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제약바이오기업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로 유럽을 점령한 가운데 미국 진출을 노리고 있어 주목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연구원이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삼성바이오에피스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으로 유럽시장 점령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 기업의 공세에 따라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오리지네이터) 매출은 수직 하락하는 등 급감세를 보이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시장도 두회사의 공세 강화로 가격경쟁이 더 심화되고 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신제품 출시를 기회로 유럽에 이어 미국시장 진출까지 확대하고 있어, 두회사의 매출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로슈, 유럽서 허셉틴 44%‧리툭산 29% 매출 급락

2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스위스계 글로벌 제약사 로슈의 블록버스터 의약품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투주맙)’과 ‘맙테라‧리툭산(성분명 리툭시맙)’ 유럽 매출이 큰 폭 줄었다. 허셉틴 글로벌 3분기 매출은 15억 3500만스위스프랑으로 전년 동기 16억 8300만프랑 대비 9% 감소했다. 허셉틴 유럽 매출은 2억 3300만프랑으로 전년 같은 기간 4억 1900만프랑에 비해 44% 줄었다. 직전 분기 2억 6800만프랑과 비교하면 13% 감소했다.

▲ 로슈 '허셉틴' 글로벌 매출(단위 백만스위스프랑). 출처=로슈

미국에서 올해 3분기 허셉틴 매출은 전년 동기 7억 1100만프랑에서 6억 6500만프랑으로 줄었다. 중국 허셉틴 판매량은 소폭 늘었다. 로슈는 “유럽과 일본에서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고 미국에서 ADC 항암제 ‘캐사일라’로 의약품 교환이 증가하는 등의 이유로 허셉틴 매출이 감소했다”면서 “중국에서 판매가 늘어 일정 부분 상쇄됐다”고 밝혔다.

허셉틴은 초기 유방암, 전이성 유방암 및 전이성 위암 등에 처방되는 항암 항체 바이오의약품이다.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각각 ‘허쥬마’, ‘온트루잔트’가 지난해 5월, 3월 유럽에 출시됐다. 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 허쥬마, 삼성바이오에피스 온트루잔트 등이 판매를 시작한 후 오리지네이터 시장 점유율을 가져왔다”면서 “암젠‧앨러간, 마일란, 화이자 등도 트라스투주맙 시장에 바이오시밀러를 내놓으면서 가격 경쟁은 더 심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로슈 '맙테라-리툭산' 유럽 매출(단위 백만스위스프랑). 출처=로슈

로슈 맙테라‧리툭산 매출도 감소했다. 올해 3분기 맙테라‧리툭산 글로벌 매출은 전년 동기 16억 5600만프랑 대비 2.2% 감소한 16억 2000만프랑이다. 맙테라‧리툭산 매출은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된 유럽과 일본에서 급감했다. 맙테라‧리툭산 올해 3분기 유럽 매출은 전년 동기 2억 600만프랑 대비 29% 감소한 1억 4700만프랑이다. 일본에서는 같은 기간 4600만프랑에 비해 43% 감소한 2600만프랑을 기록했다.

맙테라‧리툭산은 류마티스 관절염(RA), 만성림프구성백혈병(CLL), 비호지킨림프종(NHL) 등에 처방되는 항암 항체 바이오의약품이다.

셀트리온 트룩시마는 2017년 2분기 출시 당시 2% 시장을 확보했지만 올해 2분기 37%로 점유율을 확대했다. 허쥬마는 지난해 2분기 유럽에 출시된 후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 13%를 기록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온트루잔트는 지난해 프랑스 병원 연합체 입찰기관 4곳에서 총 1270만유로 규모의 공급 계약을 수주했다. 이후 덴마크 공식 입찰기관 AMGROS에서 발주한 국가 전체 입찰을 통해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2억 2700만파운드 규모 바이오시밀러 입찰 시장에 진출해 타사 제품과 함께 시판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이 출시한 트룩시마가 오리지네이터 매출을 감소시켰다”고 분석했다.

바이오시밀러 효능‧효과 장기추적서 입증

대부분 입찰 시장인 유럽에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가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이유로는 가격 경쟁력 뿐만 아니라 제품 경쟁력이 꼽힌다.

셀트리온은 허쥬마 3년 장기 추적조사를 통해 허셉틴과 동등한 효능 및 안전성을 확인했다. 연구결과는 허쥬마 임상 3상에 참여한 HER2 과발현 조기유방암 환자 549명을 추적조사한 결과다. 셀트리온은 임상시험에서 치료를 완료한 피험자군(PPS그룹)과 모든 피험자군(ITT그룹)으로 나눠 허쥬마와 허셉틴의 무병생존률(DFS)와 전체생존율(OS)를 추적했다.

▲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온트루잔트(성분명 트라스투주맙)'(왼쪽)과 셀트리온이 개발한 '트룩시마(성분명 리툭시맙)', '허쥬마(성분명 트라스투주맙)' 제품 모습. 출처=각 사

PSS그룹에서 허쥬마 3년 DFS는 82%를 나타냈다. ITT그룹에서는 83%를 나타냈다. 이는 허셉틴과 동등한 결과다. OS부문에서 PPS그룹은 허쥬마와 허셉틴이 각각 95%, 94%를 나타냈다. ITT그룹에서는 93%, 94%를 기록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39개월 추적관찰 결과 DFS, OS를 비롯 심장독성 등 허쥬마와 허셉틴의 유사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온트루잔트는 3년 추적 임상에서 허셉틴을 앞서는 데이터를 보였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기존 임상시험을 완료한 환자 중 추적조사 임상에 동의한 9개 국가의 367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했다. OS는 온트루잔트군 97%, 허셉틴군 93.6%를 나타냈다. 무사건생존률(EFS)은 각각 92.5%, 86.3%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 추적 임상 결과는 처방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시밀러, 신제품 전략 중요

바이오시밀러 처방의 장점은 오리지네이터와 비슷한 효능과 안전성을 나타내지만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이다. 바이오시밀러로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서는 효능‧효과는 물론 가격 경쟁력이 필수 요소다. 업계에서는 점유율을 빨리 높일수록 가격 하락 역시 빠를 것으로 보고 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가격 하락을 상쇄하기 위해 신제품을 선보이거나 미국 등 다른 시장에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할 계획이다.

▲ 램시마 피하주사제형(SC) 제품 모습. 출처=셀트리온

셀트리온은 유럽에 램시마를 피하주사(SC) 제형으로 개선한 바이오의약품 개량신약(바이오베터)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는 RA를 적응증으로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허가승인 권고를 획득했다. 판매허가는 올해 11월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시장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온트루잔트, 셀트리온 허쥬마, 트룩시마가 출시될 예정이다. 미국 사보험사 시장에서는 바이오시밀러를 ‘선호 의약품’으로 등재하는 등 최근 항암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우호적인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다른 항체 바이오시밀러와 달리 항암 항체 바이오시밀러는 출시 1년 이내 15% 이상 점유율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에서 처음 출시되는 바이오시밀러로 퍼스트 무버 효과를 누리거나 우선 시장 점유율을 치고 나가는 의약품은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점유율을 높이지만 이후 일정한 점유율을 나타낸다”면서 “점유율이 하락할 시기에 신제품을 시장에 선보여 이익을 내는 것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