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아모레퍼시픽그룹(이하 아모레G)의 주가는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공시 소식에 주가 움직임도 엇갈리고 있다. 아모레G 주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서경배 회장의 장녀 서민정씨가 업무에 복귀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아모레G의 유상증자가 총수일가의 승계를 위한 작업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일 아모레G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아모레G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신형우선주(기명식 전환우선주) 709만2200주를 총 2000억원 규모로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발행가액은 2만8200원으로, 10년 후 1대 1 비율로 보통주로 전환 가능하다.

아모레G 측은 핵심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지분을 40%까지 늘려 지배구조를 강화할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밝히면서,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된 자금 2000억원 중 1600억원은 아모레퍼시픽 지분 매입에 쓰고, 400억원은 오설록 사업 투자 금액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선화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아모레G의 아모레퍼시픽 주식 2000억원어치 매입은 현재 보유 지분 35.4%에서 향후 37.7%로 지분율이 2.3%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친다"면서 "40%에는 여전히 못 미치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사실상 총수 일가의 지분을 고려하면 아모레G의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지배력은 현재도 충분히 의심할 수 없는 사안으로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지분 매입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모레퍼시픽 주식 취득 기간도 내년 12월 11일까지로 단기간에 주가를 부양하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전환상환우선주는 10년 뒤 보통주 전환이 핵심”이라 말하며 “2006년 모레퍼시픽그룹이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서민정씨에게 증여한 전환우선주 아모레G2우B가 2016년 12월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서민정씨는 아모레G 2.93%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유사한 사례로 CJ4우(전환)를 들었다. 이 애널리스트는 “우선주는 평균적으로 보통주 대비 30~40% 할인된 값에 거래되기 때문에 지분율을 늘려야 하는 후계자 입장에서는 신형 우선주를 싼값에 매입해 향후 보통주로 전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풀이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이번 아모레G 신형우선주 발행가액은 2만8천200원이며 올해 우선배당금은 705원으로 배당수익률 2.5%의 훌륭한 배당주여서 향후 총수 일가는 높은 배당금을 재원으로 추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신주인수권을 양도할 수 있게 설정한 것과 관련해서 “만약 서경배 회장이 가진 신주인수권을 서민정씨에게 전량 양도한다면 서민정씨는 향후 3.4%의 아모레G 지분을 추가 보유할 수 있게 될 것이라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번 유상증자가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주가 부양 의지가 담겨 있다고는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의 주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이벤트이며, 보통주인 아모레G보다는 향후 상장할 아모레G 신형우선주가 투자 매력이 높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