창업주를 중심으로 데이터 주권을 매개로 하는 글로벌 시장 공략에 벌어진다. 그 연장선에서 DEVIEW 2019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AI 벨트가 보인다. 출처=네이버

AI 벨트, 네이버 글로벌 전략의 비전

네이버는 28일 개발자 컨퍼런스 DEVIEW 2019를 톨해 인공지능, 즉 AI 벨트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AI 벨트를 바탕으로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 기술 네트워크를 구축해 미중 기술 패권에 맞설 또 다른 글로벌 흐름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한국과 일본, 여기에 네이버의 핵심 인공지능 연구소가 위치한 프랑스를 비롯해 베트남까지 이어지는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구축되는 네이버 중심의 기술 연구 네트워크라는 설명이다.

AI 벨트는 연구자들과 스타트업, 기업의 활발한 교류를 전제하며 인공지능과 관련된 다양한 학술적 연구도 병행된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는 이를 두고 “국경을 초월한 기술 교류”라고 표현했다.

네이버랩스는 오는 11월 말 로봇 분야의 전세계 석학들이 프랑스 그르노블 네이버랩스유럽에 모여 진행할 AI for Robotics 워크샵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AI 연구 벨트의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석 대표는 “장기적으로 이 연구 벨트가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을 중심으로 한 미국과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엄청난 기술력에 견줄 수 있는 새로운 글로벌 흐름으로 부상할 수 있도록 청사진을 그려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AI 벨트를 두고 네이버의 글로벌 전략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본다.

네이버는 실리콘밸리 및 중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ICT 업계에서 제3지대를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K-1 펀드를 중심으로 유럽의 문화 콘텐츠 권력 및 풍부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가진 프랑스와 협력했으며 최근에는 그 범위를 크게 확장시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수퍼파워에 대항하기 위해 유럽과 협력하며 글로벌 전략에 시동을 거는 장면은, 근 몇 년간 네이버가 보여준 대표적인 대외행보다.

그 중심에는 데이터 주권과 같은 토종 ICT 경쟁력 강화가 있다. 문을 걸어 잠그는 쇄국정책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ICT 파도에 위협을 받는 유럽과 협력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방식이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의 ‘삼별초’ 발언에 힌트가 있다. 지난 6월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한국사회학회·한국경영학회 공동 심포지엄에서 이 창업주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경은 없다"면서 "구글이라는 인터넷 제국에 끝까지 저항하는 네이버가 삼별초처럼 거인들에 저항해 버텨 살아남은 회사라는 말을 우선적으로 듣고 싶다"고 말했다.

▲ 이해진 창업주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네이버

현재 미국과 중국은 글로벌 패권을 둔 전방위적 충돌을 거듭하고 있으며, 그 선봉에는 '기술'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를 압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지점에서 의미심장한 대목은 기술패권 경쟁이 철저히 국가적 관점에서 진행되는 부분이다. 미국은 화웨이가 중국 공산당과 유착해 백도어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자국의 국가 안보에 심대한 악영향을 준다고 믿고 있다.

21세기 초연결 시대가 도래한 지금에도 최첨단 기술을 두고 벌어지는 신경전에 오래된 '자국 중심주의'가 생생하게 숨쉬고 있다는 뜻이다. 아무리 '지구촌 시대'가 왔다고 해도 아직 인류는 민족과 국가 이상의 연합에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으며, 이는 기술의 영역도 마찬가지다. 이 창업주는 2016년 라인 상장 당시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네이버는 인공지능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ICT 존재감을 키우는 한편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대항하기 위한 ‘우리의 ICT 경쟁력’을 키우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그 연장선에서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제3지대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 AROUND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된 카페용 서비스 로봇 AROUND C(좌)와 도로 자율주행을 위한 로봇 플랫폼을 목표로 개발 중인 ALT 프로젝트(우). 출처=네이버

로봇에 담긴, 공간의 꿈

네이버는 DEVIEW 2019에서 현재 건축 중인 제 2사옥을 세계 최초의 로봇 친화형 빌딩으로 건축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는 키노트를 통해 제 2사옥 건축 프로젝트 1784를 소개하며 “로봇과 사람이 공존하는 이 공간은 네이버랩스의 기술 비전을 위한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 2사옥은 로봇-자율주행-인공지능-클라우드 등 네이버의 미래를 이끌 모든 기술들이 융합되고 연결되는 ‘테크 컨버전스 빌딩’을 모토로 한다. 석 대표는 이에 대해 “기술과 빌딩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결합될 이 공간은, 기존의 기술 실증 수준을 크게 뛰어넘는 새로운 표준”이라고 설명했다.

제 2사옥이 직원들을 위한 디지털 비서가 된다는 ‘특이점’에 시선이 집중된다. ICT 기술을 바탕으로 공간을 재해석하려는 시도며, 이는 네이버의 스마트시티 청사진인 A-CITY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A-CITY는 지난 6월 처음 공개된 바 있다. 도심 각 공간을 로봇이 스스로 이동하며 새로운 방식의 연결을 창출하는 한편 인공지능과 로봇이 공간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예측해 다양한 인프라를 자동으로 꾸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석 대표는 “네이버랩스가 도전해 나갈 기술 목표인 A-CITY는 다양한 형태의 머신들이 도심 각 공간을 스스로 이동하며 새로운 방식의 연결을 만들고 인공지능과 로봇이 공간의 데이터를 수집·분석·예측해 최종적으로 다양한 인프라들이 자동화된 도심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액션플랜은 정교하다. 네이버는 우선 실내외 공간을 모두 매핑해 정밀한 HD맵을 완성한다. 해당 HD맵은 정교하게 지형을 반영하며 실시간으로 변경된 데이터가 적용된다. 이러한 HD맵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자율주행 로보틱스다. 네이버랩스는 저렴한 기기로 무장한 양산형 자율주행 로봇과 차량을 통해 HD맵을 완성하는 영악함도 보여줬다.

▲ 네이버의 A-CITY 청사진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A-CITY는 네이버만의 O2O 방식으로 봐도 무방하다. 다만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모든 것을 네이버가 창출한 공간에 담아내는 방식이라 특별하다. 라인 기반 포털에서 시작한 기업이며, 무게 중심을 가상공간에 두는 네이버가 로봇이라는 키워드로 최고가의 초정밀 로봇이 아닌, 양산형에 가까운 중저가 로봇을 가동해 오프라인을 이해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기초체력은 탄탄하다. 네이버가 지난 2017년 3월 인수한 에피폴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에피폴라는 지난 2015년 설립된 이후 서울시 3차원 공간정보시스템 고도화 사업에 참여해 국내 최초로 WebGL 기반의 3차원 공간정보시스템을 개발한 바 있다. 나아가 3D 지도 콘텐츠는 물론, 건물 사진 촬영으로 해당 건물의 POI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비주얼 검색 기술을 확보하는 등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 기업으로 여겨진다.

네이버는 결국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너지는 시대, 로봇을 주요 매개로 삼아 3D HD맵을 꾸리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도에 오든 오프라인이 담기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모든 것을 연결하려는 네이버의 미션이 가능해진다. 네이버는 A-CITY를 조성하지만 실제 내부 액션은 제3자가 책임지는 방식이다.

▲ 세계 최초 로봇 친화형 빌딩이 될 네이버의 제 2사옥. 출처=네이버

결국 ICT 기술을 바탕으로 공간을 해석하고 이해하려는 네이버의 행보가 제 2사옥의 로봇 친화형 빌딩으로 이어지는 개념이다. 석 대표는 “얼굴인식을 통한 공간 출입부터 자율주행 로봇을 활용한 딜리버리 등 새로운 서비스들이 자연스럽게 구현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실제 네이버가 보유한 우수한 기술들이 빌딩 내부에 대거 적용될 것임을 시사했다.

네이버랩스는 그간 연구해 온 도로 자율주행 기술도 1784 프로젝트와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빌딩 내부에서의 서비스를 넘어, 도로 자율주행이 가능한 로봇 플랫폼을 활용해 빌딩을 중심으로 외부 공간까지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석 대표는 무인딜리버리, 무인샵 등 다양한 목적으로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도로 위 자율주행로봇 플랫폼 ALT 프로젝트를 소개, “궁극적으로 실내 자율주행 로봇 플랫폼인 AROUND와 통합해 실내-실외-도로 등 모든 물리 공간에서 정보와 서비스가 끊김없이 연결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