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발 우크라이나 스캔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둘러싼 잡음이 들린다. 소위 우크라이나 스캔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하며,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조사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어떤 압력을 넣었을까? 3년 전인 2016년, 바이든 부통령이 아들 헌터의 부패 연루 혐의를 덮기 위해서, 우크라이나 측에 압력을 행사한 사실을 파헤쳐 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는 것이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부통령과 아들을 조사해달라고 압박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통화 내용이 내부고발자로 인해서 외부로 유출되었다. 지난 8월 12일, 내부고발자는 마이클 앳킨슨 미 정보기관 감찰관에게 통화 내용과 함께 고발장을 제출했다.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

그런데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과 관련된 트윗을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밝힌 내용은 이렇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에서 매달 10만 달러(약 1억2000만 원) 이상 받아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헌터는 경험도 이유도 없이 중국에서 1억5000만 달러를 얻었다’고도 비난했다. 아버지를 등에 업고, 노략질을 했다는 것이다.

 

스몰딜 가능성을 희망하는 중국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국제 정세를 운용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미중 무역협상이다. 우쿠라이나 스캔들 이후, 중국은 빅딜 대신 스몰딜 전략으로 선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0월 6일, 미국의 불름버그 통신은 ‘중국 고위 관리들이 최근 베이징에서 미국 고위 인사들을 만나 미중 무역협상 의제 범위를 크게 좁히고 싶다는 의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중국 측 협상단을 이끄는 류허 중국 부총리가 정부의 산업보조금 지급 등 자국 산업정책 개혁 공약을 뺀 합의안을 미국 측에 제안했다는 것이다. 오는 10월 10-11일 워싱턴을 방문해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가질 예정인 류허 부총리가 이렇게 말했다는 것은 미국이 수용할지 말지를 정해달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보조금 지급 철폐 등 중국이 자국 산업 육성정책을 개혁하지 않으면 합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중국 진출 미국 기업들이 차별받는다는 까닭에서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강제 기술이전 금지, 보조금 철폐, 지식재산권 보호 등을 협상 목표로 설정했다. 미중 양국은 지난 5월 협상 결렬 전까지 이들 사안을 논의해왔다.

중국이 협상 전략을 바꾼 이유는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영향. 앞서 밝혔듯,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도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의 부패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고 트윗을 날렸다. 그래서 중국은 일이 더 복잡해지기 전에, 스몰딜을 통해 미중 무역협상을 빨리 처리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판단된다. 재선 승리를 위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많이 양보해주는 합의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국의 판단이다.

 

북미협상 결렬을 선포한 북한

지난 10월 5일, 스웨덴 스톨홀름에서 진행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북측 대표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이날 6시30분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 앞에서 성명을 발표했다. 협상 결과는 결렬. 미국이 ‘새로운 접근법’ ‘창발적인 해결책’과 관련해 아무 것도 들고 나오지 않았다며 협상 결렬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불쾌하다’고도 말했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7개월 만에 재개된 실무협상. 이번 협상의 결렬로 인해, 상대방의 양보를 이끌어 내기 위한 양측의 기 싸움은 더욱 거세질 전망. 김 대사는 “조선 반도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불변”이라고 말했다. 즉, 선 대북제제 완화, 후 비핵화 입장을 고수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협상을 마친 미국의 태도는 달랐다. 미국 국무부는 협상 내용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훌륭한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을 진전시킬 새로운 계획도 설명했다고 밝습니다. 미국은 선 비핵화, 후 대북제재 완화의 입장을 견지했다.

협상 결과를 두고, 국제 문제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분분했다. 협상의 주도권이 북한에게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는 이야기도 나왔고,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인해 탄핵 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을 북한이 압박하려는 것 같다는 분석도 제기되었다. 확실히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인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가 좁아진 것은 분명해보였다.

그러나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2주 뒤 다시 스톡홀름에서 대화하라는 스웨덴 정부의 요청을 북한이 받아들인 것이다. 이것은 북한이 연말까지 미국의 태도를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시정연설에서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면서 연말까지 시한을 제시한 적이 있다. 그러므로 일단 북한은 적어도 올해 12월 31일까지는 대화를 통한 협상기조는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정세에 대한 북중의 오판 가능성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인해 위기에 빠진 트럼프 대통령. 정말 위기를 맞은 것일까?

현재 미국 민주당은 차기 대통령 선거에 나설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유세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인해서, 미국 국민들은 민주당이 유세를 하는지도 모른다. 우크라이나 스캔들 때문에 민주당은 설 자리가 없다.

문제는 16명의 후보들 가운데 대부분은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사람들이며, 그나마 알려진 빅3 역시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가려진 상태이다. 바이든 부통령은 우크라이나 스캔들 당사자로서 법적, 정치적 부담을 가지고 있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최근 병원 치료를 받을 정도의 고령인데다, 트럼프 탄핵을 주장하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급진적인 여성 정치가 이미지가 강해서 대중적 호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빠졌다는 미국 언론 보도에 오판하는 집단이 3부류 있다. 미국 민주당 지지자, 중국, 그리고 북한이다. 정말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될까?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이 서너 달 걸려서 간신히 하원을 통과해도, 6석이 많은 공화당에서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20표 이상 반란표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 설령 탄핵안이 가결된다 할지라도, 차기 대통령 선거 직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공화당은 대통령 후보 없이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러므로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미국 정세를 오판하게 만드는 페이크 모션일 가능성이 높다. 차기 대통령 후보 유세가 한창인 미국 민주당은 후보 16명이 누구인지도 모를 정도이고, 중국과 북한은 자기 좋을 대로 상황을 해석하느라 협상의 적기를 놓치고 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모드이다. 중국과 북한은 오판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