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사업에 대한 접근 방식은 데이터에 의존하는 워런 버핏보다는 자신의 직관에 더 의존하는 스타일이다.    출처= Zuma Pres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3년 전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ricewaterhouseCoopers LLP)는 고위 경영진들에게 2020년 미래를 예측하는 데 컴퓨터가 만들어준 분석에 얼마나 의존하는 지를 물었다.

대답은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하지만….’이었다.

고위 경영진들에게는 데이터가 넘쳐난다. 예를 들어, 아칸소 소아 병원(Arkansas Children’s Hospital)의 경영자들은 의사 결정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14개의 서로 다른 데이터 대시보드를 사용한다.

많은 경영자들은 이제는 어림 짐작으로 추측하는 대신 정확한 통계가 필요한 때라고 말한다. 스타벅스의 케빈 존슨 최고경영자(CEO)는, 회사의 상징인 녹색의 바다의 여신 로고를 세계적 아이콘으로 만든 전임자 하워드 슐츠가 떠난 이후 어수선하던 커피 제국을 안정시키는데 데이터에 따른 결정이 비결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데이터의 증가가 직관의 본능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의 창업자 손정의 회장을 예로 들어보자. 그는 억만장자 벤처 투자가로, 그의 접근 방식은 데이터에 의존하는 워런 버핏보다는 자신의 재능에 더 의존하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기회를 포착할 때 ‘어떤 기(氣)를 느끼는 것’(feel the force)을 좋아한다.

그러나 그가 운영하는 비전펀드(Vision Fund)가 우버(Uber)나 위워크(WeWork) 같은 잘 알려진 회사에 대해 투자한 것이 거품일 수 있다는 논란이 제기됨에 따라, 현금흐름 분석보다 직감적 본능을 중시하는 그의 명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좀 더 절제된 접근 방식이 큰 손실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될까? 물론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그의 실패에 조금이라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이유는 그가 이전에 거둔 큰 승리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3년, 손 회장은 당시 잘 알려지지도 않은 핀란드의 모바일게임 개발업체 슈퍼셀(Supercell)에 15억 달러를 투자했다. 당시 손회장의 측근들은 손회장에게서 뭔가 냄새를 맡는 특별한 능력(chemistry)을 느낀다고 말했다. 손회장의 본능적 감각은 과연 대박을 터드렸다. 손회장은 세계적 히트 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Clash of Clans)을 개발한 이 게임 회사의 지분을 채 3년도 안돼 86억 달러에 팔았다.

본능적 감각이 뛰어난 리더는 손회장 만이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업 경영자들이 분석적 데이터보다 본능적 감각을 더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회계법인 KPMG의 최근 글로벌 CEO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위 경영진들의 35%만이 조직의 데이터를 매우 신뢰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나머지 3분의 2가 넘는 CEO들은 데이터 분석이나 컴퓨터 모델이 제공하는 통찰력을 무시했다.

그 이유는? 데이터 분석 결과가 자신들의 직관과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KPMG의 데이터 분석팀장 브래드 피셔는 분석 업무를 보완하려는 회사들은 경영자의 본능적 직관을 의사 결정에 반영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데이터 포인트를 최대한 많이 수집해야 하지만, 경영자의 직관을 버려서는 안 됩니다.”

스타벅스의 슐츠 전 CEO의 직관은 경영대학원 강의에서도 자주 인용되는데, 스타벅스가 새로운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이유를 정작 전문가들은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프로미식축구(NFL)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New England Patriots)의 빌 벨리칙 감독도 “분석보다는 항상 내가 직접 보는 대로 평가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물론 슐츠 CEO나 벨리칙 감독이 운이 나빠서 그런 적절한 보고서, 통계, 성장 예측, 시장 데이터 같은 것들을 받지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회계부서의 데이터가 모든 것을 설명해 줄 거라고 기다리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우선 데이터는 조작될 수도 있고 해석하기 어렵거나 적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구글의 최고의사결정과학자(Chief Decision Scientist, 알파벳에는 이런 직함이 있다) 캐시 코지르코프는 최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데이터는 완벽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직관이 그런 것처럼, 데이터도 변할 수 있고 기존의 편견을 확증하기 위해 왜곡될 수도 있습니다.”

▲ 에어비앤비의 창업자들은 투자자인 폴 그레이엄에게 호소하기 위해 데이터 대신 그들이 오바마 대통령 선거 캠페인에서 팔았던 오바마 오(Obama O’s)와 캡틴 맥케인(Cap’N McCain’s)이라는 아침식사용 시리얼을 내밀었다.   출처= Pinterest

데이터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지성을 둔화시킬 수도 있고 의사결정 능력을 저하시킬 수도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데이터에 파묻혀 사는 경영자들은 그들의 결정이 현실에서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볼 수 있는 능력을 잃는다.

사람들은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위워크 투자 실패에 대해 왈가왈부하지만, 로스앤젤레스의 투자 회사 업프런트 벤쳐스(Upfront Ventures) 같은 회사는 3년 동안 36건의 투자 중 몇 개만 성공해도 의미 있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많은 투자 결정은 충분한 정보 없이 이루어진다. 홈런으로 가는 길에 여러 번의 헛스윙은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미시간 대학교 로스 경영대학원(Ross School of Business)의 재정학 교수이자 벤처 캐피털과 사모펀드 자문가인 데이비드 브로피는 "우리는 15세의 야구 선수를 보고 그가 차세대 미키 맨틀이 될 수 있을지 예측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예상대로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벤처캐피털이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직원들에게 충분한 데이터 근거 없이는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독려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아마존과 거래하기를 원하는 회사들도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할 충분한 데이터 없이 제품을 광고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베조스도 직감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그는 지난해 한 연설에서 "분석을 통해 결정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은 항상 본능과 직관, 취향, 그리고 마음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에어비앤비의 창업자들은 투자자인 인큐베이터 와이 컴비네이터(Y Combinator)의 설립자 폴 그레이엄에게 호소하기 위해 아침식사용 시리얼을 사용했다. 그들은 전에 오바마 대통령 선거 캠페인에서 오바마 오(Obama O’s)와 캡틴 맥케인(Cap’N McCain’s)이라는 아침식사용 시리얼을 만들어 한 박스에 40달러에 판 적이 있었다.  

투자에 회의적인 그레이엄과의 회의를 마치고 에어비앤비의 공동창업자 조 게비아는 이 시리얼 한 박스를 그레이엄에게 건네 주며 이렇게 말했다.

"’만일 아침식사용 시리얼을 한 박스에 40달러에 팔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다면, 숙박공유 웹사이트를 어떻게 운영할 수 있는지도 알아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하면서 그에게 우리가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 주었습니다.”

에어비앤비는 2017년 3월에 310억 달러(36조원)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세계 호텔과 여행 산업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에어비앤비는 내년에 상장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데이터와 분석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전설적인 경영 컨설턴트 에드워드 데밍은 "우리는 신을 믿지만 그 외 다른 사람들은 데이터를 가져와야 믿을 수 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하지만 당신은 데이터 대신 시리얼 한 상자를 들고 가고 싶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