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홍콩 정부가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을 5일 0시부터 시행할 것이라고 홍콩 현지 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4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행정회의를 마친 후 오후 3시(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공공집회나 시위 때 마스크나 가면 등의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 시행을 발표했다. 지난 1일 홍콩 시위에 참여한 18세 고등학생이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중상을 입으면서 시위가 격화하자 홍콩 정부가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를 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4개월 동안 거의 400건의 시위가 있었고, 1100명의 부상자가 보고되었으며, 그 중 300여명이 경찰관이었다”면서 “체포된 학생의 비율은 6월부터 8월까지 25%에서 9월에 새 학기가 시작된 이후 38%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어 "결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공공의 안전과 질서를 보호하고 홍콩에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홍콩 정부가 시행하려는 복면금지법은 캐나다와 달리 모든 공공 집회나 시위에서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SCMP의 소식통은 전했다. 복면금지법은 5일 0시부터 시행될 것으로, 이를 어길 시 최고 1년 징역형이나 2만5000홍콩달러(약 380만원) 벌금에 처할 것이라고 SCMP는 전했다.

복면금지법은 미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 전 세계 15개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다. 복면금지법 시행은 시위대가 신분 노출을 막기 위해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리는 상황을 막아 시위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기자회견에서 람 장관은 복면에는 마스크 뿐만 아니라 얼굴을 가릴 수 있는 페이스페인팅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복면금지법을 시행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오후 들어 홍콩 시내 곳곳에는 시민들이 쏟아져 나와 항의 시위를 벌이면서 한편에서는 복면금지법 시행이 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를 잠재울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 차터가든 공원에는 오후 들어 수천 명의 시민이 운집했으며, 이들은 인근 도로를 점거한 채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복면금지법 반대한다", "폭도는 없다. 폭정만 있다", "경찰을 해체하라", "홍콩과 함께 자유를 위해 싸우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 주제가인 '홍콩에 영광을'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람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 법안은 그들이 여전히 가면 없이도 공공 집회에 참석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들의 자유를 훼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SCMP에 따르면 항셍지수는 오후 거래소 시작 직후 급락해 한때 498포인트(1.9%)나 급락했다. 이날 오후 2시 55분(현지시간) 지수는 374포인트(1.43%) 하락한 25,736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