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SK의 주가가 이틀째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SK의 자사주 매입 결정이 주가부양을 위한 조치라는 의견과 함께,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에 대한 해석도 나오고 있다.

SK는 지난 1일 주가안정을 통한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7181억원 상당의 자사주 352만주를 장내 매수로 취득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 SK는 지난 1일 7181억원 상당의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 사진= 이코노믹 리뷰 임형택 기자

2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SK 자사주 매입 규모는 발행주식의 4.6% 수준으로 주식가격 22만4000원(1일 기준)으로 환산하면 이날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3개월 동안 매일 5만2705주를 매입해야 한다. 이는 최근 3개월 하루 평균 거래량(11만1847주)의 46%에 해당한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9월 SK의 자회사 SK E&S는 차이나가스홀딩스의 지분 1억7000만주(3%)를 매각해서 7868억원을 확보했다”면서 “주식취득 자금은 자체 보유자금과 자회사 SK E&S의 차이나가스홀딩스 지분 매각자금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SK는 현재 자사주를 20.7% 보유하고 있는 중이다. 윤 애널리스트는 특히 “SK의 순자산가치(NAV)는 33만8370원으로 주가 상승 여력이 61.1%이며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 하방을 확보한 상황이라면서 ”자사주 매입 결정으로 주가 부양에 대한 SK의 의지를 확인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IBK투자증권은 SK에 대해 “자사주 취득으로 자사주 보유 비중이 늘어나면 주당 배당 여력이 6.7% 더 높아질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 SK의 배당금수익이 지난해 대비 54.7% 증가했고, 상표권사용수익도 17.1% 커져 배당 여력이 커진 가운데 배당 대상 주식 수는 감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여러 성장 이벤트들이 예상대로 진행됨에도 주가가 이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해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자사주를 대규모로 매입해 주가 상승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자사주 매입규모에 대해 현재 SK의 재무구조를 감안할 때 과도한 결정이라는 견해도 나왔다. SK의 기존 보유 자사주는 20.7%이지만 이번 매입으로 25.7%까지 늘어난다. 또 SK의 순차입금은 약 6조7천억원에 달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주주총회 이후 잠잠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SK텔레콤의 기업분할 가능성은 열려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번 자사주 매입을 SK텔레콤의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과 연결 지었다.

최 애널리스트는 SK텔레콤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고 SK하이닉스를 투자회사에, ICT 법인을 사업회사에 존속시킨 뒤 SK가 SK텔레콤 투자회사를 흡수함으로써 SK하이닉스를 지배하는 구조로 SK텔레콤의 지배구조 개편 예상시나리오를 제시했다.

▲ 출처= 유안타증권

최 애널리스트는 “최대주주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은 합병 법인에 대한 의결권”이라 강조하면서 “합병 법인에 대한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안으로는 SK 주가와 SK텔레콤 투자회사에 대한 합병비율 최적화와 함께 SK 자사주 확보를 통한 합병시 신주 발행 억제 등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만약 예상시나리오대로 그룹 내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가시화되면 SK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회사의 전략적 행보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