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최근 개발사들이 자사 주요 게임의 퍼블리싱 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자체 서비스에 나서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게임이 흥행하며 개발사에서 직접 서비스할 역량을 갖추면서다. 퍼블리셔 입장에선 서비스에 공들인 게임을 부득이하게 떠나보내야 해 아쉬운 소리가 나오기도 하지만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건전한 계약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 사진은 회사 관련 이미지. 출처=이미지투데이

5일 업계에 따르면 퍼블리싱 계약을 마친 주요 게임들이 개발사로 돌아가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5월 말 자사가 국내에서 서비스하던 PC 온라인 게임 ‘검은사막’을 퍼블리싱 계약 종료에 따라 개발사 펄어비스에 이관했다. 2014년 12월 검은사막의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4년 4개월 만이었다.

라인게임즈는 오는 21일부터 ‘데스티니 차일드’의 국내 및 글로벌 서비스를 약 3년 만에 개발사 시프트업으로 이관한다. 서비스 이관은 양사 합의에 따라 결정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라인게임즈는 데스티니 차일드의 개발에 참여한 바 있어 약간의 수익 분배는 있을 전망이다.

두 게임 모두 출시 초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향후 스테디셀러로 시장에 자리매김하며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외형 성장에 기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퍼블리셔의 역할은 중요하다. 출시 이용자를 모으는 초기 마케팅부터 이용자의 충성도를 높이는 운영까지 능숙하게 해내야한다. 특히 인지도와 자본의 여력이 없는 개발사들이라도 대형 퍼블리셔와의 계약을 통해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묘하게 갑(甲)과 을(乙)의 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 이런 관계는 게임의 기대감, 흥행 수준 등에 따라 뒤바뀔 수도 있다. 이런 요소들이 재계약 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통상적으로 개발사는 여력이 되면 직접 서비스를 원한다고 입을 모은다. 자체 서비스 시 게임 운영 의사결정 과정이 자유롭고, 수익 공유를 하지 않아도 되는 등 장점이 있어서다. 때문에 시장에서 흥행한 게임을 중심으로 퍼블리싱 계약 종료 후 개발사로 이관되는 사례가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PC 온라인게임이 주류던 2010년대 초반까지는 계약 종료 시점에 퍼블리셔와 개발사 간 유저데이터 이관을 두고 크고 작은 다툼을 벌이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특히 당시엔 데이터베이스(DB) 이관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계약사항에 DB 이관 조건이 따로 없는 경우도 많아 갈등의 불씨가 됐다. 종료 시점에 퍼블리셔가 원활하게 DB를 이관해주지 않는 문제가 발생해 퍼블리셔와 개발사 간 공방을 벌이는 식이었다. 

과거 사례를 기반으로 최근엔 DB 이전 문제 등 퍼블리셔와 개발사의 갈등은 최소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애초에 잡음이 발생하지 않는 방향으로 계약서를 작성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퍼블리싱 계약은 약 3년에서 5년 사이가 일반적이며, 계약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뀐다.

일각에선 계약이 종료되고 히트작을 개발사로 돌려보내면 퍼블리셔 입장에선 남는 게 없어 아쉬운 게 사실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과거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던 퍼블리셔의 위상이 많이 떨어졌다는 평이다. 반면 합리적으로 변하는 과정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게임이 흥행한 이후 개발사로 원활하게 돌아가는 흐름은 합리적”이라면서 “퍼블리셔는 다른 신규 계약을 통해 또 다른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