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금융당국의 연체채권 관리가 채권 회수 중심에서 채무 조정 중심으로 변모하는 모양새다.

채권자가 장기간 빚 독촉을 하지 않아 시효소멸이 임박한 채권은 연장을 제한하고, 연체 채권은 조정과 협의를 통해 재기 기회를 부여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개인부실채권 처리 관행 개선 방안을 내놓는다. '연체채권 관리 체계 개선 TF(테스크포스)'를 가동하겠다는 것이다.  개선할 관행 대상은 연체 후 발생하는 소멸시효 연장, 기한이익상실, 채권추심이다. 

이 가운데 소멸시효 연장 정책은 원칙적 연장에서 예외적 연장 정책으로 전환한다.

민법상 대출 등 금융채권회사와 거래는 상사채권으로 분류한다. 상사채권은 소멸시효기간이 5년이다. 채권금융회사가 5년동안 법적인 빚 독촉을 하지 않으면 채권 회수 권리가 없어진다. 이 때문에 채권금융회사는 5년이 임박한 시점에서 시효 연장을 위한 소송을 해왔다. 이 경우 시효는 10년으로 늘어난다. 

시효연장은 상환능력 없는 채무자에겐 경제활동의 제약을 가져오고 채권금융회사엔 회수 가능성은 없고 비용만 지출되는 비효율적 문제를 낳았다. 다만 채권 금융회사 직원은 회수 가능성과 관계없이 기계적으로 시효를 연장했다. 시효완성으로 채권을 소멸시킨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원칙적으로 일정한 조건에서 시효를 연장하고 나머지는 시효를 완성시켜 채권을 없앤다는 방침이다.  소득·재산이 있는데도 갚지 않거나 연락이 두절된 채무자는 시효완성 대상에서 제외된다.

특히 금융당국은 소멸시효를 완성시킨 직원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없도록 면책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 제윤경 "시효완성된 빚 37조1354조원 태워버렸다"

한편, 이미 시효를 완성한 채권을 소각한 실적도 이날 공개됐다. 앞서 금융당국이 시효의 연장을 제한하는 정책에 중심을 뒀다면 이미 시효가 완성된 채권은 소각하는 정책에 방점을 뒀다는 것이다.

이미 시효가 완성돼 죽은 채권도 다시 소송을 제기해 부활시킨 사례가 빈번했다.

금융위원회가 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7월 관련 대책이 발표된 이후 올해 2분기까지 전 금융권에서 총 365만2511건의 소멸시효 완성 채권을 소각했다. 모두 37조1354조원 규모다. 

금융 공공기관 중에서는자산관리공사(캠코)가 25만3750건, 8조3478억원으로 소각 규모가 가장 컸다.

시민단제 등은 금융당국이 시효를 원칙적으로 완성시키는 정책으로 전환하면 이와 같이 소각하는 채권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 연체 전 신복위 만기연장...연체 후 금융회사와 만기연장

금융당국은 이외에도 연체 후 채권을 회수하는 방식에서 연체 전 채무조정과 협의를 하는 방식으로 정책 전환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우선 금융회사들이 기한이익상실 전에 채무자와 면담토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기한이익상실은 연체로 인해 대출 만기일 기한이 없어지고 바로 채권회수를 해야하는상황이다. 연체이자가 가중되고 상환 독촉이 시작된다. 신용대출은 연체후 30일, 주택담보대출은 연체 후 60일이 지나면 기한이익상실 대상이다. 

금융당국은 연체시 기한이익을 상실시켜 궁지로 몰아넣기보다는 연체원인을 파악해 기한 연장 등 채무조정으로 재기를 기회를 준다는 계획이다. 

앞서 신용회복위원회는 연체 전이라도 실업·휴직·폐업·질병·신용도 하락 등이 발생한 채무자에게 상환기한을 연장하는 신속채무조정 제도를 도입했다.

연체 전 신복위의 대출연장, 연체 후 기한이익상실 방지 시스템이 이뤄지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과도한 추심을 제한하는 '공정채권추심법'과 행정지도인 '채권추심 가이드라인'도 개선해 추심행위도 규제한다. 

금융위는 "이르면 다음 주부터 논의를 시작해 올해 안에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