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리데이비슨이 충전 장비와 관련된 문제로 전기 오토바이의 라이브와이어(LiveWire)의 생산을 중단했다.   출처= 할리데이비슨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할리데이비슨(Harley-Davidson Inc.)이 충전 장비와 관련된 문제를 발견하고 전기 오토바이의 생산과 출하를 중단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로써 회사가 매출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는 전기 오토바이 매출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할리데이비슨은 현재 전기 오토바이 라이브와이어(LiveWire) 모델의 생산을 중단하고 문제를 조사하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언제 생산이 재개될지는 밝히지 않았다.

할리데이비슨은 미국 본토 시장에서 판매 저하를 회복하기 위해 전기 오토바이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회사는 지난 7월 올해 오토바이 출하량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고 최근 분기에도 저조한 실적을 발표했다.

전기 오토바이의 생산 중단을 발표한 날, 주가는 0.3% 오른 35.21 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올해 들어 현재까지 3.2% 상승했다. S&P 500지수가 올해 18% 상승한 데 비하면 현저히 낮은 상승률이다.

회사는 고객들과 딜러들에게 새 전기 오토바이는 여전히 안전하며, 가정용 전기 콘센트 대신 딜러 영업소에 설치된 전문 충전기만을 사용하도록 요청했다.

기존에 라이브와이어를 가지고 있는 고객들은 가정용 표준 벽 콘센트에서 오토바이를 충전할 수 있었지만 완전 충전에는 약 10시간이 소요됐다. 그러나 딜러 영업소의 전문 충전기는 1시간 안에 충전이 완료된다. 라이브와이어의 소매 가격은 3만 달러이며, 한번 충전으로 140마일(225 km)의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자동차와 오토바이 제조업체들은 배터리로 구동하는 전기차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그러나 전기 오토바이 역시 높은 배터리 비용, 짧은 주행 거리, 긴 충전 시간 등의 장애 요소로 광범위한 보급이 제한돼 왔다.

할리데이비슨도 자동차 회사들처럼 전국적으로 충전소의 수를 늘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회사는 충전시설 전문회사 엘렉트리파이 어메리카(Electrify America LLC)와 제휴해 딜러 영업소에 충전소를 설치했고 할리 고객들에게 500 킬로와트시(kilowatt-hours)의 무료 충전권을 제공했다.

그러나 전기 오토바이의 내구성과 신뢰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할리의 가솔린 오토바이는 대개 수십 년 동안 사용한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중고 시장에서 오래된 할리의 오토바이를 거래하는 것도 값비싼 새 전기 오토바이 판매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딜러들은 라이브와이어의 가격이 너무 높으면 이제 막 시작되는 시장에서 저가 경쟁업체들에게 시장을 빼앗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할리데이비슨은 전통적인 할리 애호가 그룹이 고령화되면서 매출 감소에 직면하고 있다. 할리데데이비슨이 5년 전 전기 오토바이 라이브와이어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것도 더 젊고 다양한 고객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시도였다.

회사는 이후 약속대로 라이브와이어를 선보였고 특히 해외 시장에 보다 더 치중하고 있다. 할리데이비슨은 2027년 말까지 국내와 해외 시장의 비중을 50대 50으로 맞추기를 원한다. 2018년에 할리데이비슨의 해외 매출은 전체 매출의 42%였다.

애널리스트들은 할리데이비슨이 최근 몇 년 동안 신모델들에서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전기 오토바이의 출시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웨드부시 증권(Wedbush Securities Inc.)의 제임스 하디만 애널리스트는 "이번 생산 중단이 몇 년 동안 준비한 것 치고는 안 좋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하디만은 지난해 할리데이비슨이 전세계적으로 출고한 라이브와이어 첫 생산량은 1600대로, 회사 전체 출고량의 1%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할리데이비슨은 당초에 지난 8월에 라이브와이어의 두 번째 생산 물량을 딜러들에게 공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소량의 물량만 일부 딜러들에게 공급한 채 나머지 물량은 이번 달 초로 연기했다. 그러나 회사는 아직도 나머지 물량을 원활하게 공급하지 못하고 있고 생산 물량도 밝히지 않고 있다.

회사는 200여 개의 딜러들을 선별해 라이브와이어를 공급하고 있는데, 대부분 경영진이 가장 관심을 끌 것으로 믿고 있는 도시 지역과 회사가 신규 고객을 열망하는 지역이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할리 딜러를 운영하고 있는 브렌트 라이들로는 최근 본사로부터 라이브와이어 한 대를 어렵게 인도받았다. 그는 충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는 이 오토바이를 팔지 않을 계획이다. 그는 공급 지연에도 불구하고 이 전기 오토바이를 자신의 매장에 진열해 놓는 것만으로도 많은 잠재 고객을 끌어들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