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금융당국이 책임준비금 적립을 비용이 아닌 이익잉여금 항목인 법정적립금에 적립토록 하면서 보험사에 추가적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금리하락이 가팔라지면서 보험사의 실적 악화를 고려해 비용(책임준비금 전입액)이 아닌 법정준비금에 적립토록했다. 또 부채를 시가평가하는 책임준비금 적정성평가제도(LAT)를 신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적용되는 시기인 2022년에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발표는 현재 보험업계에 숨통을 틔게 만들었다는 의견도 있지만 책임준비금 결손금을 잉여금에 추가 적립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하기 전에 실적을 끌어올려야 하는 부담도 존재한다.

최근의 할인율로 평가한 책임준비금 결손을 법정준비금에 적립하려면 충분한 이익잉여금이 있어야 하는데 책임준비금 결손금보다 이익잉여금이 부족하면 보험금 지급 재원이 없어지게 된다.

금융당국은 새롭게 개정된 LAT와 관련해 최근 금리가 너무 떨어져서 비용 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이익잉여금이 부족한 기업에 추가 대응책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박진해 금감원 보험리스크제도 실장은 “개정된 LAT는 이익잉여금에서 블록킹 해 자본에서 못나가게 하는 것”이라며 “이익잉여금이 부족한 보험사는 적립할 여력이 없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삼성생명·한화생명 등 대형사도 법정적립금 마련 부족

올해 상반기 시장금리로 할인한 부채 적정성평가(LAT) 결과 보험사 대부분이 금리 인하로 LAT평가액이 증가했다. 대형사도 예외일수 없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은 2000년 초반에 고금리 연금·저축상품 판매로 금리확정형 평가액이 증가해 추가로 적립해야할 금액이 커지고 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은 올 상반기 금리확정형 유배당 상품에서 각각 24조3484억원, 9조3846억원의 결손이 발생했고 교보생명은 6조4920억원의 결손이 발생했다. 현 LAT기준으로는 금리확정형과 금리연계형 상품을 합산해 결손이 나오지 않는다면 추가 적립이 필요없지만 2022년에는 각 항목별로 평가가 세분화되는 만큼 확정형 상품의 결손이 법정적립금 산정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금리확정형 상품에서 결손금액은 이익잉여금 잔액보다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이익잉여금이 결손금액보다 각각 11조원. 6조원 적은 상황이다. 반면 교보생명은 금리확정형 결손보다 이익잉여금 잔액이 6794억원 더 많다.

◇ 중소형 생보사, 결손났거나 이익잉여금 부족한 곳 수두룩

국내 중소형 생명보험사는 상황이 더 좋지 못하다. 특히 현재 내부 유보금이 없거나 마이너스(결손)인 보험사는 2022년까지 이러한 재무상황이 이어질 경우 법정준비금에 적립을 못하게 된다.

올 상반기 기준 금리확정형 상품의 결손보다 이익잉여금이 적은 보험사는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ABL생명 △푸본현대생명 △KDB생명 등이다. 이 중 ABL생명과 푸본현대생명은 유보금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법정적립금을 적립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금융당국은 새롭게 개정된 LAT제도에 대해 “준비금 적립액이 배당가능이익에서 제외되고 내부유보된다는 점에서 부채증가를 이연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보험사가 안정적으로 이익잉여금 항목에 준비금을 적립하기 위해서는 배당재원이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이익잉여금을 늘려 적립금을 확보하려면 순이익이 확대되야 하지만 저금리로 자산운용에서도 투자수익이 줄어 현실적으로 실적 증가가 어려운 상황인만큼 배당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자체적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손충당금 적립에 더해 대손준비금을 이익잉여금 내 법정적립금에 적립하는 것처럼 보험사도 위험준비금을 적립하는 것”이라고 추가 설명했다.

이어 “이자율하락이 보험사의 수용범위를 넘어설 경우 할인율도 추가 검도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