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에스티는 2013년 3월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전신인 구 동아제약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전문의약품(ETC) 사업을 인적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출처=동아에스티

[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최근 국내 제약사들이 굵직한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꾸준한 연구개발(R&D)과 과감한 투자를 통해 신약 파이프라인의 경쟁력을 강화한 덕분이다.

동아에스티 역시 신약 개발에 적극적인 기업 중 한 곳이다. 지금까지 천연물, 바이오의약품, 제네릭 등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공을 들여왔다. 이 회사는 이 같은 신약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최근 몇 년간 지속됐던 역성장의 고리를 끊는데 성공했다. 올해도 R&D 성과를 앞세워 매출 안정화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기 극복 경험 '눈길'

동아에스티는 2013년 3월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전신인 구 동아제약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전문의약품(ETC) 사업을 인적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출범 초기 동아에스티는 주력사업인 ETC 사업이 부진에 빠지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한때 연 매출 881억원을 기록했던 간판 의약품 '스티렌'이 급여 제한과 약가인하 여파로 몰락 위기에 내몰린 탓이다. 지난해 위염치료제 스티렌의 매출은 98억원으로 처참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동아에스티 주요 의약품 품목별 매출액 추이. 출처=동아에스티, 한화투자증권

이에 동아에스티는 스티렌의 매출 공백을 메꾸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스티렌의 용량을 늘리고 복용 횟수를 줄인 '스티렌투엑스'를 비롯해 일본 카켄사의 손발톱무좀치료제 '주빌리아', 미국 오렉시젠사의 비만치료제 '콘트라브', B형 간염치료제 '비리얼', 일본 다케다의 고혈압치료제 '이달비' 등을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며 ETC 매출 개선에 적극 나섰다.

그 결과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출범 이후 처음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을 모두 흑자로 돌리는데 성공했다.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은 29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로 이어지는 R&D 성과

동아에스티가 출범 5년 만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꾸준한 연구개발에서 찾을 수 있다. 실제로 200명이 넘는 인력이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미 다수의 신약 후보물질을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게다가 다년간 지속해온 R&D 투자는 조금씩 매출 증대로 이어지며 향후 실적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동아에스티가 미국 머크에 기술수출한 '시벡스트로'는 현재 미국에서 박테리아성 폐렴(HABP/VABP) 적응증 확대를 위해 글로벌 3상을 진행 중이다. 제품이 출시될 경우 머크로부터 추가 기술료 수취가 가능하다. 시벡스트로는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와 같은 내성균을 포함한 그람 양성균에 발생하는 심각한 감염을 치료하는 2세대 옥사졸리디논 계열의 항생제다. 2014년 북미를 시작으로 유럽, 한국, 일본, 싱가포르 등에 시판 허가를 받았다.

▲동아에스티 파이프라인 현황. 출처=동아에스티, 한화투자증권

동아에스티는 제2형 당뇨병 치료제인 ‘슈가논’의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4월 인도 제약사 알켐과 손잡고 인도 현지에 슈가논을 발매했다. 현재 인도뿐만 아니라 브라질과 중남미 17개국에도 허가를 신청했다.

빈혈치료제 ‘DA-3880’의 일본 진출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동아에스티의 일본 파트너사인 삼화화학연구소(SKK)는 지난달 후생노동성으로부터 'DA-3880'의 일본 내 제조판매 승인을 획득했다. 이 제품은 약가 취득 후 연내 정식 발매될 예정이다. DA-3880은 지속형 적혈구 조혈자극제 '네스프'(성분명 다베포에틴-알파)의 바이오시밀러다. 만성신부전 환자 및 항암 화학요법 환자의 빈혈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 2016년 면역항암제 ‘DA-4501’의 기술수출을 시작으로 항암 신약 개발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DA-4501은 애브비에 기술 수출한 차세대 면역항암제로 총 마일스톤 대비 7.6%의 계약금을 받았다. 지난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긍정적인 항암 면역반응 및 병용요법 가능성을 확인했다. 아울러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세 가지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도출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성공 시 기술 수출이 예상된다.

일동제약과 손잡고 새로운 기회 모색

최근 불거진 ‘라니티딘’ 파동은 동아에스티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동아에스티의 소화성 궤양치료제 '동아가스터정'이 라니티딘 성분을 대체할 의약품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달 말 위장약 잔탁의 원료인 라니티딘에서 발암 우려 물질인 NDMA가 검출됐다며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 269품목에 대해 판매 중지 및 회수 조치를 내렸다. 이에 가스터정을 비롯한 대체 의약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가스터정은 파모티딘 계열 의약품으로 1986년부터 국내에 처방되며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받았다.

▲소화성 궤양치료제 '동아가스터정'. 출처=동아에스티

동아에스티는 이 같은 기회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 일동제약과 손을 잡았다. 소화기계 분야에서 뛰어난 영업력을 자랑하는 일동제약과 가스터정을 공동 판매하기로 합의했다. 이미 양사는 지난 1월 기능성 소화불량치료제 '모티리톤’을 공동 판매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 협업에도 적지 않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동아에스티의 주력사업인 ETC 매출이 지난해 턴어라운드 이후 회복 중”이라며 “더불어 주요 R&D 파이프라인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실적도 소폭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