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발표

2019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3인 공동 수상이다. 수상자는 모두 미국인. 아비지트 배너지, 에스더 듀플로, 그리고 마이클 크레이머.

지난 14일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연구 주제는 빈곤경제학이라고 밝혔다. 수상자 3명은 모두 빈곤경제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이다. 노벨 경제학상이 빈곤경제에 관심을 가진 것은 처음이다.

매사추세츠주공과대학(MIT) 교수인 아비지트 배너지와 에스더 뒤플로는 부부다. 사제지간으로 만나서, 결혼에 이르렀고, 이번에 노벨 경제학상까지 공동으로 수상했다.

하버드 대학 교수인 마이클 크레이머도 아비지트 배너지, 에스더 뒤플로와 동료 관계이다.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매사추세츠주공과대학에서 포스트닥과 6년간의 교수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비지트 배너지와 에스더 뒤플로와는 연구 방법론에 대해 교류하는 학문적 동지라고도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들 3명의 학자들에게 노벨상을 수여할 노벨위원회는 “지난 20년 동안 세 학자의 실험 기반의 접근법은 개발경제학의 지평을 넓혔다”라고 평가했다. 이들의 연구가 빈곤과 싸운데 강력한 도움을 줬다고 이해한 것이다. 행동하는 학자들이라는 분석이다.

아비지트 배너지와 에스더 뒤플로는 인도 등 다양한 개발도상국의 발전 방안을 연구해서 빈곤과 싸우는 인류의 능력을 향상시켰으며, 그로 인해 인도에서 500만 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마이클 크레이머는 1990년대 중반 아프리카 케냐의 서부에서 어린이의 교육과 건강을 증진시키는 가장 강력한 접근법을 개발했다. 이들 3명의 학자들은 뚜렷한 연구 결과와 실천 행동으로 결실을 얻은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에 대한 오해와 이해

노벨 경제학상은 노벨상이라고 할 수 없다. 알프레드 노벨은 물리, 화학, 생리의학, 문학, 평화상만 시상 분야로 유언으로 정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노벨상이 아니다.

그래서 이 상의 명칭도 다른 노벨상과 전혀 다르다. 다른 노벨상은 그냥 노벨상이라 부른다. 하지만 이 상은 '알프레드 노벨 기념 스웨덴 중앙은행 경제학상(The Sveriges Riksbank Prize in Economic Sciences in Memory of Alfred Nobel)' 이다.

약칭 노벨 경제학상은 스웨덴 중앙은행 설립 300주년을 기념해 제정된 상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노벨 경제학상은 노벨상이 아닌 스웨덴 중앙은행상인 것이다. 이런 까닭에 5개 분야의 노벨상만을 인정하는 사람들은 강한 어조로 이 상을 비판한다.

그러나 세계 경제학계는 노벨 경제학상의 공신력과 권위를 인정한다. 수상자 선정 과정이 다른 5개 분야 노벨상과 마찬가지로 공정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굳이 노벨 경제학상이 아니더라도, 경제학에 끼친 공로가 있는 학자에게 어떤 형태로든 보답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노벨 경제학상은 그런 상황에 적합한 상이라고 여긴다.

그렇다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의 만족도는 어떠할까? 역시 마찬가지이다. 5개 분야 노벨상 수상자와 마찬가지로 대단한 영예로 여긴다. 100만 달러라는 상금도 상금이려니와, 세계 경제학계에서 경제학 발전에 기여한 공헌자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미국 중심의 수상자 선정에 대한 불만

수여 기관은 공정성을 가지고 수상자를 선정하고, 경제학계는 상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며, 수상자는 대단한 영예로 여긴다면 문제없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꼭 그렇지만도 않다. 수상자 대부분이 미국학자라는 사실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실제로 1969년 첫 번째 수상자를 배출한 노벨 경제학상은 지난 51년간 총 84명이 수상했는데, 이 중에서 총 38명이 미국 국적자였다. 특히 지난 2000년부터 최근 20년 동안에는 그런 상황이 더 심각해져서, 2014년 수상자인 프랑스인 장 티롤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한 해도 빠짐없이 모두 미국 학자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따라서 노벨 경제학상은 미국 경제학자를 위해 운용된다는 비판이 생겨날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냉정하게 따져보면, 이런 수상자 선정은 당연하다. 세계 경제를 미국이 주도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비약적인 성장도 주목할 만한 일이지만, 자본주의 경제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개혁개방은 40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은 완전한 시장경제 체제로 진입하지 않았으므로, 노벨 경제학상 수상은 시기상조라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 속에서 주목할 사실이 있다. 미국의 독주 속에서도, 영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 이스라엘, 인도, 캐나다, 폴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키프로스, 세인트루시아 등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배출했고, 심지어 1973년과 1975년에는 구소련에서 바실리 레온티예프와 레오니트 칸토로비치를 각각 배출했는데, 이웃나라 일본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는 것은 의외의 일이다. 제2차 세계대전 패망 이후, 폐허 속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한 일본 경제는 세계가 주목하는 일인데, 1969년부터 일본인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사례는 없다. 왜 그런 것일까?

 

노벨 화학상 수상자를 통해 확인하는 세계 학문의 방향성

일본은 이제까지 노벨 물리, 화학, 생리의학, 문학, 평화상에서 25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외국 국적을 가진 일본계 5명을 더하면 30명에 육박한다. 아시아 최강대국답다.

그런데 왜 일본은 노벨 경제학상만큼은 아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본 경제학자 중에서 알프레드 노벨이 염원한 인류의 문명 발달에 경제학적으로 기여한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전후 일본의 경제 발전은 자국 중심적이었고, 폐쇄적이었다. 심지어 경제동물이라 불릴 정도로 냉정했고, 이해 중심적이었다.

아베노믹스에서도 드러났듯이, 일본은 자국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주변국에 위협이 될 수 있는 통화 공급 확대, 엔화평가절하 등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일본의 경제학은 빈곤연구나, 복지이론, 안정적 배분과 같은 최근의 세계 경제학의 추세와 어울리지 않는다. 일본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본의 물리, 화학, 생리의학, 문학, 평화 분야의 노벨상 수상과 노벨 경제학상 미수상은 이들 분야에 대한 한국 학자들의 연구가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지 예측할 수 있게 한다. 한국은 일본과는 다른 발전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 2019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에스더 뒤플로가 밝혔듯, 새마을운동을 성공한 한국은 개발도상국들에게 보일 좋은 성공 모델이다. 10대 경제대국 한국은 인류 공영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게 나아가다 보면, 조만간 한국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배출국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