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다 광범위한 경제의 상황이 정말 안 좋아지지 않는 한, 연준은 제로 또는 마이너스 금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채권 시장의 요구에 저항할 가능성이 높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손으로 임명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을 최근 이례적으로 잇따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한 후에도 미국 금리가 여타 대부분의 선진국보다 높다는 이유로 또 파월의 연준을 비판했다. 과연 그의 주장은 틀린 말일까.

파월 의장은 지난 두 차례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몇 달 내에 금리를 추가 인하해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 미국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냉정하게 볼 때, 금리는 얼마나 낮아질 수 있을까? 미국 연준은 유럽중앙은행(ECB)나 일본은행처럼 마이너스 영역까지 깔 수 있을까? 더 중요한 것은 과연 그것이 연준이 해야 할 일일까?

미국 경제가 둔화되면 연준이 금리를 더 인하할 가능성은 있다. 이번 주 발표된 ISM(美 공급관리협회) 제조 및 서비스 지수가 약세를 보이고 있고, 급여 인사 솔루션 기관 ADP가 보고한 민간 고용주들의 일자리 증가가 예상보다 낮게 나타나는 등, 무역 전쟁이 노동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징후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것은 이번 주에 주식시장을 비틀거리게 만들었고 채권시장에도 타격을 주었다. 10년 만기 재무부 채권 수익률은 3일(현지시간) 1.51%까지 떨어지며 다시 한번 사상 최저치를 향해 치닫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미국 경제가 제로(0) 또는 그 이하(마이너스) 금리까지 필요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상황이 그렇게까지 끔찍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연준이 금리를 0까지 인하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가 유일하다.

AXA 투자 운용(AXA Investment Managers)의 데이비드 페이지 거시경제 연구팀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금리를 계속해서 소폭 인하할 것인가? 답은 ‘그렇다’이다. 하지만 2008년의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경제 약화되고 있지만 대침체 다시 올 정도는 아닐 것

페이지 팀장은 올해 12월에 한 번 더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그는, 특히 4일 발표될 고용 보고서가 예상보다 더 약하게 나올 경우, 연준이 10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더 이상의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장도 이에 동의하는 것 같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된 연방기금 선물계약(Fed Funds Futures Contracts)에 따르면, 연준이 10월 30일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90%다. 그렇게 되면 기준금리는 1.5%~1.75% 범위로 낮아질 것이다.

좀 더 멀리 내다봐서 내년 4월에 한 차례 더 인하해 1.25%~1.5%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85% 이상이지만, 그 이상인 1%~1.25%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은 50%에 불과하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마이너스 영역은 말할 것도 없고 금리가 0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웰스파고 투자연구소(Wells Fargo Investment Institute)의 루이스 알바라도 투자전략 분석가도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 과연 최근 일본이나 유럽의 몇몇 나라들이 시도한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정책금리와 마이너스 명목 국채수익률을 시도할 것인가? 미국에서는 이런 시나리오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알바라도 분석가는, 연준이 금리를 0 이하로 낮출 수 있는 권한까지 갖고 있는지에 대해 법적인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파월 의장을 포함한 다른 연준 위원들이 자신들은 마이너스 금리 주창자들이 아니라고 말한 점을 주목했다.

저금리, 만병통치약 아니다

오히려 연준이 장기 금리를 억제하는 방안으로, 금융위기 때 사용했던 재무부 채권과 주택담보대출증권의 매입 정책 같은 양적완화 정책을 다시 시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AXA의 페이지 팀장은, 연준의 그런 행보가 달러화를 약세로 만들 것이고, 이론적으로는 미국의 수출과 미국 다국적 기업들의 이익도 증대시킬 수 있다. 하지만 무역전쟁이라고 불리는 변수가 있다. 무역전쟁이 심화되면 설사 달러가 약세를 보일지라도 미국 기업들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금리를 인하할 경우, 연준 이사회 위원들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 하나 더 있다.

금리가 떨어지면 은행들이 고객들의 예금 계좌에 이자로 지불할 돈의 액수도 줄일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저축을 포기할 것이다. 그것은 퇴직 저축을 보다 안전한 채권이나 현찰에 묶어 놓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다.

그리고 금융회사들도 피해를 입을 것이다.

투자은행 KBW의 프레드 캐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금리가 계속 하락할 경우 코메리카(Comerica), 지온스(Zions), M&T(MTB), 피프스 서드(Fifth Third) 같은 대형 지방은행의 수익이 급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은행들은 저금리 환경에서 대출로 이전만큼의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캐넌 애널리스트는 또 마이너스 금리는 보다 광범위한 시장의 건강에 의존하는 온라인 증권회사들에게도 나쁜 소식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찰스 슈왑(Charles Schwab), TD 어메리트레이드(TD Ameritrade), 이-트레이드(E-Trade), 인터랙티브 브로커스(Interactive Brokers) 같은 대형 온리인 증권회사들이 모두 주식과 ETF 거래 수수료를 0으로 인하하면서 이 업계는 이미 휘청거리고 있다.

금리가 더 낮아지면서 수익에 대해 지속적인 압박을 받는 것이야말로 이 산업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결국 보다 광범위한 경제의 상황이 정말 안 좋아지지 않는 한, 연준은 제로 또는 마이너스 금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채권 시장의 요구에 저항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