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매일유업(대표이사 김선희)이 최근 유가공업 외 다양한 사업에 적극 뛰어들어 양호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모양새다. 매일유업의 사업 다각화 전략이 앞으로도 실적에 꾸준히 기여할 수 있을지 여부에 업계 관심이 모이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매일유업의 ‘유가공 사업 부문’의 매출액은 2014년 9938억원에서 4년 뒤인 작년 8.8% 증가한 1조 812억원으로 집계됐다. 유가공 사업 매출액에 판매 실적이 반영되는 제품에는 ‘매일우유’ 등 우유류와 ‘앱솔루트 명작’ 등 분유류를 비롯해 발효유, 유음료 등이 포함됐다.

매일유업 유가공 사업과 대부분 같은 품목을 포함하는 남양유업의 ‘우유류·분유류’ 매출액을 종합한 수치가 같은 기간 8630억원에서 6.6% 감소한 8061억원을 기록한 점과 대조된다. 매일유업은 최근 국내 소비자들의 우유 소비가 줄고 출산율 저하로 분유 수요까지 줄며 유업 전문 업체의 본 사업을 위협하는 가운데 상승세를 보여 주목받는다.

업계에서는 매일유업이 우유, 두유, 분유 등 전통적인 주력 제품에 의존하는데서 벗어나 상품군을 다양화한 것이 실적 상승세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한다. 매장에서 구매해 바로 마실 수 있는(RTD) 컵커피 제품과 떠먹는 요구르트 같은 발효유, 곡물 음료 등을 적극 출시하며 고객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국내 RTD 커피 시장에서 매출 482억원을 기록하며 점유율 17%를 기록한 컵커피 바리스타룰스나 발효유 도마슈노 등이 주요 제품으로 거론되고 있다. 매일유업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출범한 유가공 부문 브랜드 가짓수는 우유 9종, 발효유 9종, 치즈 4종 등 54종에 달한다. 

남양유업이 공식 홈페이지에서 소개하고 있는 상품군과 비교할 때 다양성 측면에서 비등한 수준을 보이지만 실적 추이에서는 매일유업이 앞서는 모양새다. 2017년 5월 지주사 매일홀딩스의 유가공 사업부문이 인적분할해 설립된 매일유업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3497억원으로 전년동기(3197억원) 대비 9.4% 증가했다.

▲ 매일유업이 개발한 테트라팩에 담겨 판매되는 생수 제품 후시워터. 출처= 후시 크리에이티브 공식 홈페이지 캡처

유가공 분야, 음료 등 분야에서 탈피해 유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부문에서도 사업을 적극적으로 영위하고 있다. 최근 TV광고가 방영되는 등 소비자 관심을 모으고 있는 제품으로 사회공헌재단 ‘W재단’과 협업해 내놓은 종이팩 생수 제품 ‘후시워터’가 고객 눈길을 끌고 있다. 통상 국내 출시된 생수들이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진 것과 달리 자연분해 기간이 짧은 종이 용기에 담긴 점이 후시워터의 특징이다.

매일유업은 기존 제품 대비 유통기한을 늘린 멸균우유를 제조하고 종이 재질 용기 ‘테트라팩’을 생산하는 데 활용하는 기술을 후시워터 생산과정에 도입했다. W재단은 매일유업의 기술력이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는데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판단해 협업을 먼저 제안했다.

후시워터 판매수익의 절반은 W재단의 글로벌 자연보호 활동에 쓰이고 매일유업은 W재단 측 판매법인 ‘후시 크리에이티브’에 제품을 공급한 대가로 수익을 얻는다. W재단에 따르면 매일유업은 후시워터의 사회공헌적 특성을 고려해 공급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유업은 후시워터를 새로운 수익 아이템으로 삼지 않지만 멸균·제조기술의 친환경성과 사업성을 시장에 입증해 보인 상황이다.

매일유업은 유가공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가정간편식(HMR)’ 시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매일유업은 현재 프리미엄 유기농 유제품 브랜드 ‘상하목장’을 접목한 HMR 브랜드 ‘슬로우키친’을 운영하고 있다. 파스타 소스 3종, 카레 3종 등 6가지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상하목장이 가지고 있는 프리미엄 이미지와 신뢰성을 활용해 유행 상품군에 대한 고객 니즈를 공략하고 있다.

▲ 매일유업 가정간편식 브랜드 상하목장 슬로우키친 제품. 출처= 매일유업 공식 블로그 캡처

작년 8월 첫 상품을 출시한 뒤 1년이 된 현재 제품 판매 성과는 아직 두드러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브랜드 고유 감성을 활용해 상품 차별화를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이밖에 작년 말 출시한 건강식 브랜드 ‘셀렉스’를 통해 유가공업계 최초로 분말, 스낵바, 액상스틱 등 형태의 고단백 제품을 내놓고 다양한 연령대 고객을 공략하고 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우유에 담긴 영양들을 보충할 수 있는 식품들이 갈수록 시장에 많이 등장함에 따라 유업계에서 유제품만 판매해서는 살아남기 어렵다”며 “매일유업은 기존 주력 제품의 상품성을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변화시키는 등 장기적 성장동력을 발굴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매일유업의 사업 다각화 행보가 실적 상승세를 앞으로 이어가는데 도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제품 수요 감소라는 불가항력적인 요소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으로 가치를 발휘할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정보 데이터 기업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매일유업의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5.8%, 26.1% 증가한 1조 3755억원, 938억원으로 예측됐다.

박애란 KB증권 연구원은 “매일유업은 우유 소비 감소, 조제 분유 수요 저하 등 통제 불가능한 변수에 맞서 사업 다각화를 진행해 견조한 실적을 거둬왔다”며 “사업 다각화는 앞으로도 매일유업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