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미 국방부의 퍼블릭 클라우드 공급 경쟁에서 아마존의 AWS를 누르고 승리했다. MS가 10여년의 기간 동안 100억달러 규모의 수주를 따내며 클라우드 퍼스트를 외치던 사티아 나델라 MS CEO의 비전이 두각을 보이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의 악연도 MS의 압승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MS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 재편?
미 국방부가 지난해부터 '합동 방어 인프라 사업'(JEDI·제다이) 퍼블릭 클라우드 사업자 입찰을 시작했을 때, 업계에서는 AWS가 무난히 계약을 따낼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AWS는 글로벌 최강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미 중앙정보국의 클라우드 계약을 따내며 최고수준의 보안등급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AWS는 경쟁자인 IBM보다 더 높은 입찰가를 냈으나 무난하게 승리했다.

이번 미 국방성 클라우드 수주 경쟁에서도 오라클 및 IBM이 일찌감치 포기를 선언하며 AWS와 MS가 최종 각축전을 벌이자, 업계에서는 AWS의 승리 가능성을 높게 봤다. 1위 클라우드 사업자이자 공공 클라우드 분야에서 미국은 물론 싱가포르와 두바이에서 승승장구하는 AWS의 매력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AWS는 컴퓨팅, 스토리지, 네트워킹, 데이터베이스, 분석,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배치, 관리, 개발자, 모바일 서비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증강과 가상현실, 보안, 하이브리드와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에 거친 다양한 기술 서비스를 지원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AWS가 탄탄대로를 걸었으나, 불안의 전조는 입찰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이다. 우선 최초 경쟁 레이스에서 탈락한 오라클과 IBM이 단일 벤더가 위험하다는 주장을 펼치는 소위 '물귀신 전략'을 펼친 한편 오라클이 AWS와 미 국방부의 담함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의 아들이 IBM에 근무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해충돌과 관련된 논란이 불거지는 등 미 국방부 클라우드 사업을 둘러싼 잡음은 높아져 갔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현안을 살피겠다"고 선언하는 등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승자는 MS가 됐다. AWS는 충격에 빠졌고 MS는 환호했고, 주요 언론은 이를 두고 "사티아 나델라의 승리"라고 표현했다.

MS의 극적인 승리는 클라우드 퍼스트를 성공적으로 끌어가고 있는 사티아 나델라의 '마법'이라는 말이 나온다. 우선 MS 애저의 경우 아직 AWS과 점유율 격차는 크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지점이 눈길을 끈다. 실제로 애저는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전 분기 대비 59%나 수직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으나 아마존은 AWS가 주춤하며 2년만에 처음으로 순이익이 감소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의 클라우드 퍼스트 전략이 만개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는 최근 보여주는 MS의 혁신과 관련이 있다.

MS는 빌 게이츠 창업주 시절 한때 윈도우 운영체제를 내세워 세계를 호령했으나 스티브 발머 CEO 시대가 열리며 침체일로에 접어들었다. 스티브 발머 시대의 MS는 모바일 시대가 열리며 애플과 구글이 강세를 보이자 부랴부랴 윈도우 운영체제 강화에 나서며 맞불을 놨지만,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스티브 발머 CEO는 2014년 불명예스럽게 퇴임했다.

▲ MS의 성공신화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MS

희망은 사티아 나델라 CEO의 등장과 함께 시작됐다. 그는 MS의 비전을 윈도우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클라우드와 인공지능에서 찾았고 이 과정에서 포용과 오픈소스 전략을 적극 구사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새로운 시대의 비전을 소프트웨어 중심의 초연결 생태계로 정리했고, 그 결과물 중 하나가 클라우드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MS는 제다이 프로젝트와 별개로 미 국방부와 연방조달청(GSA)이 발주한 76억달러 국방 사무 솔루션 사업에 오피스365를 제공하는 등 깜짝 반전을 보여주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AWS가 민간 클라우드 시장에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는 최강자지만,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서는 아직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지 못했다는 말도 나온다. 최근 캐피탈원의 해킹 사태가 AWS 출신 엔지니어의 소행이라는 점이 밝혀지며, 이러한 논란은 더욱 증폭된 바 있다.

"정치적인 이유도 배제할 수 없어"
MS의 승리에는 정치적인 이유도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제다이 프로젝트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던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사안을 직접 살피겠다고 선언하며 이후의 결과가 변했다는 말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의 악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악연은 오래된 편이다. 실제로 베조스가 인수한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대선 기간 트럼프 검증 특별 취재팀까지 가동하며 반(反) 트럼프 노선을 분명히 했다.그는 대선 기간 자기가 운영하는 우주개발회사 `블루 오리진`을 언급하며 "우리의 로켓에 트럼프를 태워 우주로 보내버려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잠시 화해무드가 조성된 적이 있긴 하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달리 친 테크기업 행보를 보이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12월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을 초청해 테크서밋을 열었을 때다. 이어 "트럼프는 대통령감이 아니다"고 말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테크서밋 직후 기가팩토리를 통해 2만명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자 베조스는 미국에서 일자리 10만개를 18개월 만에 창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반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두 사람은 다시 으르렁거렸다. 베조스는 당시 동요하는 직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해)법적인 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존이 시장을 독점해 소상공인을 핍박하고 있으며, 한 때 "미국 우체국이 아마존 택배를 배달할 때마다 평균 1.5달러의 손해를 보고 있다"면서 "우편 사기는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는 맹공을 퍼붓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제다이 프로젝트 수주 경쟁에서 MS의 성과에 집중하고 있으나, 제프 베조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안좋은 감정'도 일정정도 역할을 했다고 본다. 특히 베조스가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인 WP라는 언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논란은 계속 커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