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할지는 모르지만 아무거나 하긴 싫어> 이동진·최경희·김주은·민세훈 외 지음, 트래블코드 펴냄.

홍콩, 타이베이, 상하이, 런던, 뉴욕, 샌프란시스코 6개 도시에 있는 “생각의 틀을 깨는” 매장 12곳을 소개한다. 저자들이 직접 현장을 취재했다.

주제는 4개로 나눴다. 과거를 재해석한 업소로 홍콩의 로컬간식 ‘잇 달링 잇’, 대만 차(茶)시장의 신생 브랜드 ‘스미스 앤 슈’, 홍콩의 감옥 컨셉 칵테일바 ‘비하인드 바’가 추천됐다. 고객 경험을 바꾼 업소로는 오리지널 레시피 없이 미쉐린 스타를 따낸 美 샌프란시스코의 레스토랑 '인 시투', 조리과정을 메뉴로 만든 홍콩의 ‘원 하버 로드’ 등이 제시된다.

업의 핵심을 버림으로써 혁신을 구현한 업소들도 있다. 바텐더가 없는 타이베이의 칵테일 바 '드래프트 랜드', 매달 새롭게 매장을 바꿔 셰프들이 레스토랑을 런칭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테이스트 키친' 등이다. 미래기술을 도입하여 로봇이 핵심컨셉인 레시오, 로봇 허, 보틀로켓 등도 눈길을 끈다.

이 책은 메뉴 중심으로 핫한 맛집을 소개하는 여타 레스토랑 가이드북과는 다르다. 메뉴를 다각도로 살피면서도 업소의 컨셉과 판매 노하우, 마케팅 방식까지 파고든다. 위기에 처한 국내 식음료 업계에 영감을 줄 만한 책이다. 이 가운데 두 곳을 보자.

◇샌프란시스코 인시투=한국계 셰프 코리 리(Corey Lee)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인시투(In Situ)는 세계 각국 미쉐린 스타 셰프의 요리를 카피해 내놓는다. 메뉴명, 재료, 조리방식, 접시, 요리를 그릇에 담아내는 방식인 플레이팅까지 원본 메뉴와 똑같이 차린다.

이 같은 독창성 때문에 오리지널 요리가 없는데도 미쉐린 가이드의 별 1개를 따냈다. 구글번역기를 돌려보니, 인시투는 코르시카어로 ‘현장에서’라는 뜻이다. 현장에서 먹듯이 원형을 구현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물론 인시투는 요리의 원작자를 적극 소개해준다. 해당 요리를 언제, 어느 레스토랑의 셰프가 창작했는지 메뉴판에 상세히 적고 있다.

각국의 셰프들은 인시투를 홍보창구로 활용한다. 페루의 유명 레스토랑 가스톤 아쿠리오는 정확한 레시피를 전수하기 위해 인시투에 ‘특사’를 보내기도 했다. 코리 리가 과거 오픈한 또다른 레스토랑 ‘바투’에서 미쉐린 별 3개를 따낸 실력자라는 점이 후광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인시투는 스스로를 ‘전시 레스토랑(exhibition restaurant)’이라고 부른다.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 MOMA) 1층에 입점한 것은 ‘전시’라는 의미를 더욱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레스토랑 비평가 피트 웰스는 2016년 7월 19일자 뉴욕타임스에 “독창성을 피함으로써 인시투는 미국에서 가장 독창적인 새로운 레스토랑이 되었다(By avoiding originality, In Situ is the most original new restaurant in the country).”고 극찬했다.

▲ 써니힐즈는 펑리수를 무료로 맛보게 함으로써 심리적 진입장벽을 낮춰 고객 확보에 효과를 보고 있다.

◇대만 써니힐즈=대만을 대표하는 과자 ‘펑리수’를 시식하는 매장이다. 펑리수는 버터, 달걀 등을 섞은 밀가루 반죽 안에 파인애플 소를 넣어 구운 것으로 써니힐즈 브랜드가 최고급으로 꼽힌다.

이 곳의 시식은 무료이지만 접대에 최선을 다한다. 시식을 원하는 고객이 들어오면 좌석을 안내하고 포장을 벗기지 않은 온전한 펑리수와 우롱차를 고급스런 나무 쟁반에 올려 대접한다. 입장하는 고객의 숫자를 제한하여 누구든 쾌적하고 여유롭게 펑리수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다. 시식장소는 최고급 레스토랑처럼 예술작품과 분재로 꾸며져 있다.

펑리수 판매대는 출구 쪽에 있다. 공들인 접대를 받은 무료 시식자들은 '심리적으로' 이 곳을 그냥 지나치기 힘들다. 이 곳에서는 낱개 판매가 없다. 10개입, 16개입 짜리 세트로만 판다. 자연히 객단가가 높아진다.

세일을 할 때 일반 점포는 10개를 사면 1개를 덤으로 얹어준다. 써니힐즈에서도 10개입 구매시 시식 포함 11개를 구입한 셈이 된다. 하지만 써니힐즈의 덤은 ‘고객만족’을 이끌어내는 강력한 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