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스타항공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올 것이 왔다" 이스타항공 매각설에 대한 항공업계의 반응이다. 

최근 이스타항공을 둘러싼 매각설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스타항공은 전면부인하고 있으나 그 여파는 쉽게 사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환율 상승과 경기 침체, 보잉 737 맥스 8 운항 중단과 ‘보이콧 재팬’ 운동으로 인한 일본 노선 타격 등 악재가 겹치면서 이스타항공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새 주인을 찾고자 국내 대기업과 사모펀드 등을 접촉 중이라는 한국경제 보도에 관해 “매각 관련해 공식적으로 진행하는 바가 없다”며 적극 부인하고 있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최근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는 보유하고 있던 이스타항공 지분 39.6%를 960억원에 매물로 내놨다. 매체는 대기업 관계자의 말을 통해 “한 달 전부터 이스타항공과 대기업과 사모펀드(PEF) 위주로 인수제안서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는 구체적인 정황도 덧붙였다. 

매각설로 인한 여파가 일파만파 커지자 이스타항공은 곧바로 해명자료를 내놨다. 이어, 다음날 오전에도 “신중한 보도 부탁드린다”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거듭 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스타항공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식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몇 개월 전부터 이스타항공이 경영난으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는 이야기가 파다하게 퍼졌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3개월 전쯤부터 이스타항공이 돈을 빌리러 다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회사 입장에서는 아니라고 말할 수밖에 없겠지만 완전히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고 귀띔했다.  

사실 이스타항공의 매각설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7년 출범 후 6년간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2011년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매각설이 거론된 바 있다. 하지만 해외여행 증가세에 힘입어 소폭 반등에 성공할 수 있었고, 매각설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올 들어 매각설에 힘을 싣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스타항공 ‘매각설’, 힘 실리는 이유는?

우선 공급 과잉과 함께 경기침체로 여행 수요 둔화, 원달러 환율 상승세 등 대외적인 여건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점이 첫 번째 징후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항공기 이용객은 6156만명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 항공기 이용객은 2015년 4350만명에서 2016년 4980만명, 2017년 5308만명, 2018년 5807만명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그러나 전년 대비 증가폭을 보면 2016년에 전년 대비 630만명이 늘어난 이후 2017년 328만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2018년 499만명으로 다시 소폭 늘었지만 올해는 349만명으로 다시 뚝 떨어졌다. 반면 항공사들의 공급 경쟁은 격화되고 있다. 상반기 국내 항공사들의 국제선 공급석은 3747만석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8.2% 늘었다. 

여기에 이스타항공이 지난해 말 국내 최초로 도입한 보잉 737 맥스 8 기종이 추락사고 여파로 운항중단을 맞으며 손실도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고 있다. 운항 중단 조치 이후 이스타항공이 보유한 맥스8 기종 2대는 인천공항에 서 있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보잉 737 맥스 8의 운항중단으로 인한 피해액을 대당 최소 5억원으로 잡고 있다. 기종이나 제작연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잉 737 맥스8의 경우 통상 한 달 리스비용만 40만달러(5억원)가 발생한다. 여기에 리스방식(금융리스·운용리스), 보험료, 계류비 등을 따져볼 경우 피해금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타항공 측은 손실 금액을 추정하긴 힘들다는 입장이지만,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연간 손실액이 지난해 영업이익(53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최근에는 주 수입원이었던 일본 노선마저 보이콧 운동으로 인해 타격을 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9월 전국공항 국제선 여객 수송량은 684만8000명으로 전달대비 크게 둔화됐다. 특히 보이콧 재팬의 불매운동 여파로 일본노선의 여객 수송량은 지난 8월 전년동기 대비 20.3%, 9월에는 28.5%로 감소폭이 커졌다. 그 결과 일본 노선 비중이 높은 LCC 6개사 합산 수송량은 처음으로 역성장(-4.9%)을 기록했다.

지난 2분기 기준 이스타항공의 일본노선 비율은 43.72%로 국제선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스타항공은 올 초 새로 배분받은 중국 신규 노선에 취항하고 동남아 노선 비중을 늘리는 등 수익성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나지 않는 상황이다. 

상황이 심상치않게 돌아가면서 지난달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은 직접 누적 적자만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경영 사정을 언급,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선포하기도 했다. 임기 내 기업공개(IPO)에 대한 의지를 공고히 해온 최 사장이 직접 액션을 취했다는 점에서 상황이 결코 녹록치 않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최 사장은 당시 사내게시판을 통해 “대내외 항공시장 여건 악화로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위기극복을 위한 대응 TF팀을 구성, 단계별로 위기극복 방안을 마련하고 TF팀을 중심으로 상황별·분야별로 준비된 대응방안을 전사적으로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스타항공 주요 재무제표.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완전자본잠식’ 되풀이 되면 ‘면허 취소’ 가능성도

매각설에 대한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는 가운데 이스타항공이 최근 다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 485억7000만원, 자본총계 252억9000만원, 미처리결손금 266억3000만원으로 자본잠식률 48%의 부분자본잠식을 기록했다. 

2013년 말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604억원에 달하고 자본잠식률이 316.8%였던 것과 비교해 보면 재무 구조가 상당히 개선됐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타항공의 자본잠식은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재무현황을 보면 2014년 영업익과 당기순이익 각각 130억원에서 이듬해 영업이익 170억원, 당기순이익 180억원을 달성했다. 저가항공 붐이 일면서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2016년 당기순이익이 48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2017년 영업이익은 평년수준인 157억원을 기록했지만 당기순이익은 322억원으로 치솟았다. 이는 일회성이익(채무면제이익)에 따른 것이다. 이스타항공은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단기차입금 및 미지급비용을 장기차입금으로 재조정, 약 110억원가량의 채무면제이익이 발생했다. 그러나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53억원, 39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영업이익률도 2015년 6.05%를 기록한 이후 점차 하락해 2016년 1.69%, 2017년 3.19%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0.94%에 그쳤다. 

▲이스타항공 자본잠식률 추이.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스타항공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그러나 2017년 가까스로 자본잠식률을 70.7%까지 낮췄고, 완전자본잠식 기업이란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참고로 이스타항공의 자본금은 2016년 385억7000만원에서 2017년 385억7000만원으로 유지됐다가 지난해 485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아울러 재무적 안전성을 평가하는 부채비율과 유동비율도 수치도 좋지 않다. 2018년 기준 이스타항공의 부채비율은 484.4%다. 전년 1314% 대비 크게 줄었지만, 유동비율은 59% 수준에 불과하다. 악재가 겹치면서 올 상반기엔 재무상태가 더욱 악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완전자본잠식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비상장사는 자본잠식에 따른 즉각적인 타격은 없다. 있어도 기업 대외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다. 하지만 항공사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현행 항공법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장관은 1년 이상 자본잠식률 50% 초과 상태에 머무는 항공운송사업자에게 재무구조 개선을 명령할 수 있다. 이후로도 같은 상태가 2년 이상 지속되면 면허취소까지 검토가능하다. 즉,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 최악의 경우 면허 취소까지 가능하다는 말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은 연내 IPO가 문제가 아닌 생존이 문제가 될 것”이라며 “매각 외에는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외부 수혈이 없이 생존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