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세계 에너지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야망은 전적으로 중국이 미국 석유를 얼마나 구매하느냐에 달려있다.   출처= MarketWatch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전쟁이 아직 대부분의 미국인들의 주머니 사정까지 강타하지 않았지만, 미국 경제의 많은 부분들이 위기를 느끼고 있다.

미 석유산업 서비스 회사 카나리아(Canary)의 댄 에버하트 최고경영자(CEO)는 14일(현지시간) CNN 기고에서, 지난주 예비 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석유와 가스산업은 특히 취약하다고 밝혔다.

많은 미국인들이 미국의 석유와 가스 산업에서 가정, 자동차, 공장에 전력을 공급하는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일하고 있지만, 그들이 사용하는 장비, 즉 밸브, 압축기, 갱구 장비(坑口裝備) 등 많은 부품들은 거의 값이 싼 중국에서 들여온다. 관세 인상으로 석유 서비스 회사들이 의존하고 있는 중국 장비 수입 비용은 25%나 올라, 그렇지 않아도 낮은 수익률에 시달리는 석유 가스 산업에 더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관세 인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자 미국 기업들은 베트남 등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서 더 저렴한 공급업체를 찾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현재까지 미국 원유 생산과 그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보고되지 않았지만 향후 중국의 미국산 석유 가스에 대한 관세로 장기 계약을 확보하지 못한 액화천연가스 수출 사업은 큰 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다. 미국 생산자들이 그들이 생산한 석유 가스에 대한 수출 시장을 찾지 못한다면 그들은 새로운 시추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 미국 생산의 감소를 가져올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석유 가격은 현재 배럴당 54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셰일 생산자들이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불안정한 수준이다. 무역 전쟁이 발발해 에너지 상품들이 표적이 되기 전인 작년 10월, 원유 가격은 76달러에 거래되었었다.

경제학자들은 지금 전세계적으로 번지는 이른 바 글로벌 동반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그들은 무역전쟁이 무기한 계속되면서 세계 경제 성장을 해치고 아울러 석유 수요를 점점 더 잠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파리에 본부를 둔 세계 주요국들의 에너지 소비 감시기구인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최근, 2019년과 2020년 석유 수요 증가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사실 현재 하루 130만 배럴인 글로벌 석유 수요가 2020년에 하루 80만 배럴 이하로 떨어진다 해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세계 석유 수요의 성장률이 줄어들면서 미국의 석유 생산업체들은 세계 최대의 석유 수입 시장(중국)에서 자신들이 고립되는 것을 보게 될 지 모른다. 중국은 지난 9월 1일, 미국 원유에 5%의 보복관세를 부과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중국의 관세 부과가 유럽, 한국, 인도, 일본 등 다른 시장들 덕분에 미국 생산자들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의 셰일 산업은 텍사스 유전에서 걸프만 수출 터미널까지 새로운 송유관을 건설하면서 하루 150만 배럴이라는 엄청난 양의 석유를 방출하려 하고 있다. 게다가 유럽, 한국 등 대형 수입국들은 미국 생산자들이 제공하는 셰일 석유에 더 이상 욕구를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미국 셰일 수출업체들이 중국 시장에 접근하지 못하면, 그들은 엄청난 생산량을 팔아 치우기 위해 세계적인 수입업자들에게 중국 시장을 대체하도록 대폭 가격 할인을 해야 할 것이다. 산업 이익률이 이미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에서, 낮은 수출가격은 그들을 깊은 적자로 몰아넣을 것이다. 결국 생산자들은 자본 투자를 억제하고 내년 생산 증가 목표를 줄일 것이다. 미국 에너지 정보국(EIA)을 포함한 에너지 시장 관측통은 이미 2020년 셰일 생산 증가가 둔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 셰일 생산량의 급증은 현재 국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생산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해외의 시장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세계 최대 석유수입시장인 중국이 갑자기 미국 원유의 수입을 금지한다면 이러한 도전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한편 이번 미중간 부분 타결로 하루 50만 배럴의 미국산 원유의 중국 수출이 이루어 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무역전쟁이 시작되기 전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던 수준이다. 물론 중국이 미국 석유를 더 많이 살 여지가 있다.

여기에는 전략적으로 중국에게도 긍정적 측면이 있다. 중국은 그동안 사우디로부터의 석유수입을 늘림으로써 미국 석유 수입 감소를 상쇄해 왔다. 그러나 지난 9월 14일 사우디 석유 시설에 대한 공격 이후 OPEC 회원국 생산량이 일시적으로 절반으로 줄어들자 중국은 공급선 다양화하기로 했다. 이란과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제재와 함께 중동에서의 전쟁 위협은 중국으로 하여금 그들의 선택지를 재검토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 셰일 부문은 아직 크게 흔들리고 있지는 않지만, 에너지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약속을 충분히 달성하려면 백악관의 도움이 필요하다. 미국의 석유 수출이 향후 3년 동안 하루 5백만 배럴까지 늘어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어렵다. 그러나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 없느냐도 역시 중국이 미국의 진정한 무역 파트너가 되느냐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