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IPTV 업체의 케이블 MSO 인수합병 행보가 빨라지는 가운데,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에 제동이 걸려 눈길을 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6일 전원회의를 통해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기업결합에 대한 심의를 열어 유보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이번 조치로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은 낮다고 보지만,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어렵다, 어려워”

LG유플러스는 지난 2월 14일 이사회를 열어 CJ ENM이 보유한 케이블 업체인 CJ헬로 지분 인수를 결정했다. CJ ENM이 보유하고 있는 CJ헬로 지분 53.92% 중 ‘50% + 1주’를 8000억원에 인수하는 조건이다. 

인수의 타이밍과 전략 모두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 가운데 CJ헬로가 초고속인터넷과 알뜰폰 가입자를 대거 보유한 대목도 눈길을 끈 바 있다. CJ헬로는 실제로 420만여명의 케이블TV 가입자, 78만여명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79만여명의 알뜰폰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LG유플러스는 이를 중심으로 방통융합 플랫폼 서비스를 가동하면서 모바일 TV 플랫폼을 키울 수 있다는 각오를 보였다.

LG유플러스는 SK브로드밴드가 CJ헬로 인수에 나서던 2015년 과도한 시장 독과점의 이유로 경쟁사의 CJ헬로 인수 반대에 나선 전적이 있다. LG유플러스는 실제로 2015년 11월 설명회를 열어 “공익성 및 공공성이 핵심인 방송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진입규제, 소유·겸영 규제 등을 통해 특정 사업자의 독과점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며 “SK브로드밴드의 CJ헬로 인수합병은 (이들이 주장하는)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방송 공짜 번들화’를 통해 이동통신 지배력을 방송시장에 까지 확대, 이동통신은 물로 알뜰폰, 초고속, 방송에 이르는 모든 시장을 독점하려는 전형적인 경쟁제한적 기업결합”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가 CJ헬로 인수를 포기한 후 이번에는 자신이 CJ헬로 인수를 시도하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냐”는 비야냥이 나온 바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러한 ‘비웃음’을 견뎌내며 CJ헬로 인수에 속도를 냈다. 당장 3월 공정위에 CJ헬로의 지분 인수를 위한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하는 등 발 빠른 행보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큰 무리가 없다면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가 무난하게 이뤄질 것으로 봤다.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인수도 진행되던 가운데 유료방송 인수합병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공룡 미디어의 등장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컸으나, 최근에는 미디어 합종연횡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체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전체회의를 통해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2018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결과를 보고 받으며 경쟁상황평가에 전국단위 방식 확대를 적용하자 더욱 고조됐다. 78개 지역으로 나눈 구역별로 점유율을 조사해 인수합병 당시 시장 독과점 우려를 판단하면 현재 IPTV들의 케이블 인수는 어려워진다. 그러나 그 기준을 전국단위로 넓히면 IPTV들이 케이블 인수에 속도를 낼 수 있는 논리적 타당성이 생긴다.

그러나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는 생각보다 많은 반대에 직면했다. 특히 알뜰폰을 둘러싼 견제가 본격화되며 논란이 커졌다. 이미 알뜰폰을 가지고 있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가 보유한 시장 1위 알뜰폰 사업자 헬로모바일을 흡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SK텔레콤과 KT의 반발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열린 국회의원연구단체 언론공정성실현모임에서 주최한 '바람직한 유료방송 세미나'에서 정면충돌이 벌어졌다. 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는 헬로모바일의 점유율이 1.2% 수준이기 때문에 전체 시장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면서 "헬로모바일을 유지해 소비자 선택권을 증진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이상헌 SK텔레콤 상무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와 함께 헬로모바일을 인수하면 1위 기업이 소멸되는 것"이라면서 견제구를 날렸다.

LG유플러스는 별도의 자료를 통해 "케이블 사업자 인수합병 심사의 핵심은 인수합병에 따른 경쟁제한성 여부, 방송의 공적책임(공익성) 확보 여부 두 가지"라면서 "그런데 경쟁사들은 통신시장의 1.2%에 불과한 CJ헬로 알뜰폰을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인수하는 것에 주변의 이목을 집중시키려 하면서 사안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알뜰폰을 매개로 CJ헬로 인수 행보의 발목을 잡으려한다는 불만이다.

이렇듯 다양한 발목잡기, 태클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정위가 LG유플러스와 CJ헬로 기업결합에 제동을 걸며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어떻게 될까?

공정위가 LG유플러스와 CJ헬로 기업결합에 제동을 건 이유는 형평성 때문이다. 공정위는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기업결합 심사에서 교차판매를 제한하는 조건을 걸었으나,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에는 교차판매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SK브로드밴드의 강력한 반발이 있었고,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였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두 건을 병합심사해 의견차를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정위의 제동으로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가 불허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두 건 모두 교차판매를 허용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할 것으로 본다. LG유플러스 입장에서는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SK브로드밴드의 문제제기로 어렵게 됐고, 결국 형평성 논리에 휘말린 분위기다. 다만 SK브로드밴드만 교차판매를 허용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기 때문에 공정위의 결정이 당연하다는 주장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