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초연결 시대가 도래하며 빅데이터의 확보와 운용에 특화된 클라우드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국내 대기업들이 속속 클라우드에 눈을 돌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 클라우드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출처=갈무리

“모두들 구름으로”

SK C&C가 14일 국내 1위 클라우드 매니지드 서비스 기업(MSP, Managed Service Provider)인 클루커스 지분 18.84%를 확보한다고 밝혔다. 2022년까지 SK 전 계열사 주요 시스템의 클라우드 전환을 위해 클라우드 제트와 AWS 및 MS 애저, 구글 클라우드 등을 연계한 멀티 클라우드 사업 확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SK그룹은 2022년까지 전 계열사 시스템 중 80%를 클라우드로 전환시킨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 연장선에서 SK C&C가 총대를 메고 클루커스와의 협력을 통해 일종의 클라우드 다각화 로드맵을 펼칠 전망이다.

프라이빗과 퍼블릭 클라우드를 혼용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전략이다. 대부분의 시스템은 퍼블릭 클라우드를 통해 시스템을 운용하고 민감하고 보안이 중요한 데이터는 프라이빗 클라우드에서 활용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여기에 벌티 클라우드 전략을 덧대는 방식이다.

SK㈜ C&C 이응상 전략기획센터장은 “MS 애저는 물론 AWS, 구글 등 주요 클라우드 사업자들과의 협력 강화를 통한 SK그룹 클라우드 전환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고객이 보유한 다양한 시스템에 최적화된 멀티 클라우드 환경을 제공해 고객의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 하겠다”고 말했다.

회사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올리려는 작업은 SK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삼성은 2020년까지 7000억원을 투자해 전사적관리시스템(ERP)의 클라우드 전환을 계획한 상태다. S-클라우드의 실패로 해당 시장의 본격적인 진출에는 선을 긋고 있으나 계열사의 시스템을 클라우드에 올려야 한다는 시대의 명령에는 명확하게 부합하는 중이다. 삼성SDS가 주축이 되어 그룹 계열사의 대부분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LG그룹은 2023년까지 모든 계열사의 IT 시스템 90%를 클라우드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역시 선봉은 LG CNS다.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LG 계열사의 클라우드 전환율을 2023년까지 90% 이상 높이는 것이 목표며 LG CNS는 계열사가 클라우드 시스템에 안착할 수 있도록 최적화 전략을 돕는다는 방침이다. 정우진 LG CNS 클라우드사업담당 상무는 지난 3월 간담회에서 “다양한 클라우드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계열사 별 특성에 따라 사업 방향을 정하고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삼성 및 LG, SK는 각 그룹의 SI 계열사를 중심으로 자체 클라우드를 가동하는 한편, 글로벌 사업자의 클라우드를 입맛에 맞게 골라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중이다. 그 연장선에서 각 SI 계열사의 책임이 막중해졌다.

이 외에도 다소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어 클라우드 도입에 미온적인 현대차그룹도 최근에는 클라우드 전략을 다양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모빌리티 전략에 큰 관심을 보이는 상태에서 클라우드 기반의 생태계 전략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 전망. 출처=가트너

클라우드의 핵심

글로벌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이 올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나왔다. 올해 시장 규모는 전년 1824억달러 대비 17.5% 증가한 2143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가트너의 리서치 디렉터인 시드 내그 (Sid Nag)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분명히 업계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며, “모든 업체들의 비즈니스 모델 및 매출 성장세는 기업들의 클라우드 우선 전략 채택이 증가하는 현상에 따른 영향을 받는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 가트너는 2022년까지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 규모 및 성장세가 전체 IT 서비스 성장세의 약 3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가트너의 주장은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에만 국한된 것이며, 그 범위를 확장하면 더욱 거대한 시장 생태계 조성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 연장선에서 국내 대기업들이 속속 클라우드를 찾는 이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클라우드는 데이터의 확보 및 보관, 운용에 있어 커다란 강점을 보이지만 보안에 있어 취약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지금도 유효하다. 그러나 클라우드의 보안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클라우드를 도입해 얻을 수 있는 강점이 상당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클라우드의 생산성이 핵심이다. 5G 및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기술이 제대로 구현되려면 기민하고 확실한 ‘두뇌’가 필수다. 특히 스마트팩토리 등 다양한 ICT 기술이 등장하며 ICT와 제조업의 만남이 시너지를 내는 상황에서 클라우드의 영역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금까지는 게임사 등 ICT 영역에 속한 기업들이 클라우드에 관심을 보였으나, 점차 대기업들도 변화된 경영환경에 맞춰 클라우드를 선택하게 된 배경이다.

클라우드의 생산성은 타 영역의 사례에서도 발견된다.

김경환 서울대병원 교수는 지난 4월 <이코노믹리뷰>와의 인터뷰에서 병원과 클라우드의 시너지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환자의 건강이라는 민감하고 중요한 현안을 다루는 병원이 클라우드와 만난 이유에 대해 “의료 현장에서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면서도 “사이앱스를 AWS로 가동하는 상황에서 드는 생각은 오히려 ‘의학계가 지금까지 클라우드 도입을 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로 좁혀진다. 다양한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사이앱스는 미국 IT 기술 기업인 사이앱스가 개발한 정밀의료 플랫폼이며 의료진이 환자의 임상 및 게놈 프로파일에 기반한 정밀 암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김 교수는 “민감한 의료기록을 클라우드에 보관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오히려 보안에 강한 것이 클라우드”라면서 “미국의 9.11 테러 당시 물리적 서버 공간이 무너지며 많은 데이터가 손실됐지만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저장한 경우 안전했던 사례가 있다. 클라우드의 데이터 보안 및 저장능력은 최고”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기업의 클라우드 대중화가 전개되며 다양한 가능성이 타진되는 것도 눈여겨 볼 포인트다. 특히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국내 시장에 집중하며 데이터 센터를 건립하는 등 클라우드를 택할 수 있는 기초체력이 마련되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당장 구글은 내년 초 국내에 데이터 센터를 열어 다양한 로드맵을 보여준다는 각오다. 이지영 구글 클라우드 한국 총괄은 “구글 클라우드 사업에서 한국은 중요한 파트너”라면서 “구글 클라우드는 고객과 함께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글은 10억명이 넘는 이용자를 가진 서비스가 8개 존재하며, 많은 인프라를 통해 운용한 노하우가 있다”면서 “인공지능 시대의 가장 적합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MS 리전은 2017년 열린 상태며 전통의 강자인 AWS는 현재 국내에 복수리전을 운영하는 중이다. 심지어 데이터베이스의 강자 오라클도 나섰다. 오라클은 2세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인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 서울 리전의 개소를 발표하며 차세대 데이터 센터 설립을 약속했다.

국내에서도 삼성SDS 및 네이버, 롯데정보통신 등 국내 기업들도 데이터 센터 확충에 나서고 있다. KT는 중소기업만을 위한 클라우드 플랫폼을 단독으로 보유하고 있다. 클라우드 저변이 확장되며 대중화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대기업들도 속속 트렌드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각 대기업들의 젊은 감각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 부회장은 최근 전면에 나섰거나 혹은 재계의 막내격에서 형님격으로 올라선 인물들이다. ICT에 익숙하고 글로벌 트렌드에 능한 젊은 총수들이 그룹의 클라우드 전략을 빠르게 끌고가고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