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노동자들은 소지알파트너스샤프트 제도 덕분에 고용 안정성을 확보하고 회사 운영 방식에 더 큰 목소리를 낸다.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 민주당 일부 대선 후보들이 소지알파트너스샤프트(Sozialpartnerschaft)라는 독일 노동 형태를 미국에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 전문가들은 표면적으로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제도는 독일 특유의 제도로, 미국에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효과도 불확실하다고 말한다.

노동조합은 실제로 미국에서보다 소지알파트너스샤프트, 즉 사회적 동반자 관계라는 제도 아래 독일에 훨씬 더 널리 퍼져 있다. 독일에서는 사용자와 노동자 모두 이 제도를 환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노동자들에게는 고용 안정성을 확보해 주고 회사 운영 방식에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국의 노동 전문가들은 이 제도가 제조업이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독일에서 개발된 독일 특유의 제도이기 때문에 미국에서의 성공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뮌헨에서 노동시장 전략을 자문하는 맥킨지(McKinsey & Co.)의 솔베이그 히에로니무스 파트너는 "소지알파트너스샤프트 모델은 수십년 동안의 독일의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환경을 기반으로 발전되어 왔다"면서 "아마도 다른 나라로 이식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체제는 미국과는 확실히 다른 두 가지 주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노사협의회다. 노동자 대표들이 이 협의회에 참석해 회사 경영에 대한 발언권을 갖는다. 독일 대기업에서는 이런 노동자 대표들이 회사 이사회 의석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최고경영자(CEO)는 이들에게 회사 경영에 관한 내용을 보고하게 되어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메사추세츠주)은 미국 대기업들이 노동자 대표들을 이사회에 참여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이 법안이 직원들과 지역사회에 더 많은 책임을 부여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협의회는 기업 단체들로부터, 독일 기업들이 아시아와 미국 기업들의 경쟁에 직면했을 때 독일 기업들의 구조조정이나 신기술 도입 결정의 발목을 잡았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바이에른산업협회(Bavarian Industry Association)의 베르트램 브로사르드트 회장은 "노조의 요구와 회사의 요구 사이에는 큰 모순이 있다"고 말했다.

독일 제도의 또 다른 특징은 이른 바 산업별로 포괄적으로 노동계약 협상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주)은 이 제도가 노조원들이 받는 보다 양질의 급여 혜택을 더 많은 미국 노동자들에게 확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기업협회가 노동조합과 벌이는 협상은 금속가공산업에서부터 식료품점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체의 모든 고용주들에게 적용된다. 그 협상 결과는, 노조가 없는 기업들에게도 적용돼 산업별로 합의된 임금 구조를 따르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산업별 계약 제도를 적용하려면 노동법을 대폭 개정해야 하는데, 이것은 상하원 권력이 나뉘어진 현재의 의회에서는 통과되기가 어렵다. 현행법상 미국 기업은 대개 집단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노조는 여러 기업에 속한 노동자들을 대표하지만 노동 계약은 개별 기업과 협상해야 한다. 산업별 포괄 협상은 다른 회사로 이직해도 같은 수준의 급여를 받기 때문에 기업들 간의 직원 이동을 저해할 수 있다.

경영진 입장을 대변하는 함부르크의 로펌 반가드 리틀러(Vangard Littler)의 토마스 그리베 노동법 전문 변호사는, 독일 노동제도가 독일의 전후(戰後) 장기적인 번영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말했다. 그 제도가 전후 독일 경제가 침체되어 있을 때 경영진과 근로자들이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더 쉽게 합의에 도달할 수 있게 해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오늘날과 같은 상황에서도 노사협의회를 만들자는 주장이 제기되었을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말한다.

"현재의 노동 제도는 현대적 노사 환경과는 맞지 않습니다. 이 제도는 기업들에게 더 많은 비용을 발생시킬 뿐 아니라 그 제도가 얼마나 사회에 이익이 되는 지도 계산하기 어렵습니다."

독일 기업의 노조화는 미국보다 더 높았지만 독일 노동자의 임금은 2000년 이후 미국 노동자의임금보다 더 느리게 성장했다. 환율 차이를 고려할 때, 지난 2000년 기준 독일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은 미국 근로자의 평균임금의 109%였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에 따르면, 독일 노동자들은 현재 미국 근로자들의 임금의 99%에 불과하다. 물론 독일 근로자들은 정부로부터 의료혜택과 더 많은 퇴직수당을 받기 때문에 급여만으로 전체 보수를 비교하기는 어렵다.

독일 제도가 일부 미국 정치인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지만, 독일 경제가 값싼 외국 노동력의 압박에 직면하고 정보기술(IT) 산업 같이 노조가 없는 분야로의 바뀌면서 독일 기업들의 노조화율은 더 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독일 노동계 지도자들은 독일의 제도가 분명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 독일 서비스업 연합노조(United Services Union)의 프랭크 비르스케 위원장은 "미국 노동자들은 확실히 위험에 처해 있다"며 "안정성, 지속가능성, 근로 조건에서 독일이 미국보다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확실히 미국의 노동시장의 변동성은 일부 노동자들에게 불리하다. 그러나 미국의 유연한 노동 제도는 세계 유수의 기술 회사들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고, 10년 이상 지속된 경제 성장에 기여했지만, 유럽의 경제는 지속적인 성장을 보이지 못했다.

독일식 노동 제도를 미국에 도입하는 데 있어 또 다른 문제는, 미국의 노조 기반이 유럽처럼 크지 않다는 것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2018년 노동 조합에 가입한 노동자는 미국 전체 노동자의 12%에 불과하다.

반면, 뉘른베르크의 고용연구소에 따르면, 독일 노동자의 46%가 노조가 대표로 협상하는 단체협약의 대상이다.

바이에른산업협회의 브로사르드트 회장은 “미국 노동자들이 독일의 제도를 따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기를 원치 않는다면 불가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