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가 8일 3분기 잠정실적으로 매출 62조원, 영업이익 7조70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2분기 대비 17% 올랐으며 매출은 4분기만에 60조원으로 복귀하는 등 호실적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마트폰 및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고무적인 성적을 거뒀으나 주력인 반도체 사업에서 주춤했으며, 4분기까지는 이러한 흐름이 이어진 후 내년 상반기에는 본격적인 반등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 및 디스플레이 '쾌조'
삼성전자는 3분기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부문에서 2조원 후반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갤럭시노트10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확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2분기 IM부문에서 1조56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가운데 약 30%의 성장세다.

KB증권은 "갤럭시노트10의 경우 국내 기준 역대 최단기간 100만대를 출고하는 등 판매 호조가 강하다"면서 "올해에만 글로벌 기준 1050만대가 출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경쟁력은 더욱 적극적인 외연 확대에 나서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분기 기준 7233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 20.4%의 점유율로 1위를 지켰다. 전년 동기 7233만대 판매로 19.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수치다.

화웨이가 2분기 5805만대를 출시해 15.8%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삼성전자는 추격하고 있으나,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며 다소 주춤하고 있다는 의견이 대세다. 애플은 3852만대의 판매고를 올려 10.5%의 점유율을 기록해 3위로 쳐졌으며, 하반기 신형 아이폰이 출시된다고 해도 예전같은 파괴력을 보여주기는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 고동진 사장이 갤럭시노트10을 공개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 스마트폰 시장 공략은 인도와 같은 신진시장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3일 삼성전자 인도법인은 시장조사업체인 GFk를 인용해 현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7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중국 샤오미에 밀리고 있으나,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인도에 강력한 경쟁력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 증명됐다.

삼성전자의 고무적인 스마트폰 호실적은 중저가 라인업의 든든한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갤럭시A를 중심으로 라인업 정리에 나서는 한편 중저가 라인업에 프리미엄 사용자 경험을 담아내는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를 바탕으로 2분기 5%까지 떨어졌던 IM부문의 영업이익률이 3분기에는 8%로 회복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서 다양한 실험도 거듭하고 있다. 폴더블 스마트폰인 갤럭시 폴드를 성공적으로 출시한 가운데 5G가 지원되는 최초의 A 시리즈인 갤럭시A90 5G도 나왔다. 6.7형 슈퍼 아몰레드 인피니티-U 디스플레이와 갤럭시 A 시리즈에 새롭게 선보이는 체크 패턴을 매치한 디자인을 비롯해 다양한 스펙을 자랑하는 가운데 5G의 범위도 크게 넓어진 분위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트렌디한 디자인과 프리미엄급 성능, 5G 속도까지 모두 갖춘 갤럭시 A90 5G는 합리적인 가격의 5G 스마트폰을 기다리던 스마트 컨슈머를 위한 최적의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갤럭시에 블록체인이라는 다양성을 주입하는 작업에도 나서고 있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자회사인 크라운드X는 클레이튼폰 사이트를 열고 판매에 돌입했다. 갤럭시노트10에 클레이튼폰 월렛과 비앱 5개가 들어간 특별 에디션이다. 그라운드X는 클레이트폰 구매자에게 비앱에 이용할 수 있는 클레이 토큰 2000개도 지급한다. 토큰의 가격은 유동적이며, 클레이튼폰을 통해 토큰 이코노미까지 노리는 삼성전자와 그라운드X의 야망이 잘 드러난다는 분석이다.

디스플레이 사업도 3분기 호조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신형 스마트폰의 출시가 이어지며 OLED 패널 매출이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과 화웨이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경쟁자지만, OLED 패널의 경우에는 중요한 파트너다. 그 연장선에서 애플과 화웨이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발주 신청이 많아지면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경쟁력은 올라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생활가전의 CE는 2분기 대비 소폭의 반등세를 보였을 것으로 보인다.

▲ 화성 반도체 라인이 보인다. 출처=삼성전자

관건은 반도체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3분기 호실적을 기록했으나, 관건은 반도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큰 힘을 쓰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정상 제고를 유지할 정도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현상은 상당부분 개선된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가격 하락세다. 특히 D램의 경우 가격 하락세가 심해지고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당분간은 업황 악화의 그늘을 피할 수 없다는 점도 중요하다. 업계에서는 4분기까지 현재의 업황 악화가 이어진 후 내년 상반기는 되어야 반등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며 반도체 수출 라인에 경고등이 들어오는 장면도 중요하다. 글로벌 전자 분업 시스템이 붕괴되며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는 가운데, 반도체 사업의 미래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도 불안요소다. 특히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위협적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2분기 33억6000만달러를 반도체에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2분기 글로벌 반도체 장비 출하액이 133억1000만달러에 그쳐 전분기 대비 3% 줄어든 가운데, 중국은 오히려 투자액을 전분기 대비 43% 늘렸다. 글로벌 1위다. 한국은 25억8000만달러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분기 대비 11% 줄어든 수치며,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무려 47%나 줄어들었다. 대만은 전분기 대비 16% 줄어든 32억1000만달러로 2위로 확인됐다.

물론 미국의 제재로 푸젠진화가 D램 생산을 포기하는 한편 제품의 품질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중국의 강력한 기술굴기에 대한 비전이 명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만만한 상대는 아니라는 평가다. 나아가 옵테인을 공개한 인텔처럼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위한 경쟁이 벌써부터 시작되며, 이 과정에서 상당한 '리소스 소비'가 이어질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다만 4분기까지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새로운 반등 포인트를 찾을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8일 '한국전자전(KES) 2019'에서 "서버용 제품을 중심으로 여러 시그널이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반도체 시장의 업황 악화가 여전하지만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수요가 늘어나며 지금의 가격 하락세도 진정될 수 있다는 말로 풀이된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낸드플래시는 가격 저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D램은 아직 업황 악화가 이어지고 있으나 서버 수요 개선이 시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에 대비하는 한편 전자 업계 최초로 '12단 3D-TSV(3차원 실리콘 관통전극)' 기술을 개발하는 등 패키징 기술까지 전 공정의 초기술 격차를 유지할 방침이다. 여기에 아직은 전체 실적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나 시스템 반도체 중심의 파운드리 로드맵도 빠르게 가동할 예정이다.

▲ 일본 파운드리 포럼이 열리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바닥치고 솟아오르나"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올해 상반기 저조했던 흐름을 고려하면 '나름의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2017년 3분기 14조5300억원의 기록적인 영업이익을 현재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의 반등 포인트를 보여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가 뒤를 받치는 상황에서 반도체도 선방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과 관련된 오너 리스크가 존재하는데다 미중 무역전쟁, 일본과의 경제전쟁은 일종의 뇌관으로 여겨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을 두고 본격적인 정상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기에는 어렵지만, 반등 포인트는 마련됐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