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식음료업계에서 단종됐던 제품들이 끊임없이 다시 쏟아지고 있다. 순전히 소비자들의 재출시 요구로 인해 나온 제품들이다. 이에 기업들은 다시 부활한 제품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식품업계에 활력이 돋는 모습이다. 반면 일각에선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과 맞물려 신제품 개발을 꺼리는 업계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밀레니얼세대가 국내 소비시장을 주도하자 이들이 어린 시절 즐기던 식음료 제품들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실제로 잊혀졌던 추억을 다시 불러낸 제품들은 매출로도 이어지고 있다.

▲ 롯데제과의 나초 스낵 ‘도리토스’ 제품. 출처=롯데제과

롯데제과의 나초 스낵 ‘도리토스’는 올해 1~9월 매출이 100억원을 돌파하며 전년 대비 50%가 넘는 신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2017년 45억원의 판매를 시작으로, 지난해는 65억원, 올해는 100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지난 7월 출시한 ‘도리토스 마라맛’은 출시 1개월 만에 50만봉 이상 팔리며 전체 판매량을 끌어올렸다.

롯데제과는 작년 도입한 AI 트렌드 예측 시스템 ‘엘시아’의 활용이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롯데제과는 엘시아를 통해 한발 앞서 트렌드를 예측하고 경쟁사 보다 빠른 시점에 ‘마라맛’ 등을 선보이며 시장을 선점했다고 설명했다.

▲ 1년 9개월만에 재출시된 ‘갸또(gateau)’ 제품. 출처=롯데제과

이어 최근에는 작년 3월 단종됐던 ‘갸또(gateau)’도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재출시 요구에 맞춰 1년 9개월 만에 재출시 됐다. 갸또는 2011년 3월 출시되자마자 한 달 만에 20억원을 판매된 인기 제품으로, 이듬해에는 연간 200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프랑스어로 과자, 케이크 등을 의미하는 ‘갸또’는 부드럽고 달콤한 프랑스풍의 정통 디저트 케이크를 표방, 커피를 즐겨 찾는 젊은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를 모았다. 

이번에 선보이는 ‘갸또 치즈케이크’는 기존의 제품 특징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치즈 풍미를 더하고 바삭하고 고소한 화이트 크럼블을 토핑하는 등 새로움을 더했다. 디자인도 빨간색을 메인 컬러로 사용하면서 고풍스러운 느낌의 로고체를 사용하는 등 변화를 주어 기존 ‘갸또’와 차별화 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향후 엘시아를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면서 “시장 트렌드를 적용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오리온의 ‘치킨팝’ 제품. 출처=오리온

오리온의 ‘치킨팝’ 인기는 여전히 뜨겁다. 매콤달콤한 닭강정 같은 중독성 강한 맛에 한 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로 인기를 얻었던 치킨팝은 3년 전 판매가 중단됐던 스낵이다. 공장 화재로 생산라인이 소실됐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재출시 요청에 따라 지난 2월 기존 대비 10% 양을 늘려 다시 소비자에게 선보였다.

치킨팝은 재출시 7개월 만에 누적판매량 2000만 봉을 돌파했다. 회사 측은 출시 1년도 안 된 스낵이 월 평균 300만 봉 가까이 판매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월 매출액이 판매중단 이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오리온에서는 치킨팝과 같이 생산라인 소실로 생산이 중단됐던 ‘태양의 맛 썬’ 스낵도 지난해 4월 출시하고, 1년여 만에 누적판매량 3000만봉을 팔아치웠다.

외식업계에서도 재출시 된 제품의 반응은 뜨겁다. 롯데리아의 ‘오징어버거’는 출시 20일 만에 250만개 이상 판매됐다. 2004년 첫 출시한 오징어버거는 2017년 단종 됐다가 올해 롯데리아가 창립 40주년을 맞아 ‘레전드 버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투표 결과 오징어버거가 1위에 꼽히고 이러한 결과가 매출로 이어진 셈이다.

▲ 창립 40주년을 맞아 재출신된 롯데리아의 '오징어 버거'. 출처=롯데GRS

이번 재출시를 통해 기존 제품보다 오징어살 패티를 증량하고 매운 맛을 강화했다. 또한 당시 ‘니들이 게맛을 알아’로 알려진 배우 신구를 17년 만에 다시 모델로 기용했다. 오징어버거는 출시되자마자 SNS에서 수천개의 시식후기가 잇따르면서 일평균 10만개 이상 ‘불티나게’ 팔리면서 롯데리아의 효자상품으로 단시간에 자리매김했다.

롯데리아는 ‘라이스버거’로 인기를 이어갈 방침이다. 라이스버거는 같은 투표에서 65만여표를 얻어 2위에 올랐다. 1999년 처음 선보인 라이스버거는 까다로운 조리 방법 등으로 인해 2016년 판매를 종료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끊임없는 재출시 요구와 레전드 버거 투표 결과로 올해 다시 한 번 맛을 볼 수 있게 됐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소비자가 직접 투표한 결과를 적극 반영한 점이 주효했다”면서 “11월에는 역시 단종됐던 라이스버거를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해 재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재출시 되는 제품들은 단종되었을 당시 판매량의 감소로 제조 효율이 떨어지자 생산을 중단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그러나 최근에 재출시된 제품들은 소비자들이 직접 고객상담실 민원으로 접수하는 등 적극적인 어필로 나타난 결과다. 그렇다고 재출시되는 제품 모두가 출시당시와 똑같은 맛을 구현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제품의 경우 현재 시장 트렌드와 소비자 요구에 맞춰서 출시되고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하루에도 많은 양의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지만, 지속된 불황으로 소비심리가 많이 죽고 업체 간 경쟁도 워낙 치열해 신제품 출시에 소극적이다”면서 “ 때문에 모험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업계 특성상 당분간 이런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