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LG전자가 올해 3분기 기대이상의 실적을 거두며 모처럼 웃었다. 잠정매출 15조6990억원, 잠정 영업이익은 7811억원으로 집계됐다고 7일 공시했다. LG전자는 전통적으로 실적 추이가 상고하저, 즉 상반기에 준수하고 하반기에 잠시 주춤하는 패턴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올해 3분기에는 매출이 역대 3분기 중 가장 높았고, 영업이익도 두 번째로 높았다. 다만 올해 1분기에서 3분기까지 누계 영업이익은 2조3340억원으로 집계되며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약 11.2% 떨어졌다.

생활가전이 승승장구한 가운데 TV는 다소 주춤했으나, 스마트폰에서 나름의 반등에 성공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증권가에서는 LG전자가 3분기 15조8000원의 매출, 6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 LG전자 3분기 실적이 발표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DB

가전은 튼튼, TV는 평타?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가 여전히 효자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에어컨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가전제품이 호조세를 보였으며 이른바 '신(新)가전' 라인업도 살아났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H&A사업본부는 지난 2분기 매출 6조1028억원, 영업이익 7175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7조원 시대를 연 바 있다. 그 여세를 몰아 국내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과 북미, 유럽, 중동아프리카 등 해외 전 지역의 판매 호조가 3분기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H&A사업본부의 강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계절적인 요인으로 일시적 흐름을 탈 수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2분기 영업이익 측면에서 미국의 월풀을 압도한 가운데, 3분기에는 6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여전히 판정승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신가전 등 프리미엄 전략과 효율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LG전자는 2분기 실적발표 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생활가전 사업에서 스타일러, 청소기, 공기청정기 등 신성장 제품이 매출 확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면서 “생활가전의 프리미엄 제품 국내 매출 비중은 과거 40%에서 50%까지 높아졌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프리미엄 제품 라인업이 호조세를 보이며 전체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3분기에도 유효했으며, 추후 LG전자 생활가전의 든든한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조성진 부회장 주도로 진행되는 전 공정의 모듈화에 따른 시스템 플로우도 안정적이다. LG전자는 가전 제품을 구성하는 부품을 구성하며 모터 등이 포함된 구동 모듈을 비롯해 조작부와 디스플레이창을 핵심으로 하는 기능 모듈, 제품 디자인을 결정하는 외관 모듈 등 세 가지로 나누는 한편 부품의 표준화를 바탕으로 일종의 패키지 전략을 구사해 공정 단계의 효율성을 잡아내고 있다는 평가다.

LG전자가 건조기 고장 논란 등에 휘말렸으나 3분기 실적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은 대목도 눈여겨 볼 관전 포인트다. 건조기 판매는 여전히 긍정적이고, 건조기 논란으로 인해 LG전자 생활가전 전반에 대한 불신도 거의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 본부에 대한 3분기 실적 분석은 다소 엇갈린다. 3분기 실적은 2분기 매출 3조6712억원, 영업이익 2056억원과 비슷한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2000억원 후반 영업이익에 더욱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 LG전자의 신가전 전략이 눈길을 끈다. 출처=LG전자

스마트폰의 MC, 효율화 성공?

업계의 관심은 MC사업본부의 3분기 성적표다. 2분기 LG전자 어닝 쇼크의 주역이던 MC사업본부는 3분기 1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연속 영업손실 행진은 여전하지만 그 손실폭을 크게 줄이는데 성공했다는 말이 나온다.

세 가지 측면에서 영업손실 만회 가능성이 제기된다. 먼저 LG V50 및 올해 스마트폰 라인업의 성장세다.

LG전자는 올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무적인 성과를 거뒀다. 삼성전자의 갤럭시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최근 아이폰의 아성을 넘는 등 기념비적인 이정표를 세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LG전자는 2분기 기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17%의 점유율을 기록해 삼성전자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아이폰의 애플은 14%의 점유율로 3위를 달렸다. 삼성전자가 여전히 1위를 지키는 가운데 2위를 지키던 애플이 3위로 내려가고, 만년 3위던 LG전자가 2위로 올라선 것은 2017년 후 처음이다.

애플이 하반기에 신형 아이폰을 출시하기 때문에, 상반기에 속하는 2분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신형 라인업을 발표한 LG전자가 애플을 근소하게 눌렀다는 점이 ‘대단한 뉴스’는 아니다. 다만 LG전자가 올해 5G 원년을 맞아 LG V50 씽큐와 듀얼 스크린을 바탕으로 상당한 저력을 발휘한 것은 사실이라는 평가다.

특히 LG V50 씽큐는 큰 역할을 했다. 5월 10일 출시 이후 3주만에 국내 판매량 15만대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작인 V40보다 같은 기간 많게는 4배가량 판매량이 많다. 여기에 폴더블 스마트폰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듀얼 스크린으로 승부를 걸어 많은 매니아층을 확보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또 다양한 중저가 라인업을 포진시켜 전반적인 매출 증가세도 이어갔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흐름이 3분기에 결실을 맺었다는 말이 나온다.

▲ LG전자의 스마트폰 경쟁력이 보인다. 출처= LG전자

조직 효율화 측면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지난 4월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 LG 하이퐁 캠퍼스로 통합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LG전자는 “하이퐁, 평택, 창원 등 생산거점의 생산시설과 인력을 재배치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면서 “스마트폰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되어 있는 가운데, 스마트폰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준공된 하이퐁 스마트폰 공장은 연간 600만 대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베트남 내수 및 수출용 중저가 제품을 주로 생산해 왔다. 이번 재배치에 따라 연간 생산 능력이 1100만 대로 증가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효율적인 운영을 기대할 수 있어 3분기 영업손실 폭을 줄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사업은 2분기 베트남 공장 이전 비용이 발생했으나 3분기에는 추가 이전 비용 발생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MC사업본부의 비상경영체제의 안착도 눈길을 끈다.

조준호 사장이 MC사업본부의 콘트롤 타워에서 물러난 후, OLED 혁신의 전문가로 불리던 황정환 부사장이 MC사업본부의 수장으로 부임했으나 그도 올해 초 임원인사를 통해 결국 물러났다. 누적된 MC사업본부의 영업손실이 심각했기 때문에 이른바 경질성 인사라는 말이 나왔다.

황 부사장이 물러난 후 MC사업본부는 HE사업본부장인 권봉석 사장이 맡았다. 

업계에서는 권 사장이 두 사업부를 동시에 총괄한다는 점을 두고 ‘MC사업본부의 현상유지만을 위한 최소한의 전략’이라는 말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MC사업본부는 상반기 크게 주춤거리기는 했으나, 3분기 극적으로 반등에 성공하며 미래를 도모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다. 아직 예단할 수 없지만 LG전자는 듀얼 스크린 및 5G의 기능성을 바탕으로 추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장악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으며, 그 연장선에서 현재의 ‘두 조직 하나의 콘트롤 타워’는 더욱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VS본부는 완성차 업계의 업황 악화가 이어지며 실적이 다소 저조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온다.

▲ LG전자 하이퐁 캠퍼스. 출처=LG전자

4분기 어떨까?

LG전자가 3분기 어닝 서프라지으를 기록했지만, 4분기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생활가전의 강세는 여전할 것으로 보이지만 계절적 요인을 비롯해 미중 무역전쟁 등 외부 경영상황의 불투명성이 강하다. TV는 OLED를 중심으로 수익성이 살아날 것으로 보이지만 단언하기는 이르다는 전망이 나온다.

MC사업본부는 영업손실의 폭을 줄이는 것이 목표인 가운데, 5G와 글로벌 전략을 잘 구사하면 의미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신형 아이폰이 출시되는 한편 폴더블 등 스마트폰 폼팩터 경쟁에서 밀려날 경우 또 한 번 상당한 수준의 영업손실을 감당해야 한다는 불안감도 감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