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중국 모바일 게임의 국내에서 마음껏 활약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요원해 국내 업계가 시름을 앓고 있다. 국내 시장에도 장벽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가운데 불공정무역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韓 모바일게임 시장 中 게임이 절반

▲ 3대 앱마켓 매출 순위(10월5일).  색이 표시된 부분은 중국 게임. 출처=모바일인덱스

5일 게임 앱 분석 사이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3대 앱마켓(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원스토어)의 매출 지표를 종합한 결과 1위부터 10위내 외산 게임은 절반인 5개로 나타났다. 그중 4개가 중국산 게임이고 1개는 중국 게임사의 자회사 게임이다. 매출 순위의 범위를 50위까지로 넓혀도 20여개 게임이 중국에서 수출되고 있는 게임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TOP 10 순위에 있는 중국산 게임은 라이즈 오브 킹덤즈(릴리즈 게임즈), 랑그릿사(지롱게임즈), 라플라스M(지롱게임즈), 기적의검(4399코리아) 등이다. 한국 게임은 리니지M(엔씨소프트), 리니지2 레볼루션(넷마블), 에오스 레드(블루포션 게임즈), 로한M(플레이위드),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넷마블) 등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단순히 국산 게임의 점유율이 낮아지는 문제를 넘어, 중국 게임의 ‘신작 성공률’이 계속 높아진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매출 TOP 10에 오른 중국산 게임은 모두 출시 시기가 채 6개월이 되지 않은 신작인 반면, 국내 게임은 일부 게임을 제외하고는 이미 출시한 지 2년~3년이 넘은 장수 게임들이다. 이는 신작 경쟁에서는 국산게임이 중국산 게임에 연이어 패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국내 중견 게임사를 비롯해 규모가 적지 않은 국내 게임 업체에서도 신작 출시는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기존 국내 장수 게임들에 밀리고, 중국산 게임의 신작 게임들에 치이며 자리를 못잡는 모습이 종종 포착된다. 높아진 성공 장벽에 국내 게임 업체들이 대·중·소 할 것 없이 시름을 앓고 있다.

한한령 이후 3년째 수출규제

▲ 중국 게임 시장 규제의 바람이 지속되고 있다. 출처=이미지투데이

중국산 게임이 국내 시장에서 활약하는 한편 국내 게임은 중국에 수출할 기회조차 얻지 못해 시장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 2017년 3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 문제를 계기로 한한령(限韓令)을 내린 후 국산 게임에 단 한건의 판호도 내주지 않았다. 판호란 중국에서 유료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영업 허가권을 말한다. 이는 당국이 직접 발급한다. 

최초 한한령 이후 시간이 지나며 국내 콘텐츠 전반에 적용되던 중국의 수입 금지는 차츰 하나둘 풀리기 시작했지만 유독 게임만은 그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때문에 일찌감치 판호를 신청한 리니지 레드나이츠(엔씨소프트), 리니지2 레볼루션(넷마블), 검은사막(펄어비스) 등 게임은 중국 진출 준비를 마쳤음에도 중국 시장으로 나서지 못했다. 

중국 수출길이 약 3년째 막히며 국내 업계에서도 차선책인 북미·유럽, 동남아 등 신규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히 크다. 중국은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이다. 시장조사 업체 뉴주는 올해 세계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6.7% 증가한 685억달러(한화 약 82조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 중 중국 시장 규모는 216억달러(한화 약 25조 8500억원)이 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규모 2위인 미국(121억달러)을 압도한다. 

인구가 작은 한계가 있는 국내 게임 시장이 2000년대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중국 시장을 활용하며 함께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게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로 PC 온라인게임 미르의전설2, 던전앤파이터, 크로스파이어 등이 그 대표적 예다. 이들 게임은 2000년대에 출시됐지만 여전히 각 게임 업체들의 가장 중요한 캐시카우를 담당하고 있다. 

중국 시장 진출의 중요성은 국내 게임 업체의 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중국의 판호 발급 현황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나올 때마다 중국 사업을 심도있게 진행하는 국내 업체들의 주가가 고공행진한다.

“우리도 장벽을 세워야한다” 지적도

불공정무역은 현재 진행형이며 그 원인은 국가간 게임 시장의 시스템 차이에서 발생한다. 중국의 경우 당국에서 직접 유료 게임 서비스를 통제하는 반면 국내 모바일 시장은 활짝 열려있다. 중국 시장의 특수성이 엿보이는 한편 국내 게임 업계의 억울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오히려 국내 업체들은 기업의 이미지 관리가 더 중요한 만큼 여러 부분에서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는 경우도 많은 게 사실이다. 간단한 예로,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에서 장려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 자율공개’를 지키지 않는 업체는 모두 중국을 비롯한 해외업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업계 일각에서는 “우리도 장벽을 치자”라는 주장도 나온다.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는 ‘비관세 장벽’을 주장한다. 위정현 회장은 “중국에 판호가 있다면 국내에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심의제도가 있다”면서 “중국산 게임의 선정성 문제 등을 사전·사후 심의로 엄격하게 잡아내야한다”고 말했다. 일부 중국산 게임은 선정성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며 이용자들의 지적이 이어졌지만, 흥행 성과는 상당하다. 위 교수는 “WTO 제소와 저작권 침해 문제 제기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위 교수는 중국의 국내 게임 판호 발급 전망에 대해서는 “만약 발급이 되더라도 중국 당국이 판호 발급의 총량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급격한 개방은 기대하기 힘들다. 나오더라도 현상유지 가능성이 높다. 보수적으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에선 낙관적인 언급이 나오기도해 이목을 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게임포럼에서 “중국이 아직 보호정책을 포기하지 않아 문제를 겪고 있다”면서도 “이는 머지않아 풀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박 장관은 국내 판호 발급 문제를 중국에 꾸준히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