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이코노믹리뷰 DB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평일 밤 늦은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경기도에 위치한 순대국밥집에 들어섰다. 앉을 자리를 고르던 중 홀을 정리하던 중년 여성 직원과 눈을 마주쳤지만 말 한마디 없이 시선을 돌렸다. 메뉴를 고른 뒤 직원을 호출했지만 목재 칸막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던 직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국밥이 앞에 놓이는 동안에도, 다 먹고 난 뒤 계산하기 위해 여러 차례 부른 뒤 매장을 나서면서도 목소리는 결국듣지 못했다. 음식은 먹을 만 했다. 손님을 본체만체한 직원을 생각하면 다시 방문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10평이 채 안 되는 카페 한 곳을 방문했다. 검은색의 내벽과 바, 테이블, 의자로 구성된 내부는 최근 호응을 얻고 있는 타 매장의 인테리어와는 딴 판이다. 주문해 마셔본 따뜻한 카페라떼는 너무 썼다. 어느 날 카페 사장이 다른 곳에서 얻었다며 빵 하나를 건네줬다. 종종 들르니 근처에 살고 있냐며 살갑게 말을 걸기도 했다. 손님이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으니, 걸려온 전화를 밖에서 받는다. 소소한 언행에서 따뜻한 배려가 느껴졌다. 더 맛있는 음료를 판매하는 카페가 있지만 이 매장에 다시 들르고 싶다.

최근 국내 창업 기업이 5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스러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올해 10월 4일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 ‘창업기업 생존률 현황’에 따르면 2013년 창업기업 7만5574개 가운데 지난해에 운영되고 있는 곳은 28.5%(2만1539개) 수준에 불과했다. 창업자 10명 가운데 7명이 5년도 안 돼 사업을 접은 셈이다.

정부가 예비 창업자를 충분히 지원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까. 지원 규모 추이로 봐선 신빙성이 떨어지는 가정이다. 중기부에 따르면 올해 정부 당국에서 국민의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의 규모는 1조 1180억원으로 2017년 6158억원 대비 81.6%나 증가하는 등 매년 늘고 있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제 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경쟁에서 도태되는 무리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창업 생태계에도 적자생존(適者生存)의 법칙이 통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먹고 사는데 목표를 둔 창업자들이 정작 창업주로서 ‘태도’를 제대로 습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백종일 채움경영컨설팅 대표는 중기부 산하 창업 지원 기관 ‘케이스타트업’의 교육 영상을 통해 창업 실패 원인 가운데 하나로 ‘태도의 함정’을 제시했다. 태도의 함정 이론에 따르면 창업주의 근거 없는 자신감, 오만한 태도 등은 창업 실패를 초래할 수 있다.

백 대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겸손함을 지닌 서번트(servant leadership)’을 발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솔루션을 예비 창업자들에게 제시했다. 창업주가 겸손함이라는 덕목을 제대로 갖추지 않을 경우 고객 서비스 수준을 떨어트리고 결국 생존 가능성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외식업계 전문 잡지 월간식당이 2014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의 결과에서도 소비자들이 사업체의 서비스를 중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월간식당의 ‘2014년 소비자 외식성향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가 외식업체를 재방문하는 가장 큰 이유로 ‘맛’(47.9%)에 이어 ‘서비스’(21.9%)를 꼽았다.

창업가가 지녀야 할 역량으로 그간 혁신적인 사고나 인기 아이템을 발굴하는 능력 등이 강조돼온 게 사실이다. 실제 창업 이후 현장에서는 ‘기본기’로서 서비스 또한 중시되고 있다는 사실이 각종 지표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창업 기업들이 금세 나타났다 사라지는 ‘정글 같은’ 시장에서 애석하게도 여전히 불친절한 사업가들이 깨달아야 할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