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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추억이 되나? 싸이월드 잔혹사...어디부터 꼬였나지나친 장밋빛 환상, 경영 전략의 실패, 미흡한 검증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추억의 싸이월드가 말 그대로 추억속으로 사라질 판이다. 홈페이지는 10월 초부터 사실상 운영이 중단됐으며 조만간 도메인도 만료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용자들은 패닉상태다. 1999년 문을 연 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원조 토종 SNS 플랫폼이 별안간 연기처럼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별도의 공지가 없이 서비스가 종료수순을 밟는 것을 두고 사용자들은 충격을 넘어 분노까지 자아내고 있다. 10대와 20대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나만의 추억앨범이 아무런 설명없이 '무(無)'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 싸이월드가 새로운 시대를 알릴 당시 공지한 이미지. 출처=싸이월드

희망이었던 싸이월드
1세대 SNS 싸이월드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싸이월드는 1999년 시작해 미니홈피와 도토리로 큰 인기를 끌었으며, 일종의 대중문화가 됐다. 그러나 2014년 SK컴즈에 인수된 후 흔들리기 시작했다. 새로운 SNS 환경이 도래하고 지나친 유료화 정책에 발목이 잡혀 결국 주춤거렸고, 결국 분사되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려고 했으나 사실상 활로가 막힌 상태가 됐다. 이 과정에서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부활 로드맵을 노렸으나 무위에 그쳤다.

반전은 2016년 벌어졌다. 삼성 출신으로 프리챌 CEO를 역임한 전재완 에어 대표가 싸이월드를 깜짝 품었기 때문이다. 미국에 있는 모회사 에어를 중심으로 에어가 서비스하고 있는 동영상 SNS 플랫폼인 에어라이브와 싸이월드가 만나는 방식이다.

전 대표는 프리챌을 설립해 대한민국 ICT 역사를 새롭게 쓴 인물이지만 2002년 무리한 유료화 정책으로 결국 무너진 바 있다. 2008년 유아짱을 런칭해 재기에 성공했으나 역시 뚜렷한 수익모델을 모색하지 못해 2012년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에어를 설립해 다시 일어섰으며, 그 기세를 몰아 싸이월드의 새로운 수장이 됐다.

전 대표의 손에서 태어난 새로운 싸이월드는 2016년 11월 싸이월드 어게인(Cyworld Again) 8.0으로 등판했다. 싸이월드가 보유한 3200만명 회원의 140억장 사진과 20억건의 다이어리, 그리고 5억개가 넘는 배경음악(BGM)을 바탕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 싸이월드 어게인 이미지. 출처=싸이월드

전 대표는 "(싸이월드는) 모바일 환경이 도래되었음에도 새로운 서비스로 변신하지 못하여 고객님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큰 우(愚)를 범하였다"며 "개인정보 유출로 고객님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기도 했으며, 남아 있는 29명의 종업원지주회사로 축소되고 대기업에서 분리되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여력은 커녕, 서비스를 연명하다 끝내 서비스를 중단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면서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 is over). 오로지 더 좋은 서비스로 고객님을 찾아가는 것만이 지금껏 싸이월드를 사랑해 준 3200만 고객님들로부터 더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저희 임직원은 인력과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먼 산을 보고 뚜벅 뚜벅, 묵묵히 걸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전 대표의 싸이월드는 초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17년 7월 삼성벤처투자로부터 50억원의 투자를 받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인공지능 빅스비와 같은 초연결 플랫폼을 준비하며 싸이월드와 협력했다는 말도 나왔다. 그 연장선에서 언론사와 협력해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 '큐'를 런칭하는 등 두각을 보였다. 다만 당시 투자된 50억원의 투자금 중 20억원은 전환사채(CB)로 확인됐다. 그리고 삼성벤처투자는 CB를 발행한 후 싸이월드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CB를 발행한 후 이런저런 보고 및 제약을 거는 통상적인 사례와는 다르다.

   
▲ 뉴스 큐 이미지. 출처=싸이월드

무너지기 시작하다
겉으로 보기에 승승장구하는 것으로 보이던 싸이월드는, 사실 무너지고 있었다. 각목으로 사람을 때리고 무단으로 공공장소에 난입하는 등의 파격적인 바이럴 동영상 마케팅까지 벌이며 발버둥쳤으나 부활의 가능성은 점점 멀어졌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초부터 엄청난 자금난에 시달렸으며, 야심차게 시작한 뉴스 큐레이션 큐는 끝내 좌초됐다. 이 과정에서 대금 정산을 제대로 하지못해 언론사에 피소되는 웃지못할 일도 벌어졌다.

직원들은 줄퇴사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례도 부지기수며, 일부 직원은 회사 회식 비용을 개인카드로 결제하라는 지시를 따랐다가 막상 퇴사할 때 그 대금을 받지도 못하는 일까지 경험했다. 회사는 국민연금과 4대보험도 제대로 납부하지 못했고, 회사에 이어 전 대표도 이와 관련해 피소를 당했다.

싸이월드 홍보 동영상을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통해 광고했으나 비용을 제대로 내지 않고있다는 말도 나오며 싸이월드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파격적인 이벤트를 벌였으나 막상 당첨자에게 상품을 제공하지 않았다. 현재 전 대표 개인은 횡령 및 배임 혐의도 받고있다. 싸이월드와 별개로 데코앤이를 경영하며 35억원의 금액을 횡령했다는 의혹이다. 이 외에도 전 대표는 수시로 법원과 경찰서에 출석하고 있다.

싸이월드는 올해 중반을 넘기며 자금난을 인정하는 한편, 새로운 도약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싸이월드 3.0을 통해 극적인 반등에 나선다는 의지다. 1월 우여곡절 끝에 발행된 암호화폐 클링, 나아가 애니메이션 및 디지털 테마파크 기획 제작 등 글로벌 컨텐츠 사업의 확장을 통해 본격적으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사업에도 진출한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싸이월드는 전 대표를 '구세군'으로 표현한 보도자료를 발송하는 등 이색적인 행보를 보여주면서도 점차 언론과의 연락이 두절되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렇게 흔들리던 싸이월드는 결국 홈페이지 먹통, 나아가 도메인 중단 가능성이라는 초유의 위기와 직면했다.

   
▲ 싸이월드 3.0 선언. 출처=싸이월드

지나친 장밋빛 환상, 경영 전략의 실패, 미흡한 검증
싸이월드를 덮친 지금의 위기는 예견된 사태라는 말이 나온다. 전 대표의 지나치게 낙관적인 로드맵을 누구도 제어하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피해만 커질 분위기다. 나아가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암호화폐 클링을 발행하고 테마파크 사업에 나서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문어발 전략을 펼친 것도 패착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업계는, 싸이월드를 이끄는 전 대표를 검증하지 못했다.

현재 싸이월드 서비스는 거의 다운됐으나 일부 로그인 창은 작동한다. SK컴즈 분사 후 계약을 맺은 SK텔레콤 망은 살아있고, 전 대표가 싸이월드를 인수한 후 주력으로 삼은 KT 망이 다운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현 상황으로는 싸이월드가 사실상 역사속, 추억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더욱 높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싸이월드는 이미지를 업로드할 때 용량을 축소하는 기능을 사용하지 않았다"면서 "개발자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 결국 이러한 안일함도 지금의 사태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허망하게 사라질 위기에 처한 '나의 청춘, 나의 흑역사'를 지키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에 나서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싸이월드를 다시 살리기는 어려워도, 최소한 데이터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기위해 펀딩이라도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공감대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9.10.1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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