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쏘카의 자회사 VCNC 타다 서비스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카풀을 기점으로 모빌리티 기업과 택시업계의 갈등이 들불처럼 일었으나 국토교통부의 '화해 가이드 라인'이 등장한 후 현재 플랫폼 택시 로드맵이 가동되는 가운데 VCNC 타다를 둘러싼 논란과 출동이 점입가경이다. 이 과정에서 VCNC는 1만대 증차 카드를 빼들었고, 논란은 또 한 번 커지고 있다.

▲ 박재욱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1만대 증차, 그리고 충돌
타다를 운영하는 VCNC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어 1만대 증차라는 공격적인 카드를 꺼냈다.

박재욱 VCNC 대표는 "이동의 기본이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더 정직하고 더 편안하며, 더 안전하게 이동의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면서 "타다 서비스를 확장해달라는 목소리가 요청지역 기준 1000곳, 요청건수는 3만여 건이다. 적극적인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만들었고, 앞으로는 활발하게 나설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까지 차량을 1만대 증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서비스 1년을 맞아 충분한 기초체력이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타다는 지난해 10월 서비스를 론칭한지 1년만에 가입회원 125만명, 운행 차량대수 1400대, 운행 드라이버 9천명(9월말 기준) 기록을 돌파했다. 지난 1년간 평균적으로 매월 10만 명 이상의 가입자가 타다로 유입 됐으며, 타다 누적 이동 거리는 약 3550만km로 지구 886바퀴를 돌아 이동한 것과 같은 수준이며 차량 대당 이동시간을 합하면 172년에 달한다.

박 대표는 "1만대 증차는 충분히 실현가능한 목표"라는 점을 계속 강조했다. 나아가 인공지능 및 데이터 기반 플랫폼 기술 고도화에 대규모 집중 투자를 진행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현실성이다. 업계에서는 "VCNC가 연말까지 1만대의 차량을 증차할 수 있는 자본력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의미있는 투자유치를 끌어내며 자본력을 한층 강화하기는 했으나, 현실적으로 1만대 차량 증차는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VCNC는 1400대의 차량을 운행하고 있으며, 박 대표의 호언대로 1만대를 운영하려면 무려 3000억원 수준의 자금이 필요하다.

더 큰 문제는 법령 문제다. 국토부는 플랫폼 택시 로드맵을 가동하며 택시감차에 기반을 둔 모빌리티 업체의 증차를 끌어낼 방침이다. 이런 상황에서 VCNC가 1만대 증차 카드를 꺼내자 국토부는 펄쩍 뛰는 분위기다. 즉각 "타다의 사업 확장 계획 발표는 사회적 갈등을 재현시킬 수 있는 부적절한 조치"라면서 "타다 서비스의 근거가 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예외적인 허용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강경대응에 나섰다.

개인택시업계도 반발했다. 이들은 8일 오전 쏘카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타다가 폭탄을 터뜨렸다"고 비판하는 한편 김경진 의원이 발의한 소위 타다 금지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주장했다. 이어 23일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5000명 이상의 택시기사가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다는 방침도 세웠다.

VCNC는 몸을 낮췄다. 8일 오후 박재욱 대표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1만대 증가 로드맵을 두고 "여기에는 택시와 협력해 진행하는 타타 프리미엄, 장애인과 고령자의 이동약자를 지원하는 타다 어시스트, 지역별 상황에 맞는 가맹 택시 등이 포함돼 있다"면서 "지금까지 VCNC는 현행 법령에 따라 서비스를 진행해 왔으며 앞으로 바뀌게될 법과 제도를 준수하며 사업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 타다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출처=VCNC

왜 1만대 증차 카드 꺼냈을까?
업계에서는 현재 이어지고 있는 충돌을 이해하려면 VCNC가 1만대 증차 카드를 꺼낸 배경부터 살펴야 한다고 본다. 여기에는 모빌리티 및 ICT 업계 전반의 분열도 관련이 있다.

최초 모빌리티 혁신을 위해 무대에 오른 사업자는 카카오 모빌리티다. 이들은 카풀 스타트업인 풀러스가 법령의 자의적 해석을 통해 24시간 운행을 시작하며 파장을 일으키자 럭시를 인수, 플랫폼 생태계의 다양성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자 국토부와 여당의 주선으로 토론을 시작했고, 지금은 플랫폼 택시 로드맵을 추진하며 택시업계와 결합에 가까운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지점에서 VCNC와 카카오 모빌리티 및 기타 ICT 사업자의 입장이 갈리기 시작한다.

플랫폼 택시는 가맹과 중개, 혁신형으로 구분되며 택시업계와 협력하는 모델인 가맹과 중개는 카카오 모빌리티가 의욕있게 추진하는 중이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과도하게 택시업계의 권한을 인정하는 수준으로 자사의 전략을 관철시키고 있다. 그러나 타다 프리미엄처럼 택시업계와 협력은 하지만 기본적으로 택시업계와 협력하지 않는 타다 베이직 기반의 VCNC는 혁신형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혁신형 플랫폼 택시는 상대적으로 강력한 규제를 받는 것이 사실이다.

VCNC는 기여금 및 렌터카 사용불가 등 강력한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는 입장이며, 이는 택시업계와 판을 짜기 시작한 카카오 모빌리티나 스타트업 업계의 대표격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는 결이 다르다. VCNC를 제외한 대부분의 ICT 업계는 '일단 불리하더라도 플랫폼 택시 시동을 걸어야 한다'며 VCNC도 현행 플랫폼 택시 로드맵에 찬성하기를 바라고 있다.

VCNC는 결국 마이웨이를 택했다. 택시-플랫폼 상생안 2차 실무 논의기구 회의가 지난달 26일 열린 가운데 국토부가 초미의 관심사인 총량 허가제에 가까운 가안을 제시하는 한편 연내 입법을 서두르겠다고 밝히자 강력하게 반발했다. 박 대표는 2차 실무 논의기구가 끝난 후 페이스북을 통해 “국토부가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 시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구체적 방안을 모두 시행령으로 미루고 법률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면서 “국민편익 중심으로 기존 택시 사업과 새로운 모빌리티 산업의 상생 모델을 만들겠다는 실무기구의 논의가 오늘을 포함해 단지 2번밖에 열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과정에 대해서도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VCNC는 현행 플랫폼 택시 로드맵이 그대로 입법 과정을 밟을경우 존폐를 걱정해야 한다. 막대한 기여금은 물론 렌터카 구입 비용도 만만치 않다. 택시업계와 협력하지 않는 상황에서 홀로 혁신형 플랫폼 택시를 운영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 없다.

이러한 다급함이 1만대 증차 카드가 나온 배경으로 보인다. 택시 면허를 사들인 만큼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규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파격적인 증차 카드를 꺼내는 한편, 특히 렌터카로 운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실적으로 1만대 증차가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택시감차에 목표를 둔 국토부의 안을 합법적으로 거부하는 효과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아직 국토부의 입법이 추진되지 않은 상태에서 렌터카로 운영하는 것은 법적 논쟁의 여지가 있으나 일단은 무리없이 진행되고 있다. 결국 렌터카 불허, 과도한 기여금 등 현재 추진되고 있는 플랫폼 택시 방식이 아니라, 지금 VCNC가 진행하고 있는 '렌터카 기반' 사업의 '크기'를 키우겠다는 카드다. 판을 흔들겠다는 뜻이다.

▲ 박재욱 대표 페이스북. 출처=갈무리

국토부, 타다 합법성 인정했다?
국토부는 VCNC의 1만대 증차 카드를 두고 발끈하는 분위기다. 택시감차의 숫자만큼 플랫폼 사업자의 차량 운행을 허가한다는 방침을 세운 가운데 느닷없이 1만대 증차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좌시할 수 없다는 기류다. 다만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입장을 보여 눈길을 끈다. 현재 VCNC의 타다를 두고 택시업계에서 '불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국토부가 '사실은 합법'이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확인시켰다는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타다 1만대 증차 로드맵이 발표된 후 "타다 서비스의 근거가 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예외적인 허용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VCNC가 국토부 중심의 플랫폼 택시 로드맵에 사실상 반기를 들었다고 판단하는 한편, 강력한 규제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보는 각도에 따라 '괘씸죄'다.

여기서 현재의 시행령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 시행령은 렌터카 차량 대여 사업에 기사 알선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나, 11인승 이상 렌터카는 특별한 경우 기사를 제공할 수 있는 예외규정을 두고있다. 타다 베이직 영업이 이뤄지는 이유며, VCNC가 '우리의 사업은 합법'이라고 말하는 배경이다. 택시업계는 그러나 이러한 예외규정에 기반한 타다 운행이 불법이라는 입장이며 이와 관련해 VCNC를 검찰에 고발했다. 카풀 논란 당시 출퇴근 시간의 규정을 두고 논란이 일었던 것과 비슷하다.

현 시행령을 두고 VCNC는 합법, 택시업계는 불법이라는 주장이 충돌하는 가운데 국토부가 1만대 증차 로드맵 발표 후 '시행령을 바꾸겠다'고 경고한 것이 이색적이라는 평가다. 이는 현재 시행령 예외규정에 따른 타다 서비스가 일단은 합법이며, 계속 플랫폼 택시에 반대하면 시행령을 바꿔 '불법'으로 만들겠다는 엄포라는 해석이 나온다.

▲ 타다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메시지 관리, 대립각과 여론전
VCNC 타다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VCNC의 메시지 관리가 아쉽다는 말이 나온다.

박 대표는 7일 기자회견 당시 1만대 증차 계획을 밝혔으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후 국토부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자 8일 별도의 입장문을 내어 1만대 증차에는 타다 프리미엄 등이 포함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1만대 전부가 타다 베이직이 아니기 때문에 논란은 여전하겠지만 그 수위는 크게 낮아질 수 있다.

문제는 진정성의 부재다. 만약 1만대 증차가 모두 타다 베이직이 아니었다면, 박 대표는 7일 기자회견에서 이를 명확하게 밝혔어야 한다. 가장 문제가 되고 논쟁이 벌어지는 대목이 타다 베이직 기반의 증차였기 때문이다. 다만 VCNC 관계자는 이러한 지적에 "현장에서 타다 프리미엄 및 타다 어시스턴트와 관련된 소개가 있었다"면서 "오해"라고 말했다.

정부 부처인 국토부와 과도한 대립각을 세우는 장면이 연출되는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 대표는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 은행권 청년창업재단에서 열린 핀테크 스케일업 현장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례적으로 금융 당국을 비판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서 떨어진 상태에서 증권업 진출을 두고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으나 사실상 이를 포기할 수 있다는 뜻까지 시사했다. 결국 논란이 커지자 토스는 별도의 입장문을 내어 진화에 나섰다.

사업을 진행하며 때로는 정부 부처와 충돌할 수 있으며 이견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토스의 사례처럼 불필요한 대립각을 세우고 논란이 커지자 황급히 이를 진화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은 결국 플랫폼 서비스 전반에 대한 신뢰도 구축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1만대 증차를 선언한 후 논란이 커지자 '사실은 타다 프리미엄 등이 포함된 것'이라며 몸을 낮춘 VCNC도 비슷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업계에서는 VCNC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며 국내 모빌리티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VCNC가 무리하게 자사에 유리한 조건들만 강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그러나 택시와 협력하지 않았다고 무리한 규제를 설정한 것은 그 자체로 모빌리티 시장의 다양성을 훼손하는 행위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국토부의 '속도'를 일부 조정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